복지부, 의료계 달빛어린이병원 반대 불구 강행…환자수요 충족이 관건


[청년의사 신문 곽성순]

보건복지부가 야간에 응급실을 찾는 경증소아환자를 위한 ‘달빛어린이병원 시범사업(이하 달빛어린이병원)’을 9월부터 본격 시작한다. 경증소아환자가 평일 18시부터 24시까지, 주말과 공휴일(명절 포함) 09시부터 22시까지 소아과전문의가 있는 외래에서 진료를 받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6개 시도(경기도,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전라북도, 경상북도, 경상남도)의 8개 병원(성세병원, 부산성모병원, 온종합병원, 시지열린병원, 한영한마음아동병원, 다솔아동병원, 포항흥행아동병원, 김해중앙병원)을 1차 시범사업기관으로 선정했다.

복지부는 달빛어린이병원을 통해 야간에 소청과 외래를 찾기 힘든 국민들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응급실을 찾는 경증소아환자를 일반 외래로 돌려 응급실 진료 또한 정상화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성공만하면 국민에게도, 응급실 과밀화로 고민 중인 병원에도 도움이 되는 달빛어린이병원을 바라보는 의료계 일각의 시각은 꽤 부정적이다. 주로 소아청소년과개원의 사이에서 부정적 시각이 나오고 있는데, 달빛어린이병원이 실효성 없는 사업이며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보다는 작년 3월 시작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소아야간가산제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아야간가산제는 왜 지지부진한가

소아야간가산제는 6세 미만 소아의 기본진찰료를 20시부터 다음날 7시까지 100% 가산하는 제도로,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에 따르면 제도 시행 후 참여율이 높았으나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실제 심평원에 따르면 제도 도입 당시인 지난해 3월 소아야간진료수가 청구기관 수는 총 1만4,833개소로 전월 대비 1,289개소가 늘었다. 환자 수도 52만5,332명으로 1개월 만에 15만명 가까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청구기관 수와 환자 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지난해 12월에는 1만3,218개소, 38만9,495만명을 기록했을 뿐이다.

때문에 소아야간진료 활용 환자 수 감소가 소아야간진료 시행 의료기관 수 감소로, 소아야간진료 시행 의료기관 수 감소가 제도의 실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달빛어린이병원 시행과 관련한 소청과의사들의 우려와 불만도 여기서 시작된다. 야간진료를 해도 찾는 환자가 적은 상황에서 달빛어린이병원까지 시행되면 소아야간가산제도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기 때문에 새 제도보다는 시작한지 1년이 조금 지난 소아야간가산제를 제대로 시행하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복지부의 생각은 다르다. 소아야간가산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각 의료기관이 시간을 정해놓고 진료를 보는 것이 아니고 ‘건당’ 가산해주는 식이기 때문에 어떤 의료기관이 정확히 몇시까지 진료하는지 환자들이 알기 힘들다는 것이 복지부의 생각이다.

또한 오후 10시 이후에 환자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이 때문에 100% 가산해도 10시 이후에 진료시간을 연장하려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없는 것은 소아야간가산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100% 가산을 더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 현장 의견을 수용하려면 최소 지금보다 2~5배 정도 높여야 하는데, 이럴 경우 환자 입장에서 응급실을 가나 야간에 의원급 의료기관을 가나 별 차이가 없다.

특히 복지부는 소아야간가산제를 올려주는 식으로는 복지부가 원하는 것처럼 1년 365일 빠짐없이 정기적으로 야간진료를 하는 의료기관을 확보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아야간가산제에 환자 수요까지 신경써주는 달빛어린이병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자수요 충족이 성공 열쇠

복지부가 달빛어린이병원을 통해 실현하려고 하는 것은 환자가 진료시간을 예측할 수 있고 해당 의료기관이 적자를 보지 않게 환자수요가 유지되는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달빛어린이병원 시범사업을 통해 한 지역에 몇 개까지 지정했을 때 각 의료기관이 환자 수요를 유지할 수 있는지와 환자가 어느정도 먼 거리에서 달빛어린이병원을 찾느냐를 확인하려 하고 있다.

소청과의사들 사이에서는 달빛어린이병원에 환자를 몰아주려다가 그나마 있는 일반 의료기관 야간 환자까지 없어진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복지부는 야간에 경증소아환자를 진료해 수익을 내고 싶은 의료기관은 달빛어린이병원에 신청하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달빛어린이병원은 의원이나 병원을 가리지 않고 모두 신청할 수 있게 문을 열어놓고 있다. (야간진료가) 고생스럽기 때문에 이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하겠다는 의료기관을 찾기에 어려움이 있다. 하겠다는 의료기관만 있으면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소청과가 레드오션이라고 하는데, 아예 오후 2시에 문을 열어서 야간까지 진료하는 블루오션을 찾을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달빛어린이병원에 참여하면 홍보효과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달빛어린이병원 1차 시범사업에 선정된 8곳은 의원급은 아니지만 모두 자발적으로 야간진료를 진행해왔던 의료기관이다.

