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SSRI 처방기준 합의안 마련…12월 1일 시행
정신과 의뢰 필요한 경우 외 타과 60일내 반복 처방
신경과 등 "환영한다" vs 정신과 우려 여전해

(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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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문가들과 논의 끝에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 처방기준을 완화한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정신건강의학과와 그 외 타과 의사들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SSRI 항우울제 급여기준 관련 질의 및 응답’을 통해 변경된 SSRI 처방기준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공개했다. SSRI 항우울제 급여기준은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변경된 급여기준의 핵심은 ‘정신건강의학과의 자문 의뢰 필요 여부’다.

기존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의 SSRI 처방을 60일로 제한했다면, 오는 12월 1일부터는 2주 이상 우울 증상이 계속되고 ‘정신건강의학과로 자문 의뢰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면 상용량으로 1회 처방 시 60일 범위 내 환자 상태에 따라 반복 처방할 수 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자문 의뢰가 필요한 상황을 ▲정신건강의학과 의뢰가 필요한 경우와 ▲정신건강의학과 의뢰가 지체 없이 필요한 경우로 각각 구분해 기준을 마련했다.

먼저 정신건강의학과 자문 의뢰가 필요한 경우는 ▲한두 가지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치료 1년 이내에 재발한 경우 ▲양극성 장애가 의심되는 경우 ▲환자 또는 가족이 전과를 요구하는 경우 ▲자살 생각이 지속되는 경우 ▲알코올 또는 약물남용, 인격 장애 등 공존 질환이 있는 경우 ▲중증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경우 ▲자기 관리가 안 되는 경우 등이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의뢰가 지체 없이 필요한 경우는 ▲자살 계획이 있는 경우 ▲정신병적 증상이 있는 경우 ▲증상이 심하고 심한 불안이 동반된 경우 ▲자기 관리가 심하게 안 되는 경우 ▲타인을 위험하게 할 수 있는 경우 등이다.

그간 SSRI 처방 규제 제한 개선을 촉구해 온 신경과 등은 적극적인 우울증 치료로 자살로 이어지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SSRI 처방 기준 완화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신경과 전문의는 23일 청년의사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우울증 유병률이 고혈압·당뇨 수준으로 높다. 내과나 신경계 질환으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우울증을 호소하지만 그간 치료 문턱이 높아 치료가 잘 안 됐던 것도 사실”이라며 “정신과만 우울증 환자를 봐서는 해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우울증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SSRI 처방기준 완화는 상당히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며 “우울증 치료제인 항우울제가 위험한 약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정 약제를 특정과에서 반드시 써야 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SSRI 처방기준 변경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반쪽짜리 치료”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회장은 “타 진료과 의사들이 그동안 SSRI 처방을 아예 못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SSRI 처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는 의미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회장은 “정신건강의학과의원만 하더라도 전국에 충분히 많이 분포해 있어 문턱이 낮은 상황에서 SSRI 처방기준 완화로 인해 오히려 반쪽짜리 치료가 되지 않을가 우려도 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1차 우울증 외래 적정성 평가’ 결과를 예로 들었다. 평가결과, 1등급 우수 의료기관은 전체 4,224곳 중 15.4%인 651곳에 그쳤다. 그 중 80%를 차지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90.5%(589곳)를 차지했다.

1등급 의원의 진료과는 대부분 정신건강의학과로 나타났으며, 일부 신경과 등도 포함됐다.

김 회장은 “우울증 적정성 평가 결과에서도 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부분에서 치료 결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타 진료과의 경우 그렇지 못한 결과를 봐서는 초기 우울증 관련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 같은 부분은 우려된다”고 했다.

복지부는 향후 임상근거자료와 적정성 평가 결과 등이 축적되면 SSRI 처방기준이 변경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일차의료용 우울증 임상진료지침과 우울증 외래 적정성 평가 결과, 진료심사평가위원회 및 관련 학회 자문 의견 등을 참조해 우울증 환자의 적정 진료 지원을 위해 질의응답을 안내했다”며 “이는 임상근거자료와 적정성 평가 결과 등이 축적되면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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