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협의체 구성 제안도 책임 떠넘기기 아니냐"
교수들도 정원 증원 유예부터 촉구 "대통령 결단하라"
신중한 의협 "협의체 참여 여부 언급 일러…아직 간극 커 "

2026년도 의대 정원까지 포함해 원점 재검토를 언급하며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이 나왔으나 의료계 반응은 부정적이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2026년도 의대 정원까지 포함해 원점 재검토를 언급하며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이 나왔으나 의료계 반응은 부정적이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2026년도' 의대 정원까지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당정 메시지에 젊은 의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핵심인 '2025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비켜났기 때문이다. 2025년도 정원 문제를 다루지 않는 한 여·야·의·정 협의체는 "책임 떠넘기기"로 전락할 뿐이라고 했다.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 A씨는 6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2026년도가 아니라 2025년도 의대 정원을 재논의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는 한 '의료계가 불통으로 일관하며 협의에 나서지 않아 의료대란이 발생했다'고 의료계를 탓하려는 여·야·정의 작업에 불과하다"고 했다.

충청권 대학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다 사직한 B씨 역시 "협의체 추진이 진정한 협의가 아닌 면피용이라는 의견도 나온다"며 "협의에 나서지 않은 의료계 때문에 상황이 악화됐다며 책임을 떠넘기려는 시도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정부의 문제 해결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서 "의료계도 무응답·무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 와서 협의체를 세워봐야 "의미 없다"고도 했다.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B씨는 "정부가 진정으로 사과하고 2025년도 정원을 원점 재검토하기로 못 박고 (협의체 운영을) 시작하더라도 이미 의료는 무너졌다. 너무 늦었다"고 했다.

진단검사의학과에서 근무했던 전공의 C씨 역시 "협의체 구성은 의미 없다"고 했다. "의료계조차 단체와 직역마다 의견이 너무 달라 하나의 의견을 도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이유다. 차라리 "정부와 여야가 먼저 납득할 만한 안을 제시하고 의료계가 개별적으로 복귀 혹은 사직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협의체 구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측에서도 '2025년도 정원'을 대전제로 뒀다.

충청권 의대에서 휴학한 D씨는 협의체 구성 제안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본다"고 했다. 그러나 D씨 역시 "2025학년도 정원을 논의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고 했다.

D씨는 "만약 협의체를 구성한다면 의료계 전문가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또한 협의체는 대한의사협회가 아니라 "이번 사태 직접 당사자"인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대표자가 참가해야 한다고 했다.

의대 교수들 "2025년 정원부터 논의해야…아니면 의미 無"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협의체 구성 제안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입장문을 내고 "2025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논의하지 않은 협의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전의교협은 "의료체계 붕괴로 국민의 고통이 현실화된 지금에 이르러서야" 여당과 정부가 "약속한 듯이 (2025년도가 아닌) 2026년 입학 정원을 재조정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말한다"면서 "진정 현재의 의료대란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제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정부는 2025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교육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요구했다. 다만 협의체 구성 제안 자체에는 환영 의사를 밝혔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이날 성명에서 "여당 대표의 협의체 구성 제안을 환영한다"면서 의대 정원 문제는 "상호존중을 전제로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의사 수 추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증원을 유예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의료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의료 시스템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현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로드맵을 마련하라"고 했다.

신중한 의협 "당장 결정 안 해…정치권과 간극 해소됐다 보기 일러"

의협은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당정이 '원점 재검토'까지 언급한 점은 긍정적이나 "의료계와 정치권 사이에 인식 차는 여전하다"고 했다.

의협 채동영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던 정치권이 이제는 원점 재검토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편으론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의료계와 정치권 간 인식의 간극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당장 의협의 협의체 참여 여부를 논할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여당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차별성을 강조하며 의료계 참여를 강조하고 있으나 그 전에 "의개특위보다 구성도 아젠다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협의체의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이 담보돼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는 한 "어떤 협의체도 수용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협의체 참여나 정치권과 대화를 두고 의료계 내부 의견이 엇갈리나 "교수와 전공의 등 의료계 구성원 목소리를 아울러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채 이사는 "중요한 것은 (협의체에) 누가 참가하느냐가 아니라 실제 정부 태도 변화를 확인하고 제대로 된 결과에 도달하느냐"라면서 "그 과정에서 교수와 전공의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협회는 지금도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