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英 난임전문가 영국 글래스고대학병원 스콧 넬슨 산부인과 교수

“자동화된 AMH 검사가 난임 치료 성공률 높여…여성 정기검진에 포함돼야”

난임, 출산을 바라마지 않는 부부에겐 너무나 고통스런 단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불임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21만여명으로 부부 10쌍 중 1쌍은 난임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는 5년 전인 2009년에 비해 13.5%로 증가한 수치다. 난임으로 고통받는 부부가 흔치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심각하게 낮아지면서, 난임은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각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난임 부부에 대한 지원을 확대, 올해 8월 ‘난임 부부 전면 지원 확대’ 관련 보완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는 10월부터 아이를 원하는 난임 부부에게 소득에 관계없이 난임 시술 의료비를 지원하고, 난임 시술 관련 제반 비용(검사·마취·약제 등)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열린 대한진단검사의학회 'LMCE(Laboratory Medicine Congress & Exhibition) 2016' 국제학술대회 연자로 방한한 난임 전문가 영국 글래스고대학병원 산부인과 스콧 넬슨 교수는 새로운 검사법의 등장으로 난임도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피력해 주목을 받았다. 넬슨 교수에게 난임 검사법의 변화와 치료 트렌드에 대해 들었다.


-한국은 난임률이 높아지면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영국은 어떤가?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영국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을 겪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난임율은 증가하고 있다. 여성들의 평균 출산 연령이 늦어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최근에는 체외수정 시술이 각광을 받으면서 많은 난임 부부들이 체외수정 시술을 시도하고 있다. 난임 환자의 체외수정 시술 시 ‘AMH(Anti-Mullerian hormone)은 테스트’를 통해 환자 맞춤화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AMH 테스트는 여성의 난소기능 측정 및 진단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바이오마커로서 환자의 적정 치료용량(dosage) 조절이 가능하다.
(AMH는 체내조직의 성장과 분화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난임 치료 등을 위해 활용되는 지표다. 이전까진 수동적인 방법으로 검사가 이뤄져왔으나, 최근 자동으로 검사하는 시스템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난임 검사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특히 AMH 테스트를 강조한 이유는 뭔가.
여성 난임 검사는 난포자극호로몬(FSH), 황체형성호르몬(LH), 에스트라디올(estradiol) 등의 호르몬 수치를 확인하거나 초음파상의 동난포 개수(AFC) 등을 통해 판단할 수 있다.
AMH 테스트는 이러한 검사들에 비해 우수하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졌다. 체외수정 시술과 난소 수정률 간의 상관관계를 비교한 국제 다기관 무작위 대조연구에서는 AMH 테스트 그룹이 AFC 대조군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정률을 나타냈다. 이 외에 6건의 국제 임상연구를 통해 ▲AMH 테스트를 단독으로 사용한 경우 ▲AMH 테스트, FSH, AFC, 연령 등을 함께 고려해 난임 검사를 진행했을 때의 검사 값을 비교한 결과, AMH 테스트를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 보다 신뢰도 높은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여러 검사를 할 때 보다 AMH 테스트 하나만 했을 때 더 우수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의아하다.
AFC는 직경 1~10mm 정도의 동난포(미성숙난포) 수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초음파를 통해 동난포 개수를 사람의 눈으로 직접 측정한다. 아무래도 관찰자마다 값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항뮬러관호르몬과 동난포 모두 동일한 난포에서 생성되지만 AFC는 정밀성이 다소 떨어진다. 동난포에 대한 품질관리(QC)가 잘 이뤄지지 않고 관찰자 별로 측정 값에 대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FSH은 생리 2~5일 후에 호르몬을 측정하는 방법인데, 이 방법 또한 생리주기에 따라 결과 값의 차이가 크다. 연령은 난자의 질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나, 정확한 난자 수를 파악하긴 어렵다. 실제로 20~35세 여성을 상, 하위 5%씩 각각 그룹을 나눠 난자 수를 파악한 결과, 동일한 연령이라도 난자 수가 거의 100배 정도 차이가 났다. 즉, 연령은 난자의 수를 파악하기에 적절치 않은 검사다. 심혈관 질환의 경우, 기존 연령, 혈압, 가족력 등을 대체할 새로운 표지자 검사들이 점차 개발된 것처럼 난임 분야에서도 난자의 질, 개수 등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표지자 검사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는 체외수정 시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최근 자동화 AMH 검사법이 등장했다. 이전 검사법과의 차이는?
가장 큰 차이점은 ‘정밀성(repeatability)’이다. 기존에 수동적 방식으로 진행됐던 AMH 테스트는 동일한 샘플이라도 환경적 변수(장소, 시기 등)에 따라 결과 값의 차이가 크다. 표준화된 플랫폼인 전자동화된 AMH 테스트는 소위 사람의 착오로 인해 발생하는 ‘휴먼에러(human error)’를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여러 외부적인 환경적 변수들에 영향을 덜 받는다. 혈액채취 방법에 있어 혈청(serum) 또는 플라즈마(plasma)를 채취하든, 채취한 샘플을 냉장 혹은 상온보관 하든 환경적 요인에 관계없이 5일 동안은 항상 동일한 검사 값을 얻을 수 있다. 특히 검사시간이 18분에 불과해 신속하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넬슨 박사가 언급한 AMH 자동화 검사시스템은 로슈진단의 ‘Elecsys®AMH 테스트’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신의료기술 허가를 받았다)

