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법 일방적으로 통과”
부분파업부터 시작해 총파업으로…시기는 미정
보건복지의료연대 차원 총선기획단 구성키로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들도 예상했던 결과였다. 하지만 일사천리로 처리되는 모습을 지켜본 이들은 참담해 했다.
27일 국회 본회의 결과에 반발하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에 이어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한 의협 이필수 회장은 “굉장히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렇게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법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과됐다는 것에 대해 너무 억울하고 참담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했다.
이에 13개 단체가 속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연대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목표다. 다음 주부터 오전이나 오후로 시간대를 나눠서 부분 파업을 진행하며 예열한 뒤 총파업을 진행한다. 총파업은 “적절한 시기를 신속하게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 대표들은 이날 저녁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연석회의를 같고 이같이 결정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강용수 회장도 회의 이후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로써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으로 인해 단식 투쟁을 시작한 단체장은 3명으로 늘었다.
또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번 투쟁을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총선)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이들은 간호법과 면허취소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선 더불어민주당을 대상으로 낙선 운동을 예고한 바 있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총선기획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지난 3년 동안 모든 의료인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지나자마자 의료인에게 과도할 정도로 면허 결격 사유를 확대하는 것은 너무하다”며 “진료 현장에서 실수를 저지르거나 잘못해서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 반사회적·반윤리적인 강력 범죄나 성폭력 등으로 면허가 취소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통사고나 단순 폭력 사고로 금고형 이상 받으면 면허가 취소되는 것은 너무 과도한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면허취소법 문제에 대해서 민주당뿐 아니라 여당인 국민의힘에 여러 번 얘기했다. 그러나 전혀 반영되지 않고 그대로 통과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회원들에게 죄송하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참담한 심정을 강력한 투쟁으로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바로 총파업에 들어가면 국민 불편과 혼란이 너무 크니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부분 파업을 하는 식으로 시작하겠다. 이 과정에서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해 총파업을 진행하겠다”며 “다른 단체들과 연대를 더욱 강화해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을 저지하겠다.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단체 모두 투쟁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곽 회장은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의사들의 투쟁 의지를 끌어 올리길 바란다고 했다. 곽 회장은 “보건복지의료연대 입장을 의협 비대위에 충분히 전달했다. 비대위 회의 결과를 지켜보고 만족스럽지 않다면 같이 갈 수 있을지도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단식 투쟁에 동참한 강 회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에서 발언하는 것을 보면서 소수 직역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낮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몇 번을 설명했는데도 소수 직역 얘기는 없이 의사와 간호사만의 문제로 보더라”며 “응급 상황에서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원팀이 돼야 하는데 이렇게 돼 유감이지만 보건복지의료연대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은 "오는 29일 대의원정기총회가 예정돼 있다. 오늘 결의된 여대 파업에 대한 대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동참을 이끌어 내겠다"며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 보건복지의료연대와 교류를 강화해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의협 박명하 비상대책위원장은 “보건복지의료연대와 논의해서 파업 시기와 방법을 구체화하겠다. 부분 파업도 단체별 상황에 맞춰 구체화해 다음 주 초에는 발표하겠다”고 했다.
13개 단체의 연대 총파업에 대한 비판 여론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장인호 회장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도 파업을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그래서 회의도 길어졌다”며 “효과적이고 강력한 투쟁에 초점을 맞춰 의협 비대위와 함께 논의해 총파업 날짜를 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한방사선사협회 한정환 회장은 “이 단계까지 오게 된 상황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국민을 볼모로 잡으려는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이 상황을 정확히 알리기 위해 파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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