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

[청년의사 신문 이정수] 진행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4~6주기의 1차 항암화학요법 이후 시행되는 유지요법은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데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폐암 치료제인 ‘알림타’(성분명 페메트렉시드)는 이러한 유지요법의 대표적인 약물로서, 편평상피세포 조직을 갖는 경우를 제외한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유지요법으로 사용 시 일관된 전체 생존기간 개선을 보이는 것으로 입증됐다.

이에 따라 2013년 3월 1일부터는 보험급여의 적용을 받고 있지만, 1차 항암화학요법 후 질병상태가 완전반응(CR) 혹은 부분반응(PR)을 보인 환자에게만 급여가 적용되고, 안정병변(SD) 범주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요양급여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사진)는 “알림타를 통한 유지요법 시 SD를 보인 환자에서도 CR/PR을 보인 환자와 균등한 생존기간 연장효과가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임상현장에서 환자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Q.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있어 페메트렉시드와 유지요법의 의미는.

유전자 변이가 없는 비편평상피암의 경우는 1차 치료 시 4~6주기로 백금 기반 복합항암치료를 하게 된다. 대부분의 폐암환자는 60대 이상의 고령이 많은데, 기존의 항암제들은 독성으로 인해 보통 4~6주기 이상 치료를 지속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페메트렉시드는 탈모, 백혈구 감소, 빈혈, 혈소판 감소, 및 위장장애 등의 빈도가 기존의 항암제와 비교해 월등하게 낮았고, 비편평상피암에서 우월한 효과를 나타냈다. 이러한 임상시험결과를 근거로 전이성 비편평세포폐암에서는 1차 백금기반 복합항암요법이 페메트렉시드로 많이 전환됐다.

유지요법과 관해 얘기하자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1차 치료가 끝난 후 3~4개월 내에 병이 진행되며, 보통 2달마다 정기 추적검사를 시행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환자들은 매우 빠르게 병이 진행돼 2차 치료를 받지 못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백금 항암제를 제외한 약제를 이용해 4~6주기가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항암제를 사용하는 이른바 유지요법의 개념이 도입이 됐다. 이후 JMEN 연구 결과에서 페메트렉시드 단독으로 유지요법 생존기간이 길어진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 연구결과를 근거로 비편평세포페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하게 됐다.

Q. 1차 요법 후 SD를 보이는 환자에서도 유지요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JMEN 연구가 유지요법으로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한 선구자적인 연구였다면, PARAMOUNT 연구는 실제 임상에서 더 많이 적용을 할 수 있게 한 연구다. PARAMOUNT 연구는 페메트렉시드와 백금기반 복합항암요법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에서 1차 치료로 인정되면서 페메트렉시드를 이용한 유지요법 효과를 보기 위해 진행됐다. 이 연구에서는 페메트렉시드와 백금 기반 항암요법을 4주기 시행한 후 SD 이상의 효과가 있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페메트렉시드를 통한 유지요법을 받은 환자군과 아무것도 하지 않은 환자군을 비교했다. 그 결과 기존의 백금기반 복합항암요법 시 약 10개월의 생존기간이 페메트렉시드 유지요법을 통해 16.9개월로 향상됐다. 유지요법에서 PARAMOUNT 연구는 랜드마크 연구가 됐고,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페메트렉시드와 시스플라틴을 사용한 후 SD 이상인 환자는 유지요법으로서 페메트렉시드를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주목할 점은 CR/PR을 보인 환자와 SD를 보인 환자에 대한 유지요법 시, 두 환자에서의 생존기간 연장효과 간에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PARAMOUNT 연구 결과 생존기간이 CR/PR을 보인 환자는 15.5개월, SD를 보인 환자는 13.7개월로 나타났다. 이 차이는 1차 치료에 대한 반응에 따른 예후 자체의 차이로 해석할 수 있다.