-영국에선 AMH 테스트나 체외수정 시술 등과 관련해 어떤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나.
영국 공공의료서비스(NHS)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AMH 테스트를 권장하지만 ‘반드시 전자동화된 검사법을 따라야 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검사 방법까지 명시되어 있진 않다. 하지만 전자동화된 플랫폼이 가진 장점이 많아 2014년 전자동화된 AMH 테스트가 승인된 이후, 영국 내 주요 병원에서는 기존 매뉴얼 방식에서 전자동화 방식의 AMH 테스트로 바꾸는 등 AMH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다.

-전자동화된 AMH 테스트로 변경한 후, 영국 난임 검사율에도 변화가 있었나?
AMH 테스트는 다른 난임 검사들에 비해 장점이 많다. 영국에서는 체외수정 시술 또는 난임 검사를 받는 모든 여성이라면 AMH 테스트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앞서 AMH 검사의 유용성에 대해 언급하며, 근거로 들었던 6건의 국제임상연구들도 전자동화된 AMH 테스트로 진행된 것인가?
아니다. 이전 방식의 AMH 테스트로 진행됐다. 이 방식은 결과 편차가 발생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검사법에 비해 AMH 테스트 결과 값이 더 우수하게 나타났다. 최근 로슈진단의 전자동화된 플랫폼을 사용해 진행된 무작위 임상연구에서도 난소 기능과 AMH 수치 간의 높은 상관관계 확인할 수 있었다.

-AMH 테스트를 이용한 난임 치료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부탁드린다.
글래스고대학병원에서는 2007년부터 AMH 수치에 따라 환자 맞춤형 체외수정 시술법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AMH 수치가 굉장히 낮다면 난자 수를 증가시키는 데에 1차 치료 목적을 두고, AMH 수치가 굉장히 높게 나왔다면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한 치료에 집중한다. 또 고순도 호르몬이나 FSH 호르몬 재조합제제를 사용할 지 여부도 AMH 수치에 따라 결정한다. 지난주 페링제약(Ferring Pharmaceuticals)이 개발한 난임 치료제 ‘레코벨(Rekovelle)’이 유럽에서 시판승인 신청을 발표했는데 이 치료제는 로슈진단의 전자동화된 플랫폼을 통해 AMH 테스트를 진행한 후 환자 체중을 고려해 환자 개개인의 치료 용량을 결정하도록 도와준다.

-AMH를 이용한 조기 난소기능검사의 의미는?
여성들은 조기 난소기능검사를 통해 잔존 난자 수를 미리 확인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생식능력과 앞으로 다가올 폐경 시기 등을 파악할 수 있으며, 필요 시 의료진 통해 조기에 난임 치료를 받을 수 있다. AMH 테스트는 난임을 겪는 여성뿐만 아니라, 건강한 여성들도 자신의 잔존 난자 수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받을 수 있다. 건강한 여성들은 검사 전만 해도 몸에 전혀 이상이 없는 줄 알았지만 실제 AMH 테스트를 해보면 AMH 수치가 굉장히 낮게 나와 체외수정 시술을 바로 시작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또, 미혼여성들은 AMH 수치가 낮다면 미리 난자동결을 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예컨대 내 환자 중 27세의 미혼인 여성기자가 있었는데, AMH 테스트 결과 수치가 낮게 나왔다. 이 여성은 당장 결혼 계획이 없고 커리어에 좀 더 집중하고자 난자 동결을 선택했다. 영국 런던에서는 전체 체외수정 시술의 5분의 1이 동결난자를 통한 시술인데, 당장 가정을 꾸릴 계획이 없더라도 미래를 위해 미리 난자동결을 하려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30세의 두 여성이 정기적으로 AMH 테스트를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한 여성은 AMH 수치가 높게 나온 반면 다른 여성은 AMH 수치가 낮게 나왔다면, 이 두 여성은 AMH 테스트 결과에 따라 각자 다른 가족 계획이나 치료법을 대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AMH 테스트를 통해 언제까지 자연임신을 시도한 뒤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할 지에 대한 결정도 내릴 수 있다.

