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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험과 사보험의 조화는 불가능한가?


[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최근 성균관대 보험문화연구센터가 발간한 ‘국민건강보험제도 개선 및 민영건강보험 활성화 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건강보험료의 총수입은 2001년 3조7,995억원에서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2005년 현재 4조8,357억원에 이른다.

민영건강보험은 또 최근 3년(2002∼2005년)간 우리나라 의료시장에서 약 10%의 점유율을 보였으며, 국민건강보험료 대비로는 평균 28% 정도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05년 하반기 생명보험사의 개인단위 실손형 민영건강보험 상품 판매가 허용된 이후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오는 2007년 상반기 중으로 상품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이들 보험사들이 본격적으로 상품판매에 돌입할 경우 민영건강보험 시장은 지금보다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들어 정부가 이러한 민영건강보험 시장의 급격한 확대를 의식한 듯 민영건강보험의 보장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것으로 규제방안을 확정하면서 보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보험업계 초비상

정부와 보험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크게 3가지다.

▲법정본인부담금 보장금지 ▲실손보장형 보험 보장범위 비급여 진료로 제한 ▲민영의료보험법 제정 등이 바로 그것.

우선 법정본인부담금 보장금지와 관련, 정부와 시민단체는 행위별수가제 등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요인이 계속 상존하는 구조에서 법정본인부담금, 특히 외래부문까지 보장하는 실손형 보장보험의 도입은 국민들의 의료이용량을 증가시켜 결국 건강보험제도의 재정적 불안정성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정본인부담금은 의료이용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함으로써 불필요한 과다 이용을 줄이기 위해 정책적으로 설정해 놓은 경제적 장벽인데, 최소한의 경제적 장벽이 없어질 경우에는 의료이용자의 비용 인식이 약화되면서 불필요한 의료이용이 급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OECD도 본인부담 보충형 민영건강보험은 공보험의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야기함으로써 공보험의 재정적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지적했으며, 본인부담 전액을 부담하는 보충형 민영건강보험을 ‘피해야 할 유형’으로 권고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한국보험개발원의 조용운 연구위원은 “민영건강보험 가입자의 의료비용이 비가입자의 의료이용보다 적은데도 법정본인부담금 보장이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금지하는 것은 논리적 근거가 적절치 않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오히려 이는 소비자들의 의료접근성 악화는 물론 의료이용의 양극화, 의료비용부담 증가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영건강보험은 저소득층에게 매우 중요하고 유일한 의료비 재원이어서 법정본인부담금 제한은 저소득 가계 부담을 크게 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2001년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월소득 100만원 미만 소득자의 일인당 법정본인부담금은 13만3,000원, 200만원∼250만원 소득자는 10만2,000원으로 나타나, 저소득층일수록 액수가 컸다.

생명보험 가입자의 주류는 중산층이지만 전체 가입 가계 중 월소득 150만원 미만 저소득 가계도 31.9%(손해보험은 20.7%)에 이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저소득 가계의 경우 높은 본인부담금에 대한 재원을 민영건강보험을 통해 마련하고 있다는 것.

조 위원은 “법정본인부담금 보장에 대한 획일적 제한은 해외에서도 찾기 힘들다”며 “법정본인부담금이 매우 큰 프랑스와 미국은 순수 법정본인부담금 보장 민영건강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OECD 국가 중 스위스만 빼면 모두가 민영건강보험이 법정본인부담금을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OECD가 본인부담 전액을 부담하는 보충형 민영건강보험을 ‘피해야 할 유형’으로 권고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OECD의 권고는 의료비의 80% 이상을 국가가 보장하고 있어 법정본인부담금이 작은 경우에 해당될 뿐”이라며 “63% 정도를 국가가 보장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그는 민영건강보험에서 법정본인부담금 보장을 금지하기보다는 과잉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민영건강보험 상품에 본인부담액을 설정하거나 의료이용 실적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등의 ‘할인할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OECD 권고, 한국에도 적절한가?

한편, 민영건강보험에서 본인부담금을 보장할 경우 의료이용량을 증가시켜 건강보험재정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순천향대 김용하(경영학과) 교수는 “민영건강보험에서 본인부담금을 보장할 경우 의료이용량의 증가로 인해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민영건강보험의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효과분석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며 “의료이용자가 과중한 본인부담금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민영건강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행위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민영건강보험 가입률이 높기는 하지만 저소득계층을 포함한 중간 소득계층의 민영건강보험 가입자도 상당수 존재하는 만큼 국가입장에서는 민간의 자율적인 위험회피행위를 장려할 일이지, 제한할 일은 아니라는 게 그의 주장.

