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 킴 교수, "생물학적제제 비용 부담, 환자와 의사 모두에 좌절"
"적절한 급여 시 입원 및 OCS 사용 감소 등 사회경제적 비용도 해결"

기관지확장제, 흡입용 스테로이드 제제(ICS) 등으로 대표되던 천식 약물치료 분야에 생물학적제제 등이 등장하면서 중증 천식의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인터루킨 억제제의 등장은 중증 천식 환자에서 표현형에 따른 치료 전략 수립을 가능케 만들었고, 호산구 수치는 천식의 중증도와 치료제의 효과를 예측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는 중증 천식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다섯 가지의 생물학적제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출시돼 있지만, 그 중 알레르기성 천식 치료제인 '오말리주맙(상품명 졸레어)'에만 보험급여가 적용될 뿐 나머지 호산구성 천식 치료에 사용되는 인터루킨 억제제는 모두 비급여인 상황.

특히, 스테로이드 의존성 중증 천식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국내 환경에서 직간접적인 의료비용을 줄여주고, 환자들의 임상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는 생물학적제제의 보험급여 요구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천식 치료 분야 석학인 맥마스터대학교 의과대학 해롤드 킴 교수(캐나다천식알레르기학회 전 회장)를 만나 캐나다의 중증 천식 치료 현황 및 생물학적제제의 처방 경험과 임상적 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맥마스터대학교 의과대학 해롤드 킴 교수
맥마스터대학교 의과대학 해롤드 킴 교수

-한국은 흡입형 스테로이드 제제(ICS) 사용 저조 및 경구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OCS) 과남용 등 천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캐나다의 경우 완벽하지는 않지만, 사망률과 입원율을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보다 상황이 명백히 낫긴 하다. 현재 캐나다 인구가 4,000만명 정도에 달하는데, 이 중 천식으로 인한 사망 케이스가 연간 250건 정도다. 한국 통계 대비 5배 정도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꽤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캐나다는 꽤 오래전부터 적절한 천식 증상 조절과 악화율 감소 필요성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들을 통해 캐나다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ICS 제제를 권장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천식의 경우 1차 의료기관에서의 관리도 매우 중요한데, 캐나다는 1차 의료기관에서부터 천식 치료 가이드라인을 잘 따를 수 있도록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환자가 아직 경증인 상태라 하더라도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증상 관리에 대한 안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현재 보다 나은 천식 치료 현황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캐나다 천식 환자들이 받고 있는, 즉 가이드라인에 충실한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기본적으로 환자에 대한 임상 병력과 진단적 검사를 토대로 천식 진단을 진행한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사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법들(특징적인 증상 및 가변적인 기류 제한 확인, 폐 기능 검사, 기관지 유발 검사, 알레르기 검사 등)을 이용해 정확한 진단이 선행된다. 이러한 진단을 통해 천식 환자가 맞다는 것이 확인되면 증상 완화를 도와주는 흡입형 치료제들을 우선적으로 사용한다. 흡입형 치료제로서는 '렐바(성분명 플루티카손/빌란테롤)', '심비코트(성분명 부데소니드/포르코테롤)' 등이 있고, 그 외 '벤토린(성분명 살부타몰)'과 같은 SABA(속효성 베타-2 작용제) 제제를 사용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ICS를 같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이후 단계로는 ICS를 더 조금 더 빈번하게 투약하는 등의 병용요법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스피리바(성분명 티오트로퓸브롬화물수하물)' 같은 LAMA(흡입지속성 항콜린제) 제제를 사용하거나 일반적으로 말하는 'ICS + LABA + LAMA' 3제 요법을 진행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화가 계속되거나 증상 조절이 어려울 경우 생물학적제제로 넘어가게 되는 단계적인 치료 과정을 거친다.

OCS의 사용은 캐나다 전문의 또는 1차 의료기관의 의료진 입장에서 일종의 치료 실패로 간주한다. 환자가 OCS를 1회만 사용하는 것도 치료에 대한 실패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3제 요법까지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1년에 1회 내지는 2회 정도 OCS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되면 생물학적제제를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ICS, LABA, LAMA를 모두 사용하고 있음에도 치료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OCS를 사용할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치료가 실패한 케이스로 보기 때문에 대부분 생물학적 제제를 그 다음 단계로 고려하고 있다.

