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순 기자의 '꽉찬생각'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보건복지부와 ‘1대 1’ 논의 기구인 의료현안협의체 위원을 전면 교체하는 결정을 내렸다. 의대 정원 관련 논의에서 의료계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틀을 바꿔야 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의 이같은 결정이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여야 의원들 모두 ‘의협 때문에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늦어져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협 의료현안협의체 위원 교체에 대한 복지부 공식 입장은 없지만, 내부 이야기를 들어보면 논의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위원이 구성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원 교체 후 의협이 지금까지 논의됐던 내용을 부정하거나 크게 바꾸려는 시도를 하면, 복지부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렇다고 복지부가 의료현안협의체를 먼저 깰 가능성은 낮다.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한 필수‧지역의료 확충 논의의 무게 중심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로 옮겨가긴 했지만, 의료현안협의체가 깨지고 의료계가 강경모드로 전환되는 것은 좋은 그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협 위원 교체 후 시작되는 2기 의료현안협의체가 의협 입장에선 향후 논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복지부 입장에선 의료계와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중요한 자리가 되는 이유다.

때문에 의협도 복지부도 2기 의료현안협의체를 앞두고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말’이 오가는 자리가 아니라 ‘줄거 주고 받을거 받는’ 현실적인 논의의 장이 돼야 한다.

우선 의협 입장에서는 정부가 대통령까지 나서 이미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 확대를 확정한 상태에서 ‘의대 정원을 한명도 늘릴 수 없다’는 비현실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회원들의 불만이 있더라도 내부 정치력으로 의견을 모은 후 동의를 얻어 가장 현실적인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먼저 제시해 관철시키고, 회원들이 절대 동의하지 않을 의대 정원 1,000명 증원은 막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수‧지역의료 확충을 위해 정부가 마련 중인 정책 패키지를 통해 의료계가 얻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얻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사고 부담 완화,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개설 제한 등 회원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

복지부도 ‘검토하겠다’, ‘노력하겠다’가 아닌 실질적으로 의료 현장을 바꿀 수 있는 정책 추진을 약속해야 한다.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협이 제시하는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하고 정책화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약속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선언처럼 언제까지 어떤 정책을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어야 하며, 그에 따른 재정 소요까지 포함돼야 한다.

의협과 복지부는 지금까지 16차례 이어진 의료현안협의체마다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했다’고 말해왔다. 지금이야말로 신뢰를 바탕으로 양 측이 터놓고 이야기해 의료계와 정부, 나아가 국민이 바라는 정책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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