성균관대 김창기(경영학과) 교수도 “그동안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공백을 민간건강보험에서 수행해 왔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공보험의 보장기능을 강화하기 전에 민간건강보험의 보장기능부터 축소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은 환자 측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 의료기술 발달에 따른 원가 상승, 의료공급자의 과잉진료, 국민 소득 수준 향상 등 여러 가지 요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법정본인부담금 제한은 개인이 자신의 보험료부담으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의 한계를 넘는 부분에 대한 위험을 민영건강보험을 통해 보장받겠다는 것에 대해 정부가 한계를 설정하고 개입하는 것”이라며 “이는 헌법정신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경희대 정기택(의료경영학과) 교수는 “민영건강보험이 건강보험의 보충형이 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에서 어느 범위까지 언제까지 보장을 할 것인지 건강보험의 로드맵이 명확해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 정책을 살펴보면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가 질환중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보장성 확대 방침에 따르면 42개 질환군을 선정해 오는 2008년까지 보장성을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42개 질환군의 경우 이미 기존 생명보험사의 암, CI 보험과 중복된다는 것.

정 교수는 특히 “42개 질환에 해당되지 않은 중추신경계 질환의 경우 본인부담액이 1만원에서 900만원에 이르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건강보험료나 민영건강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하고 있으면서도 42개에서 제외됐다는 이유로 고액의 본인부담금을 고스란히 환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며 “이같은 사람이 8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정 교수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질환 중심의 보장’에서 ‘금액 중심의 보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건강보험 로드맵은 있나?

정부는 그러나 실손보장형 보험의 보장범위도 비급여 진료로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법정본인부담금 보장을 금지하려고 하는 것과 상당부분 같은 이유에서인데, 민영건강보험 가입자는 미가입자에 비해 의료이용량과 의료비 지출이 높은데 실손보장형 보험이 본격화될 경우 그 부분이 더욱 커질 것이고 그것이 건강보험 재정부담도 크게 증가시킬 것이라는 논리다.

따라서 정부는 실손보장형 보험을 비급여 진료에 한해 보장토록 함으로써 의료이용량과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더 나아가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몇몇 시민단체들은 또 “실손보장형 보험시장의 규모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과 반비례 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실손보장형 보험에 가입한 국민들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공보험의 보장성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실손보장형 보험은 법정본인부담금의 70%까지를 실비로 보장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국가가 정책적으로 설정해 놓은 최소한의 경제적 장벽을 인식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국가 보건정책의 중요한 수단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의대 이진석(의료관리학) 교수도 ‘민영의료보험법 제정을 위한 입법공청회’에서 “출시를 앞둔 실손보장형 보험은 국민건강보험과 갈등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공보험의 공백을 보완하거나 혁신적 의료기술의 적용과 고급서비스 제공이라는 점을 충족시키는 기능이 미비하다”며 “민영건강보험은 실손보장형을 금지하고 현행 정액보상형 보험을 본인부담 보충형에서 부가급여 보충형으로 전환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보험 보장성 확대에 부정적 영향 줄 것”

하지만 보험업계 등은 실손보장형 건강보험의 경우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이 높거나 우연적 원인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특정 질병 몇 가지만을 제외하고 보장하는 포괄주의 방식이기 때문에 오히려 보장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보험개발원 조용운 위원은 “정액형 민영건강보험의 경우 상품설계에 따라 보장질병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고, 보장수준 또한 보험료에 반영돼 있지만 실손보장형 보험의 경우 몇몇 질병을 제외한 모든 질병을 보장하도록 상품이 설계돼 있다”라며 “이는 오히려 피보험자의 경제력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즉, 정액형 보험에서는 발생 빈도가 높은 뇌졸중 중에서 뇌출혈만 보장하고 뇌경색과 기타 뇌혈관질환을 보장하지 않지만 실손보장형 보험의 경우 뇌경색과 기타 뇌혈관질환 등도 모두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위원은 또 “실손보장형 보험은 가입금액을 한도로 피보험자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 전액을 지급하기 때문에 정액형 보험에서 나타날 수 있는 피보험이익을 초과하는 이득이 발생하지 않아 고의사고 유발가능성이 적다”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보충형 민영건강보험은 실손보장형 보험이 중심적 역할을 하고 정액형 보험은 소득보상의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주장.