-OCS 사용을 그토록 경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OCS 사용에는 예의주시해야 할 부작용이 상당히 많다. 몇 가지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만 꼽아도 골밀도 감소, 면역 억제, 백내장, 녹내장, 고혈압, 당뇨병, 정신과적 문제,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 억제 등 굉장히 많다. 이 외에도 더 많은 부작용들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부작용이 매우 심각한 것임은 다들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OCS를 간헐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도 환자들의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같은 내용은 덴마크에서 진행된 연구에 상당히 잘 정리돼 있는데, 그간 천식 환자에서는 OCS 사용의 문제점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으며, 실제 OCS를 간헐적으로라도 사용한 환자에서는 사망률과 부작용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 확인됐다.

지난 2013년 AACI(Allergy, Asthma & Clinical Immunology) 저널에도 OCS 부작용에 대한 대규모의 임상 논문이 게재된 바 있다. 해당 논문은 기본적으로 생물학적제제가 나와 있는 상황에서 OCS 부작용에 대해 널리 알리고, 환자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필요시 생물학적제제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진행됐다. 해당 논문은 현재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다.

-캐나다의 경우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천식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은 어떠한가.

캐나다는 연방 정부 산하 10개의 주(provinces)와 3개의 준주(territories)가 존재하고, 약제의 급여 등에 대해서는 각 주에서 관할하도록 돼 있다. 현재 제가 속해 있는 온타리오주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주로, 상당히 많은 수가 직장의료보험 등의 형식으로 사보험에 가입돼 있다. 또한 65세 이상의 고령자나 25세 이하의 국민은 정부 지원의 공공보험에 가입돼 있는 상태이다. 현재 천식 치료에 사용되는 생물학적제제들은(메폴리주맙, 레슬리주맙, 벤라리주맙, 오말리주맙, 두필루맙) 사보험이든, 공공보험이든 상관 없이 모두 급여가 적용된다. 천식 환자이면서 1년에 1~2회 정도 OCS 복용이 필요했던 경우라면,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급여 기준을 충족한다고 보고 있다.

저희 클리닉 경우에도 천식으로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가 현재 200명이 넘는 상황으로, 상당히 많은 환자들이 생물학적제제의 이득을 누리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생물학적제제의 유무가 삶에 있어서 정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실제 환자들이 누리게 되는 치료 효과 또한 극적이다. 생물학적제제 사용으로 인한 환자의 반응은 상당히 자명하게 나타나고, 질병 조절에 있어서 높은 개선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생물학적제제, 그 중에서도 인터루킨 억제제들이 개발되면서 중증 천식에 대한 치료 패턴도 변화하고 있는데.

지난 15년 사이 발견된 바에 의하면 호산구 수치가 높은 것과 천식 증상 유발, 호흡기 기능 이상 및 천식의 중증도 사이에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천식의 중증도에 있어 호산구 수치를 하나의 지표로 간주하게 된 것이다. IL-5 억제제인 '메폴리주맙'은 이러한 호산구 수치에 초점을 맞춰 천식 치료를 진행했을 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한 최초의 '호산구성' 천식 치료제라고 보면 된다.

현재 중증 천식 환자에서 증상 조절이 잘 되지 않아 OCS가 필요한 수준이 되면 표현형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는데, 보통 환자들의 호산구 수치, 호기 산화질소 수치, 호흡 상태나 알레르기 상태 등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가 어떠한 표현형에 해당하는지 파악한다. 이때 호산구 수치가 '150/μL 이상'이 나오게 되면 '메폴리주맙', '벤라리주맙', '레슬리주맙' 등의 IL-5 억제제 사용을 고려한다.

-전체 중증 천식 환자 중 호산구성 환자는 얼마나 되나. 또 호산구성 천식 환자의 경우 기존 천식 환자와 비교해 예후가 어떻게 다른지도 설명해달라.

맥마스터대학교 의과대학 해롤드 킴 교수
맥마스터대학교 의과대학 해롤드 킴 교수

모수로 보는 인구가 어떠한 집단인지에 따라 달라서 호산구성 천식을 가진 환자들의 비율은 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3년 전 제가 발표했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중증 천식 환자의 3분의 2, 즉 65~70% 정도의 환자들이 호산구성 천식인 것으로 파악됐다. 좀 더 최근에 발표된 글로벌 연구에서는 해당 수치를 상회하는 비율의 환자들이 호산구성 천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에는 한국 자료도 포함됐다.

