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심리학과 건강

일반적으로 자신보다 상황이 ‘나은’ 사람과의 상향비교(upward comparison)는 좌절과 우울함 등의 부정적 정서를 불러오는 반면, 자신보다 상황이 더 ‘나쁜’ 사람과의 하향비교(downward comparison)는 안도감과 감사함, 행복감 등의 긍정적 정서를 불러온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건강심리학리뷰지(Health psychology review)에 실린 Danielle Arigo 등의 리뷰논문에 의하면 환자들에게 있어서는 하향비교도 좋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기존 연구들 중 암, 심혈관질환, 당뇨 등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교 효과를 살펴본 연구 37개를 살펴보았다. 우선 환자들의 경우 평소에도 다른 환자들과 자신의 건강상태를 자주 비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다른 단계보다 병의 ‘초기’ 단계에 있을 때 더 비교를 자주 한다는 결과들이 있었다고 한다.

흥미로웠던 점은 비교의 ‘결과’였는데, 일반인들의 경우 하향비교 후에는 대체로 기분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나 환자들의 경우는 그런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또한 다수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는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자기보다 더 상태가 안 좋은 사람을 보고 자신의 상태와 비교하게 했는데 환자들의 부정적 정서가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반면 자기보다 더 나은 상태의 환자들과 상향비교하게 했을 때에도 (일반인들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불편감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원인에 대해 연구자들은 환자들의 경우도 일반인들처럼 자기보다 상태가 안 좋은 사람을 보며 안도감을, 자기보다 상태가 좋은 사람을 보며 불행을 느끼곤 하지만 추가적으로 자기보다 상태가 안 좋은 사람을 볼 때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불안과 두려움을, 또 상태가 좋은 사람을 볼 때 역시 나도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즉, 같은 환자 또는 같은 입장에 처한 사람으로서 다른 환자의 불행은 곧 나의 불행일 수도 있으며 역시 다른 환자의 행복은 곧 나의 행복이자 희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의 경우 옆의 있는 사람의 불행 또는 행복이 자기 자신과 유리된 단순 비교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환자들 포함, 힘든 사람들에게 “너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다”는 말을 하곤 한다. 도덕적으로도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도 별로 좋은 위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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