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수의 시장조사로 본 세상

만족도 조사나 서비스 모니터링 조사를 진행하는 기업, 금융기관, 공공기관의 경우 정기적으로 조사를 꾸준히 진행한다. 만족도 조사를 진행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제품 또는 서비스의 질 향상을 통한 기업의 수익 증가에 기여일까?


다른 산업의 만족도 조사를 주로 진행하는 리서처는 이론적으로는 그래야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기업들은 왜 만족도 조사나 모니터링 조사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일까? 일부 기업의 만족도 조사는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s, KPI)로 활용하기 때문이고 현재 이를 대체할 수단이 딱히 없기 때문인 거 같다고 한다.

그렇다면 병원 만족도 조사는?

국내 병원에서 만족도 조사에 꾸준히 투자를 할 수 있는 병원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병원의 수익 문제는 복잡미묘한 한국의 보건의료상황과 얽혀 있어서 단순히 만족도 조사와 수익과의 연관관계를 논하기도 어렵다. 만약 만족도 조사 결과가 기업처럼 수익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거나 KPI로 활용된다면 상당수의 병원들이 만족도 조사를 모두 진행하고 있었을 것이다. 환자경험평가 결과를 수가에 반영한다고 하니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

실제로 필자에게 병원 만족도 조사는 문의는 종종 있지만 프로젝트로 성사되는 확률 낮은 유형 중 하나이다. 문의를 해 온 병원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경과와 결정을 한 이유를 확인하는 작업을 항상 해오고 있는데 성사가 되지 않은 이유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응답의 유형은 ’예상했던 비용보다 훨씬 높아서 진행할 엄두가 안 난다’, ‘비용이 높아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등이다.

그러나 최근 3개월 간 작년 동기 대비 병원 만족도 조사 문의가 부쩍 늘었다. 의뢰 건수가 3배 정도 증가했다. 이는 환자경험평가제도로 병원 만족도 조사는 더 이상 수요가 없지 않을까 하는 당초 예상을 뒤엎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심평원 조사 평가 도구를 가져와서 조사를 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일부 병원에서는 이미 심평원 평가도구를 이용해서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환자경험 평가제도를 앞두고 병원들이 나름대로 대비하려고 하는 모습인 거 같다.

지난 주 한국병원경영학회 추계학술대회에 참석하여 환자경험평가제도에 대한 세션에 참석한 관련 전문가, 병원 관계자, 환자단체 대표의 토론을 흥미롭게 경청했다. 특히 병원관계자들의 집중된 관심과 절실함이 느껴졌다. 필자도 ‘성공적인 병원 만족도 조사의 수행과 결과의 활용’이라는 제목으로 학술세미나 세션에서 발표를 했는데 몇 년 후에는 ‘성공적인 환자경험평가제도 대비 조사의 수행과 결과의 활용’으로 제목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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