15년 전만 해도 실제 호산구성 천식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다는 점을 과소평가하고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신경을 쓰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임상 경험과 대부분의 생물학적제제들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를 확인해 보면 환자들의 호산구 수치가 높을수록 중증 천식에 더 많이 해당된다는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또한 호산구 수치가 높은 환자일수록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반응이 더 크다는 것도 보고되고 있다. 예를 들어, 호산구 수치가 100/μL인 환자와 비교해 700~800/μL인 환자들은 생물학적제제에 대해서도 더 눈에 띄는 치료 반응을 나타낸다. 즉, 호산구 수치가 결국 질환의 중증도나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치료 반응 모두에 대한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알레르기성 천식 치료에 사용되는 '오말리주맙'을 제외하면, 중증 천식 치료에 급여가 적용되는 생물학적제제가 전무한 상황이다. 호산구성 천식 치료제들을 먼저 사용해본 입장에서 실제 리얼월드에서의 IL-5 억제제들의 효과는 어떤가.

메폴리주맙이 가장 먼저 개발된 만큼 실제 리얼월드연구 결과들도 잘 나와 있다. 2개 정도 언급하자면, 하나는 글로벌 다기관에서 진행된 REALITI-A 연구이고, 또 하나는 스페인에서 진행된 REDES 연구이다. 두 연구 모두가 상당히 좋은 결과들이 나왔고 잘 수행된 연구인데, 특히 지난 4월에 발표된 REDES 연구는 OCS 중단, 악화 감소, 천식 증상 개선, 호흡 제한 개선의 등과 같은 여러 가지 관해 요소를 전체적으로 살펴봤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연구였다. 그 결과 또한 무작위대조임상시험(RCT) 못지않거나, 그보다 더 나은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역시 고무적이었다.

의사들이 리얼월드데이터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RCT에서는 실제로 진료 현장에서 보는 많은 종류의 환자들이 제외되곤 하기 때문이다. 즉 리얼월드데이터가 일상적으로 보는 환자군을 더 잘 대변한다고 보기 때문에, 상당히 의미가 있다. 특히, REDES 연구에서는 호산구 수치가 150/μL 이하인 환자들에서도 메폴리주맙을 사용했을 때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OCS 사용 여부 및 환자의 연령과 관계없이 메폴리주맙 치료가 효과적이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런 결과는 이미 수년째 진료 시 실제 경험해왔던 부분이긴 하지만 연구 결과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의미 있었다.

-앞서 한국에서 중증 천식 치료에 생물학적제제 사용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말씀드렸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에 하시고 싶은 제언이 있다면.

지금 한국 상황을 비유하자면 메폴리주맙이 급여되기 전인 캐나다의 8년 전 상황과 유사하지 않을까 싶다. 치료제가 이미 나와 있고, 사용은 할 수 있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발생하는 상당히 좌절스러운 상황 말이다. 캐나다 역시 한국처럼 급여가 되지 않으면 처방이 이뤄지기 어렵다. 많은 환자들이 생물학적제제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보니 접근성을 위해서는 급여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현재 한국의 호흡기내과 또는 알레르기내과 전문의들이 괴로워하는 환자들을 보며 상당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들었는데, 저희도 이미 다 겪었던 상황들이라 상당히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환자들 역시 이미 자신의 증상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돼 있는데 경제적인 이유로 누리지 못하고 계속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힘들 것이다. 대부분의 중증 천식 환자들에게 생물학적제제와 같은 적절한 추가 조치를 해주면 증상이 훨씬 나아질 수 있는데, 환경적인 요인으로 사용이 어렵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상황이다.

한국 정부가 알아줬으면 하는 부분은 이 생물학적제제들에 대해 아주 훌륭한 연구들이 이미 다수 진행됐다는 점이다. 메폴리주맙만 하더라도 유효성과 관련해 아주 잘 수행된 RCT가 세 건이나 되고, OCS 사용 감소를 입증한 RCT도 한 건이 있다. 또 앞서 언급한 두 건의 리얼월드연구도 존재한다. 한국은 아직까지 생물학적제제 사용이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이 적절하게 급여권에 들어온다면 환자 개인의 임상적인 증상 및 삶의 질 개선은 물론 입원율 개선, OCS 사용률 감소와 같은 효과로 높은 의료비 지출이나 사회경제적 비용 문제도 상당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이런 요소들을 다각적으로 잘 검토하고 판단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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