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전문가들 도입 필요성 역설

효과는 확인됐지만 비싸다. 그런데 비싼 약을 써야 할 곳이 갈수록 늘어난다. 이는 면역항암제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려 관심이 모아졌다.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면역항암제 도입 10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 모습 (ⓒ청년의사)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면역항암제 도입 10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 모습 (ⓒ청년의사)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주최한 ‘면역항암제 도입 10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선 면역항암제 급여 제도의 합리적 운영을 위해 ‘적응증 기반 약가 결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토론회에 자리한 정부는 이러한 주장에 별도의 급여 코드 마련 등 기술적 준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키트루다와 옵디보 등으로 대표되는 면역항암제는 2015년 폐얌에서 국내 최초로 허가를 받은 후 최근 수년 새 폐암 외 다양한 암종에서도 생존개선율을 입증하는 등 임상적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폐암은 물론 기타 암에서도 건강보험 급여등재 절차가 지연되면서 환자 접근성에 지적이 여전한 상황이다.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동덕여대 약학대학 유승래 교수는 ‘다적응증 면역항암제의 합리적 급여제도 운영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적응증 기반 약가 결정 제도(Indication-Based Pricing, IBP)’ 도입을 제안했다.

유승래 교수에 따르면, 의료기술평가(HTA) 시행 국가 중 영국, 호주,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적응증별 평가된 약가에 사용량을 가중해 단일 가중 평균가를 산출한다. 스위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는 정부 고시 가격은 동일하게 하되, 각 적응증별 환급률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등재 의약품 사후관리 제도의 '사용범위 확대 제도'를 신약 등재 제도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해 다적응증 약제 급여 등재를 관리하고 있다.

유 교수는 “IBP 도입에 따른 급여 확대 시 적응증별 임상적, 비용적 가치 평가를 통해 적응증별 가치에 따라 약가, 예상 청구금액, 위험분담제를 차등해야 환자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합리적 재정지출을 모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위해 적응증별, 환자 단위 모니터링과 ‘사후 관리’ 기반이 필요하다”며 “이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진료상 필수에 준하는 임상적 가치를 지님에도 비용-효과성 평가의 불확실성과 지연 문제가 클 경우, 일정 기간(3~5년) 동안 추가 적응증에 대한 재정 추계 및 허용 예산을 설정하는 ‘다년도 다적응증 관리계약(Multi -Year Multi-Indication)'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도 ‘면역항암제 도입 10년 : 임상현장의 변화와 접근성 확대의 필요’란 주제발표를 통해 유연한 면역항암제 급여 적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라선영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 도입된 면역항암제 중 키트루다는 26개 적응증 중 7개, 옵디보는 22개 적응증 중 6개에만 각각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라 교수는 “현재 국내 출시 면역항암제의 42개의 비급여 적응증에 해당하는 암환자는 전액 본인 부담을 하더라도 면역항암제를 투약할지 고민하며 투병 중”이라며 “한 약제에 여러 적응증이 추가된다는 이유로 꼭 필요한 환자에게 급여가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정부는 지속적 ‘사후 관리’로 급여제도 운영의 합리적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정해민 약제관리실장은 “비급여 항암제의 조속한 급여 등재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적응증 기반 약가 결정 제도는 적응증별 약가라든지 환급률이 달리 운영될 수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 별도의 급여 코드 발급, 보험금 별도 환급 방안 마련 등 건강보험 청구 체계의 변경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다적응증 약제 급여 제도는 선별 급여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서 환자의 치료 접근성과 동시에 약제의 임상적 혁신성, 비용 효과성, 재정 역량 그리고 청구 코드 별도 부여에 따른 행정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도입 방안을 찾겠다”면서도 "다만 이 경우 암종 추가로 인한 약가 인상이 발생할 수 있다. 암종별 본인부담이 상이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국희 약제관리실장은 “증가하는 재정 부담에도 불구하고 면역항암제의 환자 접근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효과 기대가 큰 신약은 등재에 속도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약의 조속한 급여 등재를 위해서는 등재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건 약효의 임상적 증거”라며 “제약사도 사후 효과를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는 등 노력해야 한다. 환자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민관이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오창현 보험약제과장은 “현재 급여 등재된 면역항암제는 폐암 위주인데, 앞으로는 급여가 적용되는 면역항암제가 없는 암종이 우선적으로 급여 등재될 수 있도록 신경쓸 것”이라며 “환자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면역항암제 급여 등재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 과장은 “면역항암제가 고가의 약이다 보니 제약사들이 재정분담안을 신경 써서 제출해야 급여권에 신속하게 안착할 수 있다”며 “약제 적정성 재평가, 기준 요건 재평가 등 여러 가지 ‘사후 관리’를 통해 합리적인 지출을 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해 희귀질환 환자가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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