Q. SD 상태를 보이는 환자의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가?

RECIST criteria라는 반응평가 기준에 따르면 SD는 30% 이하로 암이 줄거나 20% 이하로 늘어난 경우로, 일반적으로 1차 항암치료 후 약 40% 환자가 이에 해당한다. 아울러 CR에 포함되는 환자는 약 5% 이하이고, PR을 보이는 환자는 약 35~40% 정도다. 이외에 병이 진행된 환자는 약 10~15% 정도다. 즉 80~ 90%의 환자들은 SD 이상의 반응을 보이는데, 이 환자들은 유지요법으로 증상이 호전되고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Q. 그러나 국내에서는 SD 이상의 환자에게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다.

SD를 보이는 환자들이 4주기를 끝내고 휴지기간을 갖게 될 때 대부분이 3~4개월 새에 병이 진행되고, 일부 환자들은 1~2개월 새에 급격히 병세가 악화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SD를 보이는 환자들에게는 독성이 적은 약제를 계속 유지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요법의 급여기준에서 제외된 배경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급여부분에 있어 SD를 보이는 환자와 PR을 보이는 환자를 놓고 비교했을 때 보험급여 기준에 대한 형평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약제승인에 있어 비용효율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유럽의약국에서도 PARAMOUNT 연구를 통해 SD나 PR에 관계없이 치료를 승인한 것을 감안하면, 유독 왜 한국만 SD 환자에 대해 승인이 안 된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PARAMOUNT 연구결과와 같은 여러 근거에도 불구하고 일부 환자군이 보험급여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더욱이 약을 끊게 되면 당연히 병이 진행되고 암의 크기가 커지는 것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환자의 증상 및 삶의 질이 악화되고 응급실 내원 및 입원으로 인한 비용 지불도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SD인 환자에게도 페메트렉시드를 유지요법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많은 종양내과 의사들이 주장하고 있다.

Q. 실제 임상 환경에서의 경험과 문제점은.

실제 임상에서는 페메트렉시드를 처음 항암치료 시작 때부터 사용하고 연이어 유지요법으로 페메트렉시드를 사용하고 있다. 보험급여 기준 내에서 페메트렉시드 기반의 복합항암요법 이후 PR을 보인 환자들에게 페메트렉시드 유지요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좋은 임상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SD인 환자는 원칙적으로 유지요법을 사용하는데 제한이 있어 많은 경험을 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RECIST 기준으로 29%의 경우 안정병변으로 구분되는데 1%의 미미한 차이로 유지요법으로의 페메트렉시드의 급여의 여부가 결정됨으로서 환자의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급여가 안 되는 SD인 환자는 유지요법 시 100% 자기 부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도 선뜻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탈모나 백혈구 감소, 설사 등의 독성이 있는 약제들을 선택해야 하는 것도 의사로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더욱이 SD인 한 환자가 페메트렉시드를 사용한 1차 치료가 중단된 후 두 달 뒤 정도에 병세가 악화된다면, 1차 치료 후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규정상 2차 요법으로도 페메트렉시드를 사용할 수가 없다. 현재 보험기준으로는 페메트렉시드를 다시 사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 이상의 무진행기간이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기간 동안 환자의 상태가 매우 악화될 수 있고 그로 인해 삶의 질이 급격히 하락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페메트렉시드를 쓰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Q. 심평원이나 정부에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나.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폐암 분과에서는 유지요법과 관련해 심평원에 자료를 제출하고 질의도 많이 했다. 그렇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결정은 번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에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폐암분과위원장 강진형 교수와 함께 의견을 개진해 보고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국내에서의 자료를 얻기 위해 임상연구를 통한 근거를 마련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왜냐하면 PARAMOUNT는 유럽에서 시행된 연구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반영되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메트렉시드는 인종 간 치료효과의 차이는 없다. 비록 우리나라의 고유한 데이터는 없으나 여러 다국적 3상 연구를 바탕으로 정부의 결정에 반박할 수 있는 데이터는 충분할 것으로 사료된다. 하지만 급여기준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당시만 해도 공감을 이룰만한 데이터가 부족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제는 SD를 보이는 환자에 대한 페메트렉시드 지속형 유지요법의 조속한 보험급여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처방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의사의 몫인데, 그것을 정부가 일률적으로 규격화해 치료에 대한 의사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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