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감염시대 ①-김민자 대한화학요법학회장

[청년의사 신문 곽성순]

최근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다제내성 세균의 등장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1년 4월 6일 세계보건의 날을 맞아 ‘No action today, no cure tomorrow’를 슬로건으로 내성균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항생제 내성문제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국내에서는 대한화학요법학회가 항생제 Stewardship(책무관리) 연구회를 조직해 적극적으로 활동에 나서고 있다. 화학요법학회는 대한감염학회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항생제 올바로 사용하기 캠페인과 별도로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항생제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청년의사는 ‘新 감염시대’를 통해 국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항생제 내성 문제와 해결책을 고민해봤다.

우리 주변에는 항생제 다제 내성세균에 의한 감염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한화학요법학회는 최근 학회 내 다제내성그람양성균 연구회, 다제내성그람음성균 연구회, 항생제 약동력학 연구회, 항생제 Stewardship(책무관리) 연구회, 항진균제 연구회 등 5개 연구회를 결성,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다제내성균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화학요법학회를 이끌고 있는 고대안암병원 김민자(감염내과) 교수를 만나 항생제 내성에 대한 국내 상황과 항생제내성 발생을 줄이려는 의사들의 노력에 대해 들었다.


Q. 항생제 내성 및 다제내성 세균의 분리율 증가가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가?

- 1990년대 중반 이후 항생제 내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돼 왔으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여러 약제에 듣지 않는 다제내성 세균들, 즉 슈퍼박테리아들의 분리율이 증가하면서 항생제 내성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임상적으로 심각하게 문제가 되고 있는 균들은 ESKAPE라고 불리우는 반코마이신 내성 Enterococcus faecium (VRE), 메티실린 내성 Staphylococcus aureus (MRSA), 다제내성 Klebsiella pneumoniae (ESBL 혹은 CBP 생성 균주), 카바페넴 내성 Acinetobacter baumannii (CRAB), 카바페넴 내성 Pseudomonas aeruginosa, 다제내성 Enterobacteriae (E. coli 등) 등이다.

ESKAPE 균들은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항생제들에 안 듣거나 단지 극소수의 항생제만 제한적인 감수성을 보이고 있다. ESKAPE 균들은 항생제 효과를 효과적으로 회피(ESCAPE)한다는 의미로 명명된 것인데 사실상 이들은 모두 ‘슈퍼박테리아’라고 봐야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21세기에 들어 새로 개발되고 있는 항생제 수는 현저히 감소한 반면 2008년 이후 개발 중에 있는 신약은 2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Q. 다제내성 세균에 감염됐을 경우 어떠한 위험이 있는가?

- 이것은 항생제 내성 또는 다제내성 세균 감염의 질병부담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내성세균에 의한 감염증은 약제감수성 균에 의한 감염증에 비해 치료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의료비용 및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사망률이 높아진다. 2006년도와 2010년도 사이에 보고된 ESKAPE균 감염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수의 임상연구에서 다제내성 세균 감염증 환자들의 사망률은 감수성 균주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뿐만 아니라, 극단적으로 다제내성 세균에 의한 감염은 증가하고 효과적인 치료항생제의 고갈 상태가 지속되면 감염환자의 사망률이 증가하게 돼 항생제 시대의 종말 즉, 항생제 전 시대(preantibiotic era)로 되돌아갈 수 있다.

Q. 항생제 내성의 세계적 추세와 국내 상황은?

- 2012년 1월에 집계된 세계적 항생제 내성 감시 자료에 근거해 ESKAPE의 분리율 추세를 보면, MRSA 분리율은 북미 50.6%, 아시아태평양 45%, 남미 46.5%, 유럽 24.8%, ESBL생성 K. pneumoniae 분리율은 북미 9.8%, 아시아태평양 22.8%, 남미 36.2%, 유럽 17.0%, 카바페넴 내성 A. baumannii 분리율은 북미 10.9%, 아시아태평양 24.2%, 남미 33.5%, 유럽 13.4%에 이르고 있다. 국내의 경우 KONSAR 감시시스템에서 2009년도에 수련병원 24개와 1, 2차 의료기관들에서 수집된 각각 14만2,107주와 6만8,391주를 조사한 결과 MRSA 분리율은 69~74%, ESBL생성(ceftazidime 내성) K. pneumoniae 분리율은 33~46%, 이미페넴 내성 A. baumannii 분리율은 48~51%로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보고되는 분리율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어 국내 다제내성균의 질병부담이 심각해질 수 있다.

