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국민들 대부분은 헌혈과 장기, 골수를 기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뼈나 연골, 혈관 등 인체조직 기증에 대해서는 생소해 한다. 2013년 12월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가 실시한 대국민 생명 나눔 인지도 조사에서도 인체조직 기증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39.4%에 불과했다.

낮은 인지도는 사후 인체조직 기증 희망자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8월 현재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는 83만6,000여명에 달하지만 인체조직 기증 희망 등록자는 3분의 1 수준인 26만5,000여명이다. 미국은 인구 100만명당 133명이 인체조직을 기증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100만명당 5명이 채 안된다고 한다.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 공급되는 인체조직의 78%가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다.

이처럼 기증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데는 사체를 훼손하는 것에 거부감이 큰 문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끄럽지만 기자인 나도 몇 년 전에야 사후 인체조직을 기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관심을 갖고 찾아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장기나 인체조직 기증 활성화를 위해 시스템이나 정책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시스템과 정책이 바뀐다고 기증 문화가 정착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유럽 등 다른 나라처럼 초·중·고등학교에서부터 기증 문화에 대해 교육하는 건 어떨까.

기증을 거부하지 않으면 기증 희망자로 보는 Opt-out제도를 택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경우 12세 때 기증 거부 여부를 묻는다고 한다. 물론 초·중·고 교육 과정에 장기 및 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어릴 때부터 사후 인체조직 기증의 필요성 등에 대해 교육 받으면 거부감도 줄어들 것이다.

전문가들은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의료 현장에서 장기나 인체조직 기증을 권유하는 의료인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과정이 없다는 게 오히려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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