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이명근] 우리나라는 과거의 빈곤상태에서 벗어나 전세계가 인정하는 경제기적을 일으켰으며, 현재는 선진국 모임인 OECD에 가입도 하고 저개발 국가나 개발 도상국가들에 대한 지원 규모도 늘리고 있다.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높아졌다고 할 수 있으나 ‘국격(國格)’이 높아진 데에 비해 국제사회를 무대로 활동하는 글로벌 감각은 아직까지 미흡한 것 또한 현실이다. 청년 취업에 대한 관점도 마찬가지여서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국내에서 직장 잡기를 희망하고 있을 뿐 나라 바깥으로 눈을 잘 돌리려 하지 않고 있다.

폭넓은 국제사회를 무대로 활동한다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이다. 실제로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NGO 기관들은 유능한 젊은이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전문 기관을 통한 나눔의 기쁨을 누리면서 진정한 자아실현까지 달성할 수 있으니 참으로 ‘행복한 일자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대학에 초청돼 강연을 할 때마다 주로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이야기의 주제는 NGO 활동에 관련된 일이지만 취업난의 해결 방안으로 국제적 차원의 NGO 활동을 소개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학생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서울의 모 대학에서 한 강연에서는 NGO 활동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하고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 즉석에서 채용 인터뷰를 실시한 적도 있었다. 당시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중에는 간호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직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분이 있었다. 그 간호사는 간호사로서의 능력을 NGO 현장에서 발휘해 환자들을 극진히 보살피는 활동에 동참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필자는 현실적으로 판단했을 때 부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연봉 약 3만 달러를 받고 있다는 간호사가 간호사의 평균 연봉이 1,000 달러에 불과한 중국이나 5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북한 지역에서 일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아무리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를 한다고 해도 현실적인 경제여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호사의 경우 직접적인 간호 활동보다는 현지 간호사들의 활동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가능성이 높다. 이를테면 한 지역 사회나 국가에서 간호 인력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수립, 관리, 평가하는 업무를 맡아서 하는 것이다. 현지간호사로 하여금 실질적인 간호업무를 수행하는 기반을 마련하고, 모든 업무를 자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면 사업의 효율성도 그만큼 높아질뿐더러 훨씬 보람 있는 자신의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요즘 젊은이들은 과거에 비해 뛰어난 어학실력을 갖추고 있어 해외에 진출하는 데 언어의 장벽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전문분야 실력만 갖추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원활한 해외 NGO 활동을 위해서는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평가하는 업무관리 능력을 필수적으로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의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 함은 물론 현지에서 현장 감각을 익히는 인턴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다양한 분야의 NGO 활동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인데, 의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의사들은 흔히 환자를 돌보고 질병에 대처하는 전문적인 의학 지식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UN이나 국제 NGO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업무능력이 필수적이다. 탁월한 의학 지식과 함께 업무관리능력을 겸비해야 현지에서의 활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뿐더러 외부 사회로부터 필요한 재정과 인력도 쉽게 제공받을 수 있다. 특히 현지 의료진에 대한 관리 및 지도, 선진 의료시스템의 정착은 의료봉사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저개발지역이나 사회 상황이 불안정한 지역에서는 의료봉사활동이라고 해도 그 활동을 보장받을 수 없을 때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만약 현지에서 의료봉사활동의 기한이 종료되거나 불가피한 사정에 의해 갑자기 활동이 중단될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지 의료인에 대한 교육훈련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KOICA, KOFIH 뿐만 아니라 몇몇 대학에서 이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많은 한국의 젊은 의료인들이 뉴욕의 유엔본부나 제네바의 세계보건기구, 아프리카나 중남미의 오지에서 잘 훈련되고 준비된 전문인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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