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공동화 등으로 누적 적자 1745억
의료계 “골병 들어 사망하는 민간병원 모습”

2023년은 ‘의료’가 사회를 흔들었다. 청년의사는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10대 뉴스’와 그에 미치진 못해도 이슈가 된 사건을 ‘언저리 뉴스’로 선정해 2023년을 정리했다.

서울백병원은 지난 8월 31일부로 진료를 종료했다. 82년 역사를 자랑하던 서울백병원은 경영난으로 결국 폐원했다(ⓒ청년의사).
서울백병원은 지난 8월 31일부로 진료를 종료했다. 82년 역사를 자랑하던 서울백병원은 경영난으로 결국 폐원했다(ⓒ청년의사).

인제대 서울백병원이 지난 8월 31일 진료를 종료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경영 악화가 원인이었다. 서울 중구에 위치했지만 도심 공동화 현상 등으로 환자는 오히려 줄었다. 지난 20년간 누적 적자만 1,745억원이다.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TF를 구성해 외래 중심으로 전환하고 인력과 병상을 줄이는 등 수익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인제학원이 지난 2022년 12월부터 2023년 4월까지 5개월간 진행한 외부전문기관 경영컨설팅도 의료 관련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서울백병원 폐원 후 다른 용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 2011년과 2013년, 2019년에 진행된 외부전문기관 평가도 비슷해 서울백병원은 적자를 피할 수 없는 구조이며 매각 등 적극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폐원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서울백병원뿐 아니라 백중앙의료원 산하 병원들도 반발했다.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은 인제학원 이사회가 폐원을 의결하는 과정이 사립학교법과 정관을 위배했다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시와 정치권에도 부당함을 호소했다. 서울시는 서울백병원 부지 용도를 종합의료시설로 한정하는 도시계획시설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래도 서울백병원 폐원은 막지 못했다. 82년간 그 자리를 지켰던 서울백병원은 지난 8월 31일 문을 닫았다. 서울백병원 구성원은 일산·상계·부산·해운대백병원으로 전보됐으며 사직한 직원들도 상당수다.

의료계는 서울백병원이 한국 의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안타까워했다. 환자만 진료해서는 병원을 운영하고 유지하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이는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 도심도 마찬가지라며 “서울백병원 폐원은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민간의료기관들이 골병들어 사망하는 마지막 모습을 보여준다”(서울시의사회)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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