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불신임 과정 문제 많아” vs 대의원회 “절차상 하자 없다”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대한의사협회 역사상 처음 벌어진 ‘회장 탄핵(불신임)’ 사태로 혼란에 빠진 의료계에 ‘회장 보궐선거’라는 또 다른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는 지난 19일 오후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노환규 전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출석대의원 178명 중 136명 찬성으로 의결(반대 40명, 기권 2명)한 후 빠른 시일 내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전 회장이 잔여 임기를 1년 이상 남긴 상태에서 불신임됐기 때문에 앞으로 6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치러 새로운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대의원회 변영우 의장은 임총 직후 “보궐선거는 정관에 따라 오늘부터 60일 이내에 하도록 돼 있다”며 “지금부터 집행부와 선거관리위원회가 준비해야 한다. 이번 직무대행 체제는 선거를 관리하는 체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의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회장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서울시의사회 임수흠 회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노 전 회장이 이번 임총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어서 선거정국의 변수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보궐선거가 진행되는 도중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혼란이 최소화되지만 선거가 끝난 이후라면 상황은 꼬인다. 노 전 회장이 의협으로 복귀하면서 새로 선출된 회장은 없던 일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친(親)노환규 인사로 분류되는 김경수 회장 직무대행(부회장, 부산시의사회장)을 중심으로 준비된다. 노 전 회장이 임명한 의협 상임이사들도 모두 그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수장이 물러났는데도 의협 집행부가 대오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노 전 회장이 제출하는 효력정기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노 전 회장과 의협 집행부는 정관 제20조의2(임원에 대한 불신임)에 명시된 불신임 사유 3가지 중 어느 것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때, 단 의협회무의 수행으로 인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 ▲정관 및 대의원총회의 의결을 위반해 회원의 중대한 권익을 위반한 때 ▲협회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한 때 회장을 포함한 임원을 불신임할 수 있다.

의협 집행부 한 관계자는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선 노 전 회장은 정관상 불신임을 받을 수 있는 3가지 조항 중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조행식 대의원이 제출한 불신임 동의서(95명)에 대한 정확한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무조건 비공개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이 탄핵(불신임)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입장만 듣고 노 전 회장이 소명 발언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며 “대한한의사협회도 지난해 9월 사원총회를 열고 일부 임원을 해임했지만 한쪽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됐다는 이유로 효력정기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의원회가 노 전 회장 불신임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관을 위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의협 한 상임이사는 “대의원회가 임총 당일 1층부터 3층까지 용역(사설경호원)을 배치했는데 임총이 열리는 회의장은 대의원회가 관리한다고 해도 그 외 복도 등 회관의 다른 시설은 의협 집행부가 관리하는 것”이라며 “노 전 회장이 임총 회의장은 물론 회관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막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임총을 참관할 수 있는 일반 회원들의 권리도 묵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신임안을 발의한 이유가 전부 사실은 아닌데 그에 대한 사실 확인이나 찬반 토론도 없이 바로 투표를 진행한 것도 문제”라며 “불신임안 동의서 95장이 이번 임총에 맞춰 새로 제출된 것인지, 이전에 제출한 것이 포함된 것인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의원회 측은 노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상정해 의결한 임총이 절차상 하자 없이 치러졌기 때문에 법원이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소속 한 대의원은 “대의원 178명이 출석해 이들 중 136명이나 노 전 회장 불신임에 찬성했다. 무슨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는 것이냐”며 “법원이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의원회 일각에서 노 전 회장의 보궐선가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자 오는 27일 열리는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불신임을 받은 회장은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현 정관에는 불신임 회장에 대한 피선거권 제한 규정은 없다.

이미 선거정국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든 의료계의 혼란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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