한편, 이에 대해 순천향대 김용하 교수는 “실손보장형 보험에 대한 규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실손보장형 상품이 의료량을 증가시킨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실상 보험사에서 실손보장형 상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작용을 주장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사용된 의료비 이상으로 보상하지 않는 게 실손보장형 보험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에 정액형 상품에 비해 의료의 과다 사용가능성이 적다고 밝혔다.

또한 실손보장형 상품은 보험계약법의 중복 혹은 초과보험의 조항에 의해 규제가 가능하지만 정액형 보험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보험원리로 보더라도 실손보장형 상품이 의료의 과다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분명한 장치를 가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실손보장형 상품이라 하더라도 정신적 해이의 가능성은 존재하므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손형보다 정액형 부작용이 더 커

한편, 손해보험협회 박종화 부장은 “실손보장형 보험 가입자 대부분은 혹시라도 다치거나 질병에 걸려 많은 돈을 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건강할 때 조금씩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정부 발표는 이를 제한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는 법정본인부담금을 보장하는 실손보장형 보험의 경우 의료이용량의 증가를 초래해 결국 건강보험재정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손보장형 보험의 경우 오히려 건강보험재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정부가 들고 있는 사례나 문제점은 모두 정액형 보험에 해당되는 것이라며 이는 정부의 정책이 애초부터 잘못된 것임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정부는 민영건강보험이 활성화될 경우 의료이용량 증가 등의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외국 사례 등을 제시하며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10년 전의 외국 상황”이라며 “선진국들은 민영보험을 통해 의료시스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본인부담 의료비용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는데 정부는 민영보험 시장을 위축시키면서까지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복심(열린우리당) 의원이 발의한 ‘민영의료보험법’과 관련해서도 찬반이 팽팽하다.

서울의대 이진석 교수는 “현재 수많은 민영건강보험 상품이 개발·판매되고 있지만 소비자는 개별 상품의 보장성과 보험료를 합리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며 “외국처럼 보험상품의 표준화를 통해 소비자의 실질적 선택권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민영건강보험 상품의 합리성을 제고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민영보험 업계의 자체적인 표준안이 아니라 국민건강보장을 위한 공보험과의 역할 설정과 소비자 보호를 고려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민영건강보험 상품의 표준화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금융당국 중심으로 이뤄진 관리감독체계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상품으로서의 재무적 관리감독 권한은 금융당국이, 국민건강보장과 관련된 측면의 관리감독권한은 보건당국이 행사하게 함으로써 민영건강보험 상품이 국민건강보장과 선순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민영건강보험 상품개발, 최소자본, 투자, 보험청구 등과 같은 재정기준, 원활한 보험시장 작동을 위한 제반사항은 현행처럼 금융감독원의 관리를 받도록 하되, 급여범위, 상품 표준화, 의무급여 목록, 고위험군에 대한 위험선택 및 선택적 탈퇴 금지, 건강상태에 따른 보험료 차등부과 금지, 지급률 하한선 설정, 소비자 정보제공 등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관리감독권한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

복지부가 관리감독 능력 있나?

이에 따라 장복심 의원은 ‘민영의료보험법 제정안’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장하는 보험급여 범위 이외의 질병·상해·간병에 관한 급여를 보장하는 보험을 ‘민영의료보험’이라 정의하고, 보장범위를 비급여 부분으로 제한하는 것은 물론 복지부 소속으로 ‘민간의료보험감독위원회’를 설치해 ▲민간의료보험업 허가 ▲민간의료보험 사업내역 보고 및 공시 ▲상품표준화 및 표준약관의 허가 및 공시 ▲상품의 비교·공시 및 허가 ▲신의료기술에 대한 진료비의 결정 및 고시 ▲표준보험료율 결정 등을 담당하도록 했다.

장 의원은 또 ▲상품의 표준화 및 표준약관 허가 ▲보험료 산정 ▲보장범위의 제한 ▲보험급여의 차등지급 금지 ▲가입자격 제한 금지 ▲가입자의 병력조사기간 제한 ▲보험사의 의료기관 선택 금지 등을 통해 보험가입자의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창보 국장은 “민영건강보험의 발전에 따라 보험가입자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피해를 예방하고 가입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라며 “그러나 현재의 보험업법은 민영건강보험으로 인한 가입자 피해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보하는 법안으로도 적합하지 않을 뿐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과 민영건강보험의 관계를 설명하기에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장 의원이 발의한 ‘민간의료보험법’은 현재의 민영건강보험을 활성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를 위축시키려는 법안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들도 많다.

