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피험자 과반수가 부적격자, 건강진단서 위조도 서슴지 않아

카피 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제약회사의 의뢰를 받아 약학대학 등에서 실시되고 있는 '생물학적 약효동등성 시험(인체효능시험, 이하 생동성시험)'이 피험자의 선정기준이 무시된 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미 시판되고 있는 139개 의약품 가운데 상당수가 시험기준에 적합하지 않았으나 생동성시험 및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 심의를 버젓이 통과해 시중에 시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는 의약분업이 전면적으로 시행된 지난 8월 1일 이후 정부가 생동성시험을 통과한 의약품에 대해 대체조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거진 것이어서 이에 대한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손희정 의원(한나라당)은 지난달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제출한 국감자료를 분석한 결과, 제약회사들이 주요 대학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27개 생동성시험 결과 중 서울 S대 K교수, J대 C교수, 또다른 서울 S대 J교수, 전남 J대 L교수 등이 인체효능시험을 하면서 식약청 고시로 돼 있는 생동성시험기준에 따르지 않고 18, 19세의 미성년자를 대거 참여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시험에 참가한 피험자들 가운데 체중 과다, 체중 미만자가 상당수 있었고, 피험자들의 검진부적격자 비율을 조사한 결과 대다수가 50% 이상의 부적격 비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부 대학의 경우 피험자의 건강진단서를 위조한 사례가 적발됐으며, 어처구니없게도 이 분야에서 권위 있는 국내 유명대학의 교수들이 생동성시험에서 시험약과 대조약을 선정함에 있어 캅셀제와 정제간 생동성시험을 실시하는 등 국내 생동성시험이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손 의원은 또 약품에 따라 며칠씩 공동생활을 하게 되어 있는 피험자 대부분이 첫날만 숙박하고 귀가조치를 받는 등 실험에 참가한 피험자의 관리기준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피험자의 인권까지 무시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식약청 고시에서는 시험의 공정성과 피험자의 보호를 위해 심사위원 중 1인 이상을 변호사 또는 종교인등의 비전문인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일부 시험에 관련기관 공무원이나 특허청 공무원이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들 대부분의 생동성시험이 식약청은 물론 중앙약심을 통과해 허가를 받아 이미 시중에 시판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앙약심은 이러한 규정 위반 사실을 알면서도 결과를 승인했고, 이러한 선례에 의해 앞으로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시험 결과를 승인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편, 이렇게 생동성시험이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의약품이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요인으로는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학연 등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더욱이 시험을 담당한 교수 일부가 중앙약심 위원을 겸하고 있다는 점도 커다란 문제로 지적되고 있고, 일각에서는 제약회사들의 로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카피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 실시되고 있는 생동성시험기준 및 심사기준 모두 대대적인 보완·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시판중인 전문의약품의 약효 및 안전성에 대한 전면 재검토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지영 기자 molly97@fromdoctor.com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