-AMH 검사가 난임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뜻인가.
AMH는 체외수정 시술 외에도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며 대표적으로 잔존하는 난자의 수를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로, 25세 이상의 여성에게 AMH 테스트를 진행해 잔존 난자 수를 파악하고 폐경 시기 등을 예측할 수 있다. 한국은 산부인과 정기검진 시스템이 잘 갖춰진 것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AMH 테스트를 난임 검사의 필수 항목으로 포함시킨다면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생식 능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미리 예측하고 자연임신을 시도하더라도 임신 성공에 있어 훨씬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1차 의료적 차원에서 본다면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측정이 쉽지 않는 질환이다. 하지만 전자동화된 AMH 테스트는 혈액채취만으로도 검사가 가능해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질환을 발견할 수 있다. 항암화학요법을 받을 때도 난임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항암치료 전 AMH 테스트를 진행해 미리 환자의 생식능력을 파악하고 필요 시엔 난자동결 등을 통해 난임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AMH 테스트가 실제 사용된 지 오래 되진 않았지만) AMH 테스트가 궁극적으로 임신 성공률에 기여했다는 것을 증명한 연구가 있나?
AMH 테스트가 체외수정 시술의 성공률을 높이는데 있어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종단연구 사례가 있다. 글래스고대학병원에서는 AMH 테스트 결과 값을 기반으로 환자들을 차등 분배해 각각 다른 치료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AMH 테스트 도입 전 3년 간의 치료결과와 AMH 테스트 도입 후 2년 간의 치료결과를 서로 비교·대조해 환자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실제로 AMH 테스트 도입 전과 도입 후의 체외수정 시술 성공률을 비교했을 때 약 66% 차이가 있었다.

-AMH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 시작연령이 있는가? 또한 검사 시기에 따라 편차가 거의 없다고 했는데, AMH 테스트를 받았다면 이후 다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는가?
AMH 수치는 난포의 발달과 그 궤적을 같이 하고 있다. 사춘기 이후 AMH 수치가 점차 높아지다가 25세에 수치가 정점에 도달하고 폐경기가 가까워질수록 AMH 수치는 점점 떨어진다. 건강한 25세 이상의 여성이라면 모두 AMH 테스트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AMH 수치는 개개인의 퍼센타일(percentile)에 따라 변화하는데, 체외수정 시술의 경우 대개 시술 1년 전에 AMH 테스트를 하고 이후 2~3년 주기로 검사를 진행해 퍼센타일의 궤적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난소기능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나?
현재 난소기능을 개선시킬 수 있는 의료적 치료 방법은 없다. 생활습관을 개선해 난소기능을 개선시킬 수 방법으로는 금연이 가장 중요하다. 흡연은 난포 수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하며 흡연 여성은 비흡연 여성보다 폐경기를 더 빨리 맞게 된다. 난소기능 개선을 위해 여러 보충제나 약물적인 시도를 하지만 난소기능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키는 방법은 아니다.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APAC)에서 성장호르몬을 체외수정 시술에 사용해 대규모 임상연구를 진행했는데, 난소기능 강화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테스토스테론을 프라이밍(priming)하는 방법 또한 별다른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국가 차원의 정기검진 시스템이 잘 구비되어 있고 난임 치료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하지만 정기검진 시스템에 포함되기 위해선 비용적인 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AMH 검사의 경제성을 평가한다면.
AMH 테스트는 기존의 난임 검사들을 대체할 수 있는 비용효과적인(cost-effective) 테스트다. FSH, LH, 에스트라디올 등의 호르몬 검사를 수차례 받는 것보다 AMH 테스트를 한 번 진행하는 게 난임 치료에 유용한 정보들을 더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체외수정 시술을 받는 환자들이 AMH 테스트를 정기적으로 받도록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AMH 테스트의 개선할 점은?
난임 치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 의료진 대상 난임 치료교육, AMH 테스트 결과 값의 올바른 해석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의료진들은 다양한 생물학적 요소들로 인해 AMH 결과 값을 정확하게 해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영국에서도 과거 AMH 테스트 검사법과 관련해 문제가 많았지만, 최근 2년간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 결과 현재 많은 내분비과 및 부인과에서 AMH 테스트를 상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의료진들의 AMH 테스트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AMH 결과 값을 보다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수동적 방식의 난임 검사는 결과 값에 대한 편차가 심해 해석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현재 전자동화된 AMH 테스트는 큰 편차 없이 동일한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어 영국의 경우, 일반의(GP), 내분비과, 종양과, 부인과 등 대부분의 의료 분야에서 AMH 테스트가 일상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AMH 테스트 관련 국제 표준화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확실하게 품질이 입증된 검사법이 현재까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동화된 플랫폼을 통해 검사 결과의 편차를 줄이고 동일한 검사결과를 얻을 수 있게 돼, 조만간 국제 표준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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