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긴밀한 협력 치료' 아시아서 처음으로 학습
인하대병원 NICU 변화…카우치 등 '가족실' 신설
"가족 중심 치료, 이른둥이 발달 도움…치료 효과↑"

이른둥이 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매년 출생률은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는 상황이지만 이른둥이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47만200명이던 출생아 수는 2020년 27만2,300명으로 19만7,900명 감소했다. 반면 37주 미만 출생아 비중은 2010년 5.8%에서 2020년 8.5%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저체중 출생아 비중도 4.9%에서 6.8%로 증가했다.

이른둥이는 재태 기간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신생아로 면역체계가 약하고, 신체 장기가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호흡기를 비롯한 여러 장기에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위험성이 높아 적절한 치료와 보살핌이 필요하다.

이에 일반적으로 이른둥이 등 고위험 신생아는 부모와 분리돼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서 의료진의 케어를 받는다.

해외에서는 이른둥이 치료에 '캥거루 케어'와 같은 '가족 중심 치료'가 보편적 치료로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낯설다. 하지만 가족 중심 치료가 이른둥이 발달과 입원 기간 단축에 효과적인 것은 물론 부모들의 정신적 안정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인하대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NICU 내 '가족 중심 치료' 프로세스를 도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인하대병원은 이른둥이 회복을 돕는 가족 중심 치료를 위해 '가족실'을 신설했다. 인하대병원 NICU 내 가족 중심 치료 도입은 소아청소년과 이주영 교수가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이 교수는 지난 15일 청년의사와 만나 가족 중심 치료 중요성을 설명하며 이른둥이 같은 고위험 신생아일수록 부모와 접촉을 통해 친밀감을 높이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른둥이를 그냥 살리는 게 아니라 잘 살려야 하는 시대가 왔다"며 가족 중심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핀란드에서 온 '부모와 긴밀한 협력 치료'…아시아 첫번째

인하대병원은 의료진 중심 치료에서 환자와 보호자 의견이 존중되는 가족 중심 치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치료 문화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인하대병원이 선택한 곳은 바로 핀란드 투르크대학병원이다.

핀란드 투르크대학병원 NICU는 독립된 공간이 마련돼 있어 외부 소음 차단을 줄일 수 있다. 부모와 접촉을 통해 정서적, 정신적 발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핀란드 투르크대학병원 NICU는 독립된 공간이 마련돼 있어 외부 소음 차단을 줄일 수 있다. 부모와 접촉을 통해 정서적, 정신적 발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핀란드 투르크대학병원은 가족 중심 치료 문화 개발과 정착을 이끈 곳으로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부모와의 긴밀한 협력 치료'라는 의료진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0년간 스페인, 체코 등 인근 유럽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의료진에게도 전파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가장 처음 교육받았다.

이 교수와 인하대병원 NICU 소속 간호사 2명, 임상 전문 간호사 1명은 지난 6월 투르크대학병원을 찾아 의료진 교육 프로그램과 부모 중심 치료 프로세스 기술 등으로 구성된 가족 중심 치료 모델을 체험하고 국내로 돌아왔다.

특히, 가족 중심 돌봄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존중과 존엄, 정보 공유, 돌봄과 의사결정 참여, 환자·가족·의료진 간 협력 등을 위해 핀란드 의료현장에서 '베드 사이드 티칭'(bed-side teaching)을 수련했다.

이 교수는 "한국이 세계 4번째로 교육을 받았고, 체코와 일본이 대기하고 있다"며 "의료진이 먼저 신생아와 부모 중심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와 필요한 기술을 선제적으로 익혀야 한다. 중요한 것은 NICU 내 보호자들이 머물고, 의료진과 같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하대병원이 '가족 중심 치료'를 강조하며 이른둥이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이유는 이른둥이 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가 지난 2016년 발표한 '신생아에 대한 캥거루 케어 결과: 메타분석(Kangaroo Mother Care and Neonatal Outcomes: A Meta-analysis)에 따르면 캥거루 케어는 기존 일반적 치료 방법과 비교해 신생아 치료성적을 향상시킨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망률 36% 감소 ▲패혈증 47% 감소 ▲모유 수유 성공률 39% 증가 ▲NICU 재입원 58% 감소 효과가 있었다.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주영 교수는 지난 15일 청년의사와 만나 가족 중심 치료 중요성을 설명했다(ⓒ청년의사).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주영 교수는 지난 15일 청년의사와 만나 가족 중심 치료 중요성을 설명했다(ⓒ청년의사).

