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요법연구회 주도 Young-PEARL 연구, 美‧韓서 허가 영향
"연구회 주도 임상으로, 전세계 유방암 환자 치료에 기여"

대한항암요법연구회(이하 연구회)가 진행한 연구가 미국과 한국에서 폐경 전 유방암 치료에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연구회는 그간 치료옵션이 제한됐던 폐경전 유방암 환자 치료에 중점을 두고 'Young-PEARL(KCSG-BR15-10)'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를 근거로 작년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이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련 치료제의 적응증을 확대했다. 해당 연구는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선정한 '2023년도 보건의료 R&D 우수 성과'로도 채택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일 Young-PEAR 연구를 근거로 폐경 전 호르몬수용체 양성 및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 음성(HR+/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1차 치료에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팔보시클립' 병용요법을 허가 승인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분과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분과

Young-PEARL 연구는 이전 '타목시펜' 치료 중 재발 또는 진행된 HR+/HER2- 유방암이 있는 19세 이상 폐경 전 환자 189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무작위배정 2상 연구로, 연구회 유방암분과에서 연구자 의뢰 임상시험으로 시행했다. 연구에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14개 의료기관의 종양내과 의사 다수가 참여했다.

연구 결과, 기존 항암화학요법인 '카페시타빈'을 대조군으로 CDK4/6억제제인 팔보시클립과 내분비요법인 '엑스메스탄',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GnRH agonist)인 '루프롤리드'를 병용해 질병 진행 위험을 34% 감소시켰다.

연구는 우수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아 2019년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19)에서 발표됐다. 또 국제학술지 란셋 온콜리지(Lancet Oncology)에도 게재됐다.

연구회는 발표 이후에도 추가적인 환자의 삶의 질 분석, 타목시펜 내성과 치료 효과의 연관성 분석, 바이오마커 분석 결과를 유럽종양학회(ESMO) 등 국제학회에서 발표했다.

Young-PEAR 연구 연구에 참여한 환자 중 현재 18명이 본 요법(아로마타제 억제제+팔보시클립 병용요법)을 이어가고 있으며, 전체 생존기간의 추적관찰 결과 분석을 앞두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방암은 폐경 후에 주로 호발하는 고형암으로 대부분의 유방암 치료제 임상시험은 폐경 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이에 따라 FDA 승인, 국내 허가도 폐경 후 여성에 국한돼 이뤄지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안권에서는 40~50대에서 가장 많은 유병률을 나타내 절반 가량의 환자가 폐경 전 여성이며, 병의 양상도 서양인에 비해 공격적이어서 호르몬 치료요법의 선택지가 폐경 후 환자에 비해 매우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국내 유방암의 역학적, 생물학적 동태를 고려해 기획된 Young-PEARL 연구는 한국인 폐경 전 유방암 환자 치료에 새로운 근거를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FDA 허가 확대에 기여하며 전세계 유방암 환자 치료 및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당 연구를 이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는 "한국에서는 30~40대 여성 사망원인 1위가 유방암으로 꼽히지만, 대부분의 암 치료 약물 개발이 이뤄지는 서구의 유방암 발병 연령인 폐경 후에 집중돼 있어 국제적으로 폐경 전의 젊은 유방암 환자의 경우 임상시험이나 치료제 투여의 기회로부터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Young-PEARL 연구는 범세계적인 다양성과 건강 형평성을 강조하는 학계의 트렌드와 최근 들어 그 유병률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방암 발병 특성에 따른 국내외 미충족 수요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제적인 시각에서 비주류인 환자들에게도 국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신의 치료 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민관학이 함께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Young-PEARL 연구는 박연희(삼성서울병원) 교수의 연구 책임하에 혈액종앙내과 전문의인 강석윤(아주대병원), 고수진(울산대병원), 김건민(연세암병원), 김민환(연세암병원), 김성배(서울아산병원), 김지연(삼성서울병원), 김지현(분당서울대병원), 김태용(서울대병원), 김한조(순천향대천안병원), 김희준(중앙대병원), 박인혜(고려대구로병원), 손주혁(연세암병원), 안진석(삼성서울병원), 안희경(가천대길병원), 이경은(이대서울병원), 이경훈(서울대병원), 이근석(국립암센터), 이문희(인하대병원), 이종인(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임석아(서울대병원), 임영혁(삼성서울병원), 정경해(서울아산병원) 교수가 함께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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