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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대장암은 확 줄고, 위암은 여전한 이유김철중의 감별진단
  •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 승인 2016.1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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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암 발생 패턴은 수시로 변한다. 다이내믹한 한국 사회 변화가 한국인의 몸에 그대로 담긴 형태다. 암 발생과 생존에는 그 나라의 흡연·식이·운동 등 생활 문화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 제도나 의료 행태도 암 발생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대장암을 보자. 수년 전 대장암은 발생 증가 속도가 세계 1위였다. 해마다 가파르게 늘어나 한국인의 전통암 위암을 곧 제칠 추세였다. 그러다 3~4년 전부터 대장암 발생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신규 대장암 환자가 2만6,978명이었는데, 이는 전년보다 3.2%나 감소한 수치다. 암 발생 통계에서 이 정도 수치면 대단한 것이다. 놀라운 변화다. 한국인이 느닷없이 복부비만을 줄이고, 고기 섭취량을 낮추고, 운동을 열심히 한 것일까. 설사 그렇게 했다고 치더라도 그 항암 효과는 십년 후에나 나올 것이다.

그럼 대장암은 왜 준 것일까. 비결은 대장내시경에 있다고 본다. 2010년 들어 대장 내시경 건수는 매년 200만 건에 이른다. 준비하기도 어려운 대장내시경을 이렇게 엄청나게 많이 했을까. 이유는 의료 수가의 아이러니에 있다. 대장 내시경 수가 자체는 파격적으로 낮다. 소화기내과 의사들은 원가에도 못 미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시술 건수가 많은 것은 대장 내시경 특성상 거의 모두 수면 마취로 하기 때문이다. 수면 마취는 비급여이기에 병원이 알아서 책정할 수 있고, 거기서 수익을 남겼다. 수면 마취를 해야 내시경 시술이 수익 나는 이상한 형태지만, 대장 내시경이 활성화된 배경이다.

거기에 갈 곳 잃은 외과 의사들이 대거 대장 내시경에 뛰어든 영향도 있다. 한국 의사들은 손이 빨라서 대장내시경을 손쉽게 잘한다.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해야 살아남는 의료 행위 구조다.

어찌됐건 그 결과로 엄청난 양의 폴립이 제거됐다. 장년층에서는 10명 중 4명에서 폴립이 발견된다. 산술적으로 한해 200만건의 대장내시경이 이뤄졌으니, 매년 80만 명의 환자로부터 수없이 많은 폴립이 제거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장암 싹수를 대거 잘라버린 것이다. 그러니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대장암 발생 건수가 드라마틱하게 내려갔다.

반면 위암은 어떨까. 위암도 발생률이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도가 더디다. 과잉진단 여지가 있는 갑상선암을 빼고 수십년간 한국인 암 발생 1위다. 위 내시경의 활성화로 초기 위암 상태로 발견되는 비율이 70% 정도다. 그 덕에 생존율은 10년 전 57.7%에서 74.4%로 크게 올랐다. 발생률이 눈에 띄게 떨어지려면 위암 발생 위험 요인인 짜고, 절이고, 삭힌 음식 섭취를 줄여야 한다. 식습관과 관련된 것이기에 그 변화는 천천히 이뤄지기 마련이다.

일본은 2001년부터 위암 사망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 배경에는 위암 발생 요인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항생제 치료를 의료보험에서 지원했기 때문이다. 증상에 상관없이 감염이 확인되면 저렴하게 치료 받도록 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위궤양이 있어야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일본은 그 정책으로 2014년 한해 위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1만6000여명을 줄인 것으로 추산된다. 항생제 치료 비용을 치르고도 몇 배의 의료보험 재정을 아꼈다는 평가다. 의료 정책이 암 발생을 줄이는 분야가 어디 한두 개 이겠는가.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금연 치료 지원 사업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갈수록 고령사회다. 암 발생은 계속 늘 태세다. 국민 3~4명 중에 한 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두 집안마다 암 경험자가 있는 상황이다. 암 진단과 발생 억제 의료에 충분한 수가 보상을 해주고 건강보험을 쏟아 부어야 한다. 그래야 국가 의료비는 줄이고, 국민은 건강하게 오래산다.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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