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소원 판결 전까지 비급여 진료비 제출 거부"
"비급여 진료비 제출, 정부 플랫폼 활성화 사업 일환"
박태근 회장 "政, 협회에 의료인 자율징계권 넘겨야"

대한치과의사협회가 '비급여 진료 내역 보고' 의무화 조치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급여 진료비와 내역 보고를 의무화하도록 개정된 의료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결론날 때까지 관련 자료 제출을 전면 거부하고 대한의사협회 등과 연대해 별도 플랫폼도 구축한다.

치협은 22일 서울 교대역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치과의사 회원의 50%가 올해 비급여 진료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2022년도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위한 자료제출 기한은 지난달 26일까지였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 내역 보고를 의무화한 의료법은 지난해 6월 30일 시행됐지만, 의료계 반대와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유예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유예를 끝내고 조만간 제도를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서울시치과의사회, 서울시의사회, 서울시한의사회는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 등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치협도 헌법 소원에 보조참가인으로 참가하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22일 서울 교대역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급여 진료 자료 제출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청년의사).
대한치과의사협회는 22일 서울 교대역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급여 진료 자료 제출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청년의사).

치협 신인철 비급여대책위원장은 “정부의 나열식 비급여 가격 공개 문제가 컸으며 회원들의 (비급여 진료비 자료 제출 거부) 요구도 있었다”며 “현재 비급여 내역 보고 의무화 헌법 소원에 보조참가인으로 참여 중인데, 법무법인과 헌법학자를 대리인으로 의견서를 제출했다. 헌법소원에 집중하기 위해 비급여 진료비 자료 제출을 전면 거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해 대부분의 회원들이 비급여 진료비 자료를 제출했지만 올해는 (회원의) 50%가 거부한 상태”라며 “헌법소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한시적으로 전면 거부하겠다고 복지부에 전달했으며, 복지부도 충분히 감안할 것이라 생각한다. 회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비급여 진료비 자료 제출이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활성화 정책의 일환이라고도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5일 ‘경제 규제혁신 TF’ 회의를 열고 의료광고 금지 조항인 의료법 제56조와 비급여 진료비 고지 관련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2에 대한 유권해석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에 비급여 진료비 정보 게재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치협과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해 이에 반대했다.

신 위원장은 “비급여 진료비 자료 제출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정부가 모든 자료를 모으고 이를 4차 산업,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책 추진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의협, 한의협과 연합해 공동으로 대응했다. 비급여 보고 의무화 제도도 함께 저지하고 있다”고 했다.

의협·대한변호사협회·대한건축사협회와 함께 하는 ‘올바른 플랫폼 정책 연대’를 통해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공공 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외연 확장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치협 홍수연 부회장은 “플랫폼에서 공유되는 정보를 누가 소유하고 유통하는지, 정보로 인한 이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가 중요하다”며 “치협이 개발한 구인구직 사이트 ‘치과인’을 공공 데이터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며, 다른 단체도 공공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공공 플랫폼 소비에 대한 전문가적인 선례를 만들겠다”고 했다.

홍 부회장은 “결이 다르긴 하지만 카카오 사태로 피해를 본 직역 중에 택시 운전사도 있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등과 연대해 플랫폼의 공공화와 올바른 플랫폼 안착을 위해 대오를 꾸려 활동할 것”이라고 했다.

박태근 회장은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자율징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근 회장은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자율징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가 추진 중인 자율징계권을 확보에 대해서도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협 박태근 회장은 “정부가 의료인을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그럴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스스로 협회에 권한을 넘겨야 한다”며 “권한은 주지 않으면서 늘어나는 의료인 관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의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했다.

박 회장은 “협회가 칼자루를 쥐고 휘두를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대부분의 선량한 의료인은 자율징계권에 별로 관심이 없을 수 있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일수록 법에 민감하다. 자율징계권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평가된 치과 급여 진료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도 했다.

박 회장은 “그동안 치과는 비급여로 보상을 받는다는 이유로 급여 진료가 상당히 저평가돼 왔다. 하지만 최근 비급여 진료가 과도한 경쟁이나 정부의 간섭으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급여 진료 부분을 개선해달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니 발치와 신경 치료의 경우 세계적인 수준의 치료 기술을 갖고 있지만, 수가는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우리나라의 소득 수준이 미국의 3분의 1인데, 수가가 그 정도로만 개선돼도 치과의사들이 병원 경영을 걱정하지 않고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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