Q.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매년 항생제 처방에 대한 적정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지만 국내 항생제 처방률은 크게 감소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개원가에서의 항생제 처방 감소 경향이 저조한 것 같은데 이에 대한 견해는?

- 상기도 감염의 항생제 사용빈도는 심평원 공개 발표 후 많이 줄어들고 있으나 의원의 지역별 항생제 처방률의 경우 아직도 39.73~49.8%로 높다. 개원가에서 항생제 처방률이 줄지 않는 이유는 단적으로 말하기 어려우나 잘못된 인식과 오래된 습관, 항생제 내성에 대한 심각성 부재 등 여러 요인들에 기인한다고 생각하며, 이에 대한 교육과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또한 8개 수술에 대한 예방적 항생제 사용 평가가 실시된 후 많은 의료기관들에서 예방적 항생제 사용이 줄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평가 기간 위주로 한시적으로만 제한하는 병원들도 있다. 심평원에서 진료심사단계에서 이를 적용하고 있지 않지만 향후 효율적으로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Q. 대한화학요법학회가 ‘항생제 Stewardship 연구회’를 설립했는데?

- 화학요법학회는 국내 의료기관들에 항생제 책무관리시스템의 보급과 활용 확대를 위해 항생제 책무관리(antibiotic stewardship) 연구회를 조직했다. 현재 여러 회원들이 활발하게 참여해 다양한 Stewardship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감염전문의가 있는 병원들에서는 이미 전부터 일부 항생제 처방관리로 제한항생제 승인시스템을 운영해왔지만 지금은 의료기관의 항생제 내성 조절을 위해 특정 항생제를 제한하고 대체 항생제의 사용을 권장하는 중재프로그램을 비롯, 항생제가 불필요한 감염증들에 항생제 투여 제한, 치료제 선택이 매우 제한적인 다제내성 세균 감염증에 대한 최적의 항생제 선택 등 Stewardship 콘텐츠가 다양화되고 있다. 항생제 Stewardship은 타 전문분야의 의사들에게 다소 생소한 용어지만 이미 항생제 내성시대의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다.

Q. 국내에서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이 줄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항생제 종말시대로 갈 수 있는 세계적인 위기감에 대한 인식 부족이라고 본다. 따라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며 의료진들은 항생제 처방 시 정말 꼭 필요한 치료인지 스스로 신중히 검토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한 항생제 치료가 필요없는 감염증에 대해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주기적인 설문조사를 통해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Q.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을 줄이기 위한 의사들의 역할은? 제도적으로 필요한 게 있다면?

- 우선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해야 하며 임상적으로 반드시 세균 감염증의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적절한 기간 투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치료의 해가 없는 범위에서 항생제 사용기간을 최대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미생물 동정검사와 항생제 내성검사가 실시되지 않는 병원들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사실상 다제 내성 세균에 대한 인식이 당연히 피부로 느껴지지 못할 수 있다. 항생제 선택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많고 원칙을 갖고 접근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자원이 부족한 중소병원들에 대해 실험실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원내 항생제 책무관리는 감염관리프로그램과 함께 통합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Q. 정부, 동료의사, 병원장 등에게 하고 싶은 말은?

- 항생제 내성의 정도는 각 국가, 지역, 병원에 따라 다르다. 즉 일선 병원들에서는 병상의 크기와 무관하게 항생제 관리시스템을 갖춰 정기적으로 항생제 내성세균 분리율을 감시하고 항생제 소모량들을 모니터링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인력 확보가 필요하며 감염전문가의 자문이나 감독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원이 부족한 중소병원의 경우 자체적으로 항생제 관리와 감염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해 나가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관련 전문학회와 협동해 체계적인 전문가 협진을 포함해 항생제 관리 및 감염관리 시스템구축에 필요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바로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항생제 내성 확산은 우리들이 준비하는 시간을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치유’가 더 이상 없는 비극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 정부 관계 당국은 이와 관련해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고 단기, 중장기 계획을 확립해 빠른 시간 내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감염전문가가 근무하는 병원들에서는 항생제 책무관리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항생제 내성 출현을 억제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고 치료가 어려운 다제 내성세균에 대한 효율적인 치료제 선택을 촉진해 보다 나은 치료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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