복지부와 함께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반응도 좋다. 지자체들은 그동안 소아야간진료를 원하는 민원이 많았던 상황에서 복지부가 정부 차원의 정책을 마련한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시범사업 파트너 지자체 ‘긍정’

달빛어린이병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 야간진료를 하겠다는 의료기관이 나타나야 하지만 지원금의 절반을 부담하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달빛어린이병원의 전망은 밝다.

1차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부산광역시와 대구광역시, 전라북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등 경기도를 제외한 대부분 지자체에서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광역시의 경우 남구에 위치한 부산성모병원과 부산진구에 위치한 온종합병원에서 1차 시범사업을 진행하는데, 복지부의 2차 시범사업에서는 2개소를 더 지정할 생각을 갖고 있다. 부산을 동서남북으로 나눠 한 방향에 하나씩 지정하려는 생각이다. 필요한 예산은 전액 부산시 예산으로 충당한다.

부산시 식의약안전과 관계자는 “다른 공공사업과는 다르게 환자가 얼마나 오느냐에 따라 달린 사업”이라며 “올해 2곳을 운영하는데 최종적으로는 4곳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대구시 역시 달빛어린이병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실 대구시의 시지열린병원과 한영한마음아동병원은 이미 지난 2012년부터 야간진료를 실시하고 있으며, 달빛어린이병원사업의 모티브가 된 곳이다.

대구시 첨단의료산업국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2012년도부터 시작해서 호응도가 좋다. 소아를 둔 부모들이 좋아하는 사업이다. 앞으로 복지부가 추진하는 시범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라며 “자체 수요조사에서는 평일에는 각 병원별로 약 30명, 주말과 공휴일에는 90명 정도가 찾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경우 올해 이미 병원에 대한 지원 예산을 책정한 상태기 때문에 복지부 예산을 받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다.

전주시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전라북도도 이번 추경 예산 편성 때 관련 예산을 넣었다. 전주시에서도 예산을 책정해 일부를 부담한다.

전라북도 보건의료과 관계자는 “향후 전주 외 다른 곳에서도 진행될 수 있는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지원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상북도는 포항시에 위치한 포항흥행아동병원에서 사업을 진행한다. 지원금은 올해는 포항시에서 전액 부담한다. 포항시에서는 소청과 야간진료에 대한 민원이 많아 복지부에서 관련 사업을 시작하기 전 이미 유사한 사업을 계획 중이었고, 예산도 편성한 상태였다. 경상북도는 지원하는 의료기관만 있다면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상남도의 경우 김해시에 위치한 김해중앙병원에서 사업을 진행하는데, 역시 김해시에서 지원금 전액을 부담한다. 소청과 야간진료 확대가 시장 공약사업이었기 때문에 역시 복지부와 상관없이 추진 중이어서 가능했다.

이처럼 대부분 지저체들이 달빛어린이병원 시범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향후 복지부의 시범사업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경기도의 경우 타 지자체와 다르게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원금 관련 예산도 경기도와 평택시가 서로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의 경우 시범사업이 진행돼도 혜택은 주로 평택시민이 입기 때문에 당연히 평택시가 지원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평택시는 지정된 성세병원이 이미 오래 전부터 해당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기 때문에 굳이 지원금을 줄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내년 시범사업 2배로 확대할 것”

달빛어린이병원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기관과 해당 지자체는 해당 사업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대 측에서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평하며 내세우는 ‘찾는 환자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기관을 통해 수요가 있다는 점이 입증됐고 복지부의 관리에 따라 새로 시작하는 곳도 충분히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복지부는 이미 1차 시범사업 후 2차 시범사업을 계획 중이다. 이미 내년 예산 편성에 관련 예산을 두배로 올려 신청했다. 올해 8개였던 시범사업 기관을 더 늘려, 16개를 추가로 선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성공을 자신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단가와 물량이라는 변수가 있는데, 단가는 수가이고 물량은 환자 수”라며 “소아가산제를 통해 단가를 올렸으면 남은 것은 환자 수를 확보해 물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렇기 때문에 시범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 환자를 확보해야 의료기관이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려 하는 것”이라며 “환자 수 확보를 위해 지역 내 (달빛어린이병원) 지정기관 제한과 대국민 홍보 강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도움을 줘야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평일 야간과 주말 오후에 진료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의지를 갖고 참여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아직 시범사업 단계이고 본격적인 시작은 9월부터기 때문에 성공 여부를 속단하긴 이르다. 반대 측의 말처럼 찾는 사람이 없어 흐지부지 될 수도 있고 입소문을 타고 크게 성공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성공할 경우 야간에 병원을 찾지 못해 헤매는 부모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