이 교수는 "고위험 신생아 대부분 출생 직후 NICU에 입원한다. 뱃속에 있어야 하는 아기들이 여러 처치로 인해 과도한 빛과 소음에 노출되고, 부모와 분리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며 "이는 정서적, 정신적 발달 결과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뇌신경 발달에 매우 중요한 시기에 NICU에서 치료를 받는 이른둥이들은 더 일찍 태어난 아이일수록 주의력결핍 과행동장애(ADHD) 위험이 높다"며 "가족 중심 치료를 시행할 경우 아기들의 스트레스가 줄고, 정서·정신적 발달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입원 기간도 줄어든다"고 했다.

이 교수는 "부모와 영아의 친밀함을 지원하는 돌봄 접근 방식을 지원해야 한다. 많은 연구를 통해 가족 중심 치료가 이른둥이 신경인지 발달을 향상시키고, 감염과 사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 밝혀졌다"고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최근 이른둥이 치료 지침을 변경하며 캥거루 케어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WHO는 생존가능성을 이유로 부모가 앞가슴에 수직 위치로 신생아를 안고 일정 시간 동안 피부를 맞대고 있는 것을 새로운 치료 지침으로 정했다. 이 지침은 호흡 보조, 기계적 인공호흡이 필요하거나 쇼크 상태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신 37주 전이나 체중 2.5kg 미만으로 태어난 모든 유아에게 적용된다.

기존에는 아기가 인큐베이터나 온열기에서 안정화된 후에만 캥거루 케어를 시작할 것을 권고했었다.

인하대병원 NICU 변화…캥거루 케어 카우치 등 '가족실' 신설

가까이서 가족 중심 치료를 경험하고 돌아온 이 교수는 이를 토대로 인하대병원 NICU 변화를 주도했다.

실제 인하대병원 NICU에는 보호자가 캥거루 케어를 실시할 수 있도록 커튼과 칸막이, 보호자 카우치가 생겼다. 이를 통해 인큐베이터 속 아이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의자에 앉아 같은 눈높이에서 마주 보고, 케어할 수 있게 됐다.

인하대병원 NICU는 커튼과 칸막이, 보호자 카우치가 설치돼 보호자가 직접 캥거루 케어를 실시할 수 있다.
인하대병원 NICU는 커튼과 칸막이, 보호자 카우치가 설치돼 보호자가 직접 캥거루 케어를 실시할 수 있다.

보호자는 신생아 인큐베이터 옆에서 환자를 직접 관찰하고, 접촉할 수 있다. 직접 돌봄이 가능해지면서 모니터 알람과 의료기기 소음을 엄마, 아빠 등 보호자 목소리로 차단할 수 있다. 실제 부모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보호자 카우치를 이용해 직접 돌봄을 실시하며 아이와 정서적 유대감을 키우고 있다.

또 내년 2월에는 신생아 전용 목욕 수전, 보호자 침대가 마련된 독립된 가족 병실, 보호자 라운지 등 의료와 생활을 접목한 공간이 구축된다. 이를 통해 부모는 퇴원 전 아이를 밤샘 케어할 수 있어 퇴원 계획을 적절히 세울 수 있고, 가정에서의 돌봄 능력을 높일 수 있다.

인하대병원은 이른둥이 중증도에 따라 캥거루 케어를 적용할 계획이다. 중증도가 낮은 환자를 대상으로 부모에게 캥거루 케어 선택권을 주고, 이에 따라 가족 중심 치료 공간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교수는 "중증도가 높은 환자의 경우 감염 우려 때문에 보호자가 걱정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시행할 때는 중증도 낮은 환자를 대상으로 부모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며 "현재 인하대병원 NICU는 4개의 방으로 구성됐다. 이 중 2개는 커튼과 칸막이, 보호자 카우치가 마련된 가족 중심 치료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핀란드는 10년의 기간 동안 실제 임상을 해왔기 때문에 충분한 데이터가 있고, 인큐베이터 옆에 보호자가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며 "가족 중심 치료는 의료진 중심에서 환자 가족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것이다.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을 의료진과 함께할 수 있도록 부모를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캥거루 케어로 이른둥이의 입원 기간이 단축되고, 치료 질이 향상된다면 장기적으로 의료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캥거루 케어가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의료진 교육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가족이 직접 아기를 돌봄 하는 영역이 늘어나기 때문에 간호 인력이 더 투입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보호자가 직접 수유를 하고, 투약 및 기저귀 갈기, 목욕 등에 참여하게 됨으로 간호사들은 더 전문적인 일을 담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보호자 가족이 미숙한 아기를 적절하게 다루고, 집에 갈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의료진에 의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에 대해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입원 기간이 단축되는 만큼 의료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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