순천향대 김용하 교수는 “시민단체 등에서 지적하고 있는 민영건강보험제도의 문제점은 그동안 소비자들이 꾸준하게 제기해 왔던 것이라는 점에서 보험업계가 경청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도 “‘민영의료보험법’ 제정과 관련해서는 민영건강보험이라는 것은 가입이 강제된 사회보험과 달리 임의적인 보험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험상품은 가입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단기적으로는 가입자의 눈을 가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가입자의 눈과 귀를 가릴 수는 없다”며 “의료행위에 대한 정부의 직간접적인 규제는 의료재의 성격상 반드시 필요하지만 의료보장과 관련된 현금보장 상품에 대해 보건의료적으로 감독해야 할 사항이 있는지는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민영건강보험 상품에 대한 규제는 어디까지나 보험수리적인 측면에서의 공정성 확보 여부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보험료 산정시 필요한 위험률에 대한 검증이 핵심”이라며 “제대로 된 위험률의 사용여부는 보험료 산정시 사용되는 위험률의 공개와 손해율의 적정성에 대한 판단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보험재정에 비전문가인 복지부가 민영의료보험법을 제정해 감독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용하 교수는 “민영의료보험법 제정하기보다는 시민단체 등에서 끊임없이 감시하여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토록 하는 게 시장왜곡을 더욱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영보험시장 존립 위태로워질 것”

성균관대 김창기 교수 또한 ‘국민건강보험제도 개선 및 민영건강보험 활성화 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민영의료보험법은 보험의 원리나 법 기술적인 측면에서 많은 하자를 내포하고 있다”라며 “현재 상태로 입법될 경우 민영건강보험의 활성화가 아니라 오히려 이를 교란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민영의료보험법은 보험자의 위험선택이나 고지의무 제도, 계약해지나 각종 통지의무에 관한 보험계약법의 기본 원리들을 상당부분 부인하거나 왜곡하고 있다”며 “법안이 도입돼 보험제도와 보험계약법의 기본 원리 시행이 불가능해지면 결국 이로 인한 모럴 해저드로 민영보험시장 자체의 존립기초가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해보험협회 안병재 상무도 “민영건강보험은 보험리스크가 매우 크고, 공보험과는 달리 고려해야 할 측면이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보험·금융 전문성을 가지고 관리·감독해야 소비자와 보험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며 “국민생활과 밀접한 민영건강보험 정책은 파급효과를 다각적으로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면서 민영의료보험법 제정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편, 민영건강보험에 대한 최근 정부 정책 발표로 국내 보험업계가 대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유럽 최대 건강보험 전문회사인 DKV(Deutsche Krankenversicherung AG)가 한국 진출을 결정하고, 현지 사무소를 오픈하는 등 내년 하반기 상품 출시를 목적으로 본격적인 영업채비를 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유럽 최대의 건강보험 회사가 온다

DKV는 지난 2002년 한국에 들어온 이후 지난해 4월 정식으로 한국사무소를 오픈했다.

DKV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재보험 회사인 Munich Re 그룹의 계열사로 1927년 설립돼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최대 건강보험 전문회사.

현재 국내에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실손보장형 보험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보험회사라고 할 수 있다.

DKV는 특히 건강보험만을 취급하는 세계 유일의 보험회사로 2005년 현재 독일 내 300만 가입자, 유럽 내 60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연간 수입 보험료만도 50억 유로나 된다.

유럽은 물론 중동지역, 중국 등에서 이미 다양한 시스템의 경험을 쌓아왔다는 DKV 페터 파예-룬트(Petter Faye-Lund, MD) 사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매우 경쟁이 심하기는 하지만 크고 잘 발달된 보험시장을 가지고 있다”라며 “건강보험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보험사가 아직 없다는 점에서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인터뷰 전문>

