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가천의대 김광원·김병준 교수·캐나다 로니 아론슨 박사


[청년의사 신문 이정수]

당뇨병 치료에서 초기 적극적인 혈당관리가 장기적으로 심혈관 질환 예방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심혈관 질환 예방 등을 위해 초기 당뇨병 환자에게 선택해야 할 약제는 무엇일까. 이같은 질문에 인슐린을 떠올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질환 발생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인슐린이 최선의 치료 대안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광원 교수(사진 가운데)와 김병준 교수(사진 왼쪽), 캐나다 토론토 LMC 당뇨 및 내분비내과 최고 책임자 로니 아론슨(Ronnie Aronson) 박사(사진 오른쪽) 간의 대담을 통해 당뇨병의 인슐린 치료가 심혈관 질환 위험성 감소에 끼치는 임상적 유용성을 짚어봤다.


김광원 교수(좌장, 이하 좌장) : 이번 대담은 인슐린 치료의 심혈관 질환에 대한 영향을 논의해보는 자리다. 우선 인슐린 치료에 대한 두 교수의 생각은 어떠한지 들어보고자 한다.

로니 아론슨 박사(이하 아론슨) : 한국인 가운데 당화혈색소 수치가 7% 이하인 경우는 50% 정도인 것으로 안다. 사실상 나머지 50%의 혈당은 아직 조절이 되지 않고 있고, 혈당이 잘 조절되고 있는 환자에 비해 건강상의 위험 수준이 놓여있는 것이다. 심장 마비로 인해 조기 사망한 환자들도 많고, 시각장애, 신장 장애 등을 비롯해 사실상 훨씬 더 불편한 상황에 놓일 수 있으므로 인슐린 치료를 받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중요한 점은 치료가 필요한 시기에 인슐린 치료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적시’가 언제냐는 것이다. 조기에 인슐린을 사용한다고 해서 마법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병준 교수(이하 김) : 인슐린을 적시에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에는 찬성한다. 어떤 방법을 통해 혈당 조절을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는 중국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연구는 초기 당뇨병 환자를 인슐린과 경구용 치료제를 통해 혈당을 정상으로 낮춘 경우에 대해 살펴본 것인데, 약제를 다 끊고 난 후에도 혈당이 유지되는 기간이 길었던 것은 인슐린 펌프, 그 다음은 기저 인슐린 치료였다. 결국 조기 인슐린 치료를 통해 혈당을 빨리 조절해서 환자가 가지고 있는 당독성이나 베타 세포 보호와 같은 문제가 해결되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아론슨 : 앞서 언급된 중국 연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여러 차례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재현하지 못했다. 그래서 조기에 인슐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긍정적으로 많은 비중을 두고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ORIGIN 연구 결과를 보면 당뇨병 초기에 인슐린 치료를 받았을 시 당뇨병 지연에 대한 효과 외에 다른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즉, 심혈관계 질환이나 당뇨병 합병증 측면에서는 별도의 이득이 없었다. 단 안전성 측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기자 : 심혈관계 영향에 있어서 DPP-4 억제제와 인슐린의 각 치료에 차이는 없나.


: 우선 DPP-4 억제제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약제에 대한 심혈관계 안전성을 따지기에는 연구 기간이 너무 짧다. 2년밖에 안되기 때문에, 더 많은 기간을 사용해야만 알아낼 수 있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치료제를 썼을 때 위험성을 올리지 않는 최소한의 요점을 갖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인슐린의 경우에는 심혈관질환이 있는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계 안전성에 좋다는 결과가 많았다.

그 예로 조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ORIGIN 연구에서 인슐린은 저혈당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조절해서 장기간 사용될 경우,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초기 혈당 조절을 잘했을 때 심혈관 질환이 좋아질 가능성도 제시됐다. 인슐린 치료를 오랫동안 진행하면 심혈관 질환에 긍정적인 영향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혈당 조절 외에 심혈관계를 도와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직접비교가 없어서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당뇨병 있는 환자가 심혈관 질환 위험인자가 있거나 중환자실에 있을 때 혈당 조절은 매우 중요하며, 이 경우 인슐린을 쓰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아론슨 : 심혈관계 영향이 전 세계에서 당뇨병 치료를 바라보는 패러다임과 프레임을 바꾼 것은 사실이다. SAVOR, EXAMINE, ORIGIN, PROactive 연구 등에서 안전성이 입증됐으며, 일단 심혈관계 영향에서 볼 때 인슐린 제제와 DPP-4 억제제는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이 중 란투스의 전반적인 안전성과 심혈관 안전성을 입증한 ORIGIN 연구에 참가한 환자들은 새롭게 진단을 받거나 발병 초기였다. 여기서 관심을 가질 점은 당뇨병 초기 환자와 장기간 치료를 받은 환자일수록 심혈관계에 대한 이점이 입증될 수 있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또 심혈관계 안전성이 굉장히 크게 부각이 되면서, 비교적 덜 주목되는 점이 있다면 DPP-4 억제제를 사용했을 때 실질적으로 당화혈색소를 0.6~0.7 정도 낮춘다는 것인데, 이는 부족한 것이라고 있겠다. 일부 환자들에게는 이 정도 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의 경우에는 당화혈색소 수치를 좀 더 떨어뜨리는 것이 필요하다.

좌장 : 하지만 문제는 국내의 경우 유난히 자기 몸에 바늘이 늘어가는 것을 엄청 싫어한다. 심지어 합병증이 있냐며 우울해 하는 환자들도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인슐린 치료에 있어 문화적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합리적으로 인슐린 처방을 바라보는 북미나 서구 쪽과 달리 한국에서는 상당히 정서적인 저항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당뇨병은 무엇이고 어떻게 치료하는 것인가에 대한 이해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장 적절한 치료를 정서적 저항 없이 받아드릴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

: 당뇨병 환자가 처음에 인슐린 치료를 할 때 쓰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인슐린을 계속 쓸 때 저항하는 것은 좀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인슐린은 당뇨병 치료에 있어 꼭 필요한 약제지만, 국내에서는 마지막 보루처럼 사용되고 있다. 주사제이기 때문에 한계 사항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문제다. 인슐린은 당뇨병 치료의 가장 좋은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

좌장 : 인슐린 과량 투여로 인해 발생하는 저혈당에 대한 의견은.

아론슨 : 당뇨병 치료에서 저혈당은 대단히 중요하다. 저혈당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 새로운 제재들의 핵심 요소다. ACCORD 연구는 저혈당이 자주 발현이 되거나 저혈당이 있는가에 대한 여부를 알 수 없을 때는 특히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인슐린 치료의 혜택에 비하면 아주 적은 비중이라고 생각한다.

: 덧붙이자면 환자가 얼마나 규칙적으로 일정한 양을 섭취하고, 투여하는 인슐린 양과 잘 조화를 이뤄 환자가 저혈당 없이 치료 목표에 도달하게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좌장 : 오늘 주로 인슐린 치료를 중심으로 대담이 진행됐지만, 실제로 당뇨병 치료의 가장 기본은 환자를 교육시키고 라이프스타일을 개선하는 것이다. 교육이 우선되지 않는 당뇨병 치료는 때에 따라서는 위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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