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학회, 세부전문과 ‘두경부외과’ 핀셋 지원 요구
응급상황 기관절개술 및 두경부암 수술 ‘필수의료 분야’ 강조
신종감염병 대응 ‘이비인후과의원’ “필수의료로 고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게티이미지

“두경부외과 펠로우는 전국에 4명이 전부다. 반면 빅5병원 외과 갑상선 분야는 펠로우만 4명이다. 지금은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5~10년 뒤 두경부외과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이세영 보험이사는 두경부외과에 숨통을 트일 ‘기관절개술’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25일 이비인후과학회가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이비인후과학회가 ‘필수의료로서 이비인후과의 역할’에 대해 알리는 자리였으나, 이 보험이사는 오래 지나지 않아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두경부암 환자 수술을 위해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 보험이사는 중앙대병원에서 유일하게 두경부암 수술을 할 수 있는 이비인후과 의사다. 50대에 들어선 이 보험이사는 후학을 양성하고 싶어도 지원자가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비인후과의 세부전문과인 두경부외과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련하겠다는 전문의들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비인후과학회에 따르면 전국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두경부외과 의사는 총 154명이다. 이 중 활발하게 수술하는 의사는 70~80명이 전부다. 두경부외과 수련병원이 약 70곳인 점을 고려하면 두경부외과 의사는 병원 당 1명이 대부분인 셈이다.

하지만 국내 두경부암은 급격히 늘고 있다. 두경부암 연간 발생 건수를 살펴보면, 2002년 3,316건에서 2010년 4,143건, 2019년 5,613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후두암, 인두암, 구강암 등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고난도 수술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에 후학 양성이 절실하지만 업무강도가 높은 반면 저수가로 병원 경영에 도움을 주는 진료 분야가 아니다보니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비인후과학회는 ‘기피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진료과 중심으로 ‘수가’를 가산해 주던 정부 정책이 오히려 ‘필수의료 분야’ 기피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비인후과학회는 외과를 예로 들었다.

보건복지부는 수가 인상과 전공의 확보율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정책적 판단 하에 전공의 기피 과목 활성화 방안에 주안점을 둔 수가 정책을 지난 2009년 시행했다. 이에 동일한 수술이더라도 외과에서 시행하면 20% 가산이 더해지게 된 것.

두경부외과와 외과에서 모두 하는 ‘갑상선악성종양근치수술’의 경우 건강보험 수가는 88만810원이지만 이 수술을 외과에서 시행하면 20% 가산이 더해져 105만6,972원을 받을 수 있다. 이 때 두경부외과와 외과 간 수가 차는 17만6,162원으로, 여기에 상급종합병원 가산이 더해지면 그 차이는 22만9,011원으로 커진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증응급 환자 치료를 하는 두경부외과와 신종감염병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1차 의료기관 이비인후과를 '필수의료 분야'로 지정해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증응급 환자 치료를 하는 두경부외과와 신종감염병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1차 의료기관 이비인후과를 '필수의료 분야'로 지정해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비인후과학회 김세헌 이사장(가운데)과 장전엽 홍보간사, 이세영 보험이사, 정만기 홍보이사, 김성헌 총무이사(왼쪽부터).

뿐만 아니다. 가산수가로 인해 수술 중증도나 난이도에 비해 두경부외과 수술은 상대적으로 저수가 상황에 놓이게 됐다. 외과의 담낭절제술과 두경부외과의 양측 경부청소술은 약 100만원으로 비슷한 수가를 받고 있지만 수술 중증도는 크게 다르다는 것.

이 보험이사는 “담낭절제술은 30분 정도, 양측 경부청소술은 5시간 정도 걸리는데 수가는 동일하다”며 “병원 입장에서 같은 시간에 양측 경부청소술 하나 하는 것보다 담낭절제술 4개 하는 게 경영에 도움이 되니 병원에서도 대접을 못 받는다”고 말했다.

이 보험이사는 “전공의 기피과가 된 외과는 20% 가산수가를 받는다. 갑상선 수술은 외과와 두경부외과 모두 할 수 있지만 이비인후과에서 수술하는 걸 병원에서는 좋게 보지 않는다”며 “수가가 낮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지원자가 없다”고 했다.

이에 이비인후과학회는 ‘특정 진료과’나 ‘필수 진료과’ 등 ‘진료과’ 중심의 지원책이 아닌 ‘필수의료 분야’로 지원 방향을 다르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경외과의 뇌혈관외과처럼 이비인후과의 두경부외과를 필수의료 분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

특히 중증이나 응급상황에서 필요한 기관절개술도 두경부외과에서 전담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필수의료 분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보험이사는 “이비인후과 전공의 입장에서 보면 편하게 살 수 있는 다른 분야를 포기하고 두경부외과를 지원한다는 게 쉽지 않다”며 “이비인후과를 지원했다고 두경부외과를 지원하는 건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두경부외과는 이점이 없다”고 말했다.

이 보험이사는 “외과에서도 심혈관계 질환 분야를 필수의료 분야로 지정한다고 하면 당연히 찬성한다”며 “신경외과 안에서도 뇌혈관외과 분야가 필수의료인 것처럼 이비인후과 안에서는 두경부외과가 필수분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비인후과 의사의 희생만 강요해선 안 돼”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일선에서 첨병 역할을 해 온 1차 의료기관 이비인후과도 필수의료 분야로 선정, 신종감염병 대응을 위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운영하는 호흡기전담클리닉 124곳 중 이비인후과가 74곳으로 60% 가량 차지하고 있다. 호흡기진료 지정의원 중 1,300곳이 이비인후과 의원이다.

이비인후과학회는 감염병질환 대응에 1차 의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호흡기전담클리닉 개설요건 완화 ▲시설 구비요건에 따라 상응하는 감염예방관리료 지급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작은 규모의 호흡기클리닉 신설 유도 ▲최대한 많은 이비인후과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 필요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김세헌 이사장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코로나19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필수의료 분야에서 (1차 의료기관) 이비인후과가 제외된다면 우리나라 전체 국민 건강에 심각한 타격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코로나19가 지나가고 제2의, 제3의 신종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이비인후과 의사들에게 희생만 강요한다면 그걸 따라줄지 의문”이라며 “이비인후과가 국민 건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필수의료 분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