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공시 문제와 신약개발은 다른 문제…항암제 개발 특성도 살펴봐야

한미약품이 개발한 표적항암치료제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현재 올리타를 둘러싼 문제는 안전성,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과정 상 문제, 고의적인 늑장 공시 의혹 등이다.

한미약품 논란의 골자는 글로벌 임상시험 중에 사망자가 발생하고,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맺은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파기다. 특히 제넨텍과의 1조원 규모 계약을 공시한 지 하루 만에 베링거인겔하임의 계약 파기 공시가 나와, 금융감독원이 부정 주식 거래가 없었는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세계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던 한미약품이 암초를 만난 것이다.

현재까지 보고된 올리타 임상시험 중 발생한 사망사례는 총 2건이다. 중대한 피부이상반응인 독성표피괴사용해(TEN)가 나타난 환자 1명이 올리타 허가 전인 올해 4월 사망했다. 이는 바로 식약처에 보고됐고, 식약처는 곧바로 해당 병원을 찾아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처 조사 결과 이 사망사건이 올리타로 인한 것인지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고, 이에 한미약품은 3상을 조건부로 허가를 받고 지난 5월 약물을 출시했다.

하지만 지난 6월과 9월 또다시 독성표피괴사용해(TEN)와 스티븐스존슨증후군(SJS) 환자가 발생했다. 독성표피괴사용해가 나타난 환자는 회복했지만, 스티븐슨존슨증후군이 발생한 환자는 사망했다. 스티븐슨존슨증후군 환자는 기저질환인 폐암이 진행돼 사망했다. 즉, 지금까지 올리타 약물과의 인과관계가 밝혀진 사망사례는 1건인 것이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 9월 30일 이같은 사실을 발표하며 신규환자에게는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이미 사용 중인 환자는 의료인의 판단 하에 신중하게 투여토록 권고했다.

또한 4일에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회의를 개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판매중지 등 후속조치를 할 계획이다. 최악의 경우 신약 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다.

일단 한미약품은 사망사례 발생으로 인한 허가 취소는 과하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 손지웅 부사장은 지난 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리타로 인한 부작용 3건 중 약제와 관련성이 밝혀진 것은 1건이다. 약물의 위험과 이득을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현재 전문가 그룹이 추가 평가를 진행 중”이라며 ”전 세계 허가기관에 해당 이상반응을 보고했지만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한 허가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고 밝혔다.

폐암 전문가들도 허가 취소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는 “경쟁약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없었다면 독성이 나타났어도 (효과나 안전성 측면에서)받아들일 수준이지만 경쟁약물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오시머티닙이 있는 상황이지만 올무티닙 약 자체를 버린다는 것은 성급한 것 같다. (약제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일부에서는 식약처가 성급하게 신속심사 과정을 통해 약물을 허가해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모 제약사 관계자는 “올리타는 식약처의 허가과정상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등도 신속심사를 허가를 내주는 사례가 있다”며 “허가를 내준 후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FDA는 제품 허가를 취소하기도 한다. 허가 자체가 문제되진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출시된 내성표적치료제는 한미약품의 올리타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유일한데 만약 타그리소가 없었거나, 타그리소의 임상결과가 (올리타와)비슷하다면 충분히 감내하고 쓸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올리타 임상 과정 중에 발생한 사망사례는 안타깝지만 신약 개발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식약처의 허가과정 및 부작용 보고 등 후속조치는 적절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이 국내 신약개발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돼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신약을 개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항암제라는 특성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다 사망 사례가 나올 수 있다. 항암제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들은 기대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신약 개발 트렌드는 항암제, 희귀질환치료제 등 개발하기 어려운 분야에 집중돼 있다. 국내 제약사가 이 분야에 도전해서 이정도 성과를 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면죄부를 주자는 게 아니라 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 그리고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부작용 논란과 더해 불거지고 있는 공시 지연 문제는 조사를 통해 잘못된 점이 밝혀지면 그에 따라 조치가 취해져야 겠지만, 그로 인해 신약 자체가 평가돼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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