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건양대의료원 김종엽 의생명연구원장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바꾼 서비스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 최근 사람들의 일상, 나아가 인식까지 바꾼 서비스를 꼽으라면 '넷플릭스'를 떠올리게 된다. 콘텐츠를 구매하되 소유하진 않는 '구독형' 서비스인 넷플릭스는 순식간에 다양한 구독형 서비스를 양산하는 계기가 됐다. 돈을 주고 서비스를 구독하는 게 낯설지 않은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런 구독서비스를 의료계에 접목한다면 어떨까.

실제로 이런 시도가 꿈틀대고 있다. 대전시가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K-Health 국민의료 AI서비스 및 산업생태계 구축 사업'(이하 K-Health 사업)안에는 의료기관의 데이터를 필요한 기업에게 구독형 서비스로 제공하는 사업이 포함돼 있다. 이 사업은 2027년까지 5년 간 대전형 디지털 헬스케어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고 건양대학교병원이 참여기관으로 함께 한다.

건양대의료원 김종엽 의생명연구원장으로부터 ‘K-Health 국민의료 AI서비스 및 산업생태계 구축 사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건양대의료원 김종엽 의생명연구원장
건양대의료원 김종엽 의생명연구원장

- K-Health 사업 참여기관이다. 이 사업은 정확히 무슨 사업인가.

쉽게 말해 보건의료데이터를 활용해서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임상 실증을 돕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여전히 의료데이터의 유통은 원활하지 못하다. 이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이 사업의 목표는 무엇인가.

궁극적인 목적은 지금 1차, 2차, 3차 의료기관에 잠자고 있는 의료데이터를 제대로 유통하고, 기업들이 그 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기반의 의료기기 등 건강 증진 관련 어플 등을 개발해 그 편익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그동안 어플들은 대부분 3차 의료기관에서 쓸법한 것들만 개발돼 왔다. 그러나 실제로 환자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려면 1차 의료기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어플이 필요하다. 이 사업을 통해 1차 의료기관에서 쓸 만한 것들, 환자들이 직접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자는 거다. 예를 들어 이 사업에 포함돼 있는 케어 네트워크는 환자가 직접 영상CD를 손으로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다. 이런 식으로 시민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서비스를 개발해보자는 게 이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다.

케어 네트워크는 시민들이 1차에서 3차, 다시 3차에서 1차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의료기록을 복사하거나 직접 들고가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환자 본인도 자신의 의료기록에 접근 가능하고, 의료기관끼리도 의료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K-Health 사업에서 건양대병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데이터안심존 구축, 의료데이터 수집 및 임상자문, 임상검증, 지역의료기관 협력 및 현장 적용 연계 등을 맡고 있다. 데이터안심존은 의료기관 등에서 수집된 의료, 건강, 헬스케어 데이터를 수집 및 저장, 가공하고 수요기업 등의 요청에 따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독립형 데이터 안심존을 구성해서 수집가공된 데이터는 데이터의 반출을 철저히 관리하고 데이터의 질관리도 한다.

대전뿐만 아니라 타지역 혹은 타기업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이용 목적에 따라 의료데이터를 제공하며 수집가공된 의료데이터는 데이터 안심존에서만 활용가능하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가명화 솔루션을 구매했으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인증기준에 맞춰 데이터 안심존을 세팅했다. 독립적인 네트워크망을 구축했고 데이터 안심존 출입은 인증받은 사람만 가능하다. 물리적으로도 소프트웨어적으로도 독립된 공간이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

이렇게 가공한 데이터를 기업들에게 구독 방식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의료데이터는 민감한 데이터이므로 이를 보호하기 위해 의료 데이터를 빌려주고 반납 받는 형태로 데이터는 보호하고, 기업들의 활용도는 높이는 것이다.

-의료데이터 유통 플랫폼은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나.

그렇게 이해하면 가장 정확하다. 데이터를 다운받지는 못하지만 볼 수는 있는 형태다.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데이터 안심존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두 가지로 운영된다. 온라인으로 제공하기 어려운 데이터나 개인정보가 일부 포함돼 있어야만 연구가 가능한 분야도 있다. 데이터 안심존은 이런 정보를 포함한 연구도 지원할 수 있다.

-데이터안심존 구축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

건양대병원 안에 물리적인 공간 구축은 완료했고 데이터 수집만 남은 단계다. 우선 건양대병원의 데이터부터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1차 의료기관들과 협업해서 기업들의 수요에 맞는 데이터를 모을 생각이다.

-의료기관, 특히 1차 의료기관의 참여가 중요할 것 같은데.

맞다. 그래서 1차 의료기관이 고민하는 데이터 관리에 편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1차 의료기관은 데이터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며 적절한 인센티브 등을 제공해 참여도를 높이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이 사업을 알릴 계획이다. 무엇보다 국가가 진행하는 사업인만큼 믿고 참여해도 된다.

-1차 의료기관에 이어 데이터 안심존, 구독형 유통플랫폼 등 의료데이터를 활용할 기업의 참여도 중요할 것 같다.

그래서 사업 진행 5년 간 최소 6개의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온라인 데이터를 활용할 곳 3군데, 오프라인 데이터를 활용할 곳 3군데 정도로 계획 중이다.

-해당 모델이 성공하면 전국적인 서비스로 확대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기대해봐도 되나.

우리도 대전만의 사업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다. 전국으로 확산하는 게 목표다. (웃음)

- 궁극적으로 이 사업으로 일반 시민들 대전 시민들은 어떤 혜택을 볼 수 있나.

이 사업에 포함된 케어 네트워크가 시행되면 적어도 대전 시민들은 1차와 2, 3차 의료기관을 오갈 때 엑스레이 등 의료기록을 CD에 저장하지 않아도 된다. CD가 없어도 검사 결과를 공유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런 편의성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 진료의 연속성이 향상되면서 시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K헬스케어사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의료계 및 기업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처음 이메일 서비스가 나왔을 때 이메일로 업무를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메일로 모든 것을 한다. 병원에서 엑스레이 필름을 들고 다니던 게 10년 전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파일화 돼 컴퓨터로 보는 게 당연해졌다.

지금은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세상을 바꿨다. 짧은 시간 안에 지적노동물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것인데 이런 흐름은 의료계도 예외일 수 없다. 의료계를 둘러싼 상황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볼 때 의료기관들이 데이터 관리와 활용에 대한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앞으로 살아남지 못한다. 데이터 관리와 활용은 필수다. 그러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동참하셨으면 좋겠다. 국가가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원해줄 때 준비하는 게 비용도 적게 들고 시너지 측면에서도 좋다고 생각한다. 산업계는 정제된 데이터를 구하는 게 난제다. 이번 사업을 통해 데이터 플랫폼이 구축되면 기업들이 연구하기 편한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