페터 파예-룬트 사장은 “DKV는 건강보험을 제외하고 다른 보험상품들은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자국만의 독특한 공공보험제도를 가지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 진출했던 경험과 교훈을 통해 한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만들어 한국 건강관리 시스템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DKV의 기본 이념은 고객들이 평생동안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고액 및 장기간의 의료비 부담에서 보호한다는 데 있다”라며 “고객들이 적절한 부담으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DKV가 한국 시장에 내놓을 상품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DKV는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것 이외에도 공공보험에서 보장하지 않고 있는 비급여 진료나 요양, 간병, 질병 예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DKV는 다양한 상품을 통해 한국 보험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생각이며, 그동안 여러 나라에 진출하면서 쌓아 온 다양한 경험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과 연계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DKV 페터 파예-룬트 사장은 특히 최근 정부가 발표한 실손형 보험제도와 관련한 방침에 대해서도 “이는 비용통제수단인 법정본인부담금 제도를 통해 민영건강보험의 수요를 완하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당연히 한국의 보험회사들은 시장이 그만큼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길 리 없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가 실손보장형 보험의 보장 범위를 비급여로 제한한 것은 나름대로 민간보험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오히려 그동안 불가능했던 환자들의 진료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준 것, 의료공급자들과의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또 “민간보험 시장이 공정하고 경쟁적인 환경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민간 보험사들은 보험공단과의 협력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이 절감될 수 있도록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보험사들, 상품개발 해 놓고도 출시 고민

그러나 외국계 보험사들이 한국 시장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내다보고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이때 국내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 업계들은 민영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정책 방향으로 인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5년 하반기부터 생명보험사의 개인단위의 실손보장형 민영건강보험 상품판매가 허용됐지만 삼성생명이나 교보생명 등 국내 대형 보험사들은 1년이 넘도록 본격적인 출시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당초 보험업계는 물론 의료계 관계자들은 전체 민영건강보험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생명보험사들이 개인 단위의 실손보장형 보험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할 경우 그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특히 실손보장형 상품 등 민영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정책의 방향을 예의주시하며 출시를 미뤄왔다.

하지만 보험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요즘은 상품을 출시하는 게 오히려 보험사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출시할지 말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

K 생명보험사 한 관계자는 “실제로 내년 출시를 목표로 실손보장형 상품을 준비해 놓기는 했지만 법정본인부담금 보장을 금지하고, 보장범위를 비급여로 제한한다는 정부의 발표 때문에 현재로서는 정확한 출시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며 “상품을 출시하는 게 나은지, 아니면 출시하지 않는 게 나은지를 검토한 후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상당한 금액을 투자해 개발한 상품이 오히려 내놓지 않은 것만도 못하게 될까봐 확신이 선 다음에야 내놓겠다는 것이다.

한편, 민영건강보험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던 학계 및 보험 관련 전문가들은 오히려 정부의 ‘민영의료보험법’ 제정 및 실손보장형 보험에 대한 보장범위 축소 방침으로 인해 보험시장이 위축될 위기에 놓이자 안타까워하고 있다.

성균관대 보험문화연구센터 김창기 교수팀은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민영건강보험을 통해 의료시스템의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공적보험과 민영보험의 관계에 있어서도 요즘은 오히려 민영보험에 대한 법적 규제를 최소화하고 있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건강보험 부문에서 이뤄지고 있는 개혁은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시장의 역할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팀은 또 “선진국 대부분이 민영건강보험을 중복형 또는 본인부담, 부가급여 보충형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본인부담 보충형을 허용하는 이유는 본인부담 의료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데 있다”라며 “이는 또 국민의료에 대한 보장성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순천향대 김용하 교수도 “공공성이 강한 건강보험 시장에 있어서 공영건강보험과 민영건강보험의 역할 분담은 건강보험 시장의 형평성과 효율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정책이 될 것”이라며 “민영건강보험 시장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의료보장성 저하와 건강보험시장의 왜곡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국가는 국가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역할만을 분명히 하고,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처럼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상생의 길 모색해야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아팠을 때 치료비에 대한 부담을 덜 느끼며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건강보험재정이 튼튼해야 한다. 즉, 국민건강보험이 사회 안전망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국민들의 의료보장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재원조달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은 물론 급속한 노인인구 증가율로 인해 지출해야 할 돈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반해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 조차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어차피 정부가 국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재정을 지원할 수 없다면 이제라도 정부는 시장의 기능도 활용하는 게 필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와 업계가 싸울 게 아니라 서로 머리를 맞대어 국민건강보험과 민영건강보험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민영건강보험은 국민들이 적은 돈으로 최대한의 의료서비스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빠른 시일 내 늘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에는 민영보험으로 인해 국민들이 피해보지 않도록 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국민들의 의료보장성을 강화하고, 보험산업의 발전으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건강보험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에게 이같은 기회마저 박탈한다면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보장성을 강화하는 게 무엇인지 정부나 시민단체, 보험업계 및 학계가 모여 다시 한번 진지하게 논의해 봐야 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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