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표적방역 추진 계획에 전문가들 '시큰둥'
“기준과 다른 게 뭐냐”…"구체적인 대책 없어" 비판
특별대응단장 '옥상옥' 우려 "복지부 장관이나 임명하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3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곳을 집중 관리하는 '표적 방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3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곳을 집중 관리하는 '표적 방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는 곳을 집중 관리하는 ‘표적 방역’을 내세웠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이름만 새롭다는 시니컬한 반응이 나온다.

지난 2년 7개월간 구축된 중증화율, 치명률 등 코로나19 데이터를 활용해 감염에 취약한 대상을 관리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기존에도 해오던 일 아니냐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표적 방역의 예로 든 요양병원 등 고위험 시설 방역 강화와 코로나19 4차 예방접종 확대 등은 지난 정부 때부터 시행해 온 방역 정책으로 새로울 게 없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알맹이를 채울 생각은 하지 않고 네이밍에만 신경쓴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지난 3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과거에도 핀셋 방역이라는 용어를 썼고 생활방역 때도 업장이나 업소마다 상황이 다르니 그에 맞춰 방역 상황을 조정하기도 했다”며 과거 방역 정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 교수는 “표적 방역을 한다고 해서 위험시설에서 확진자가 안 나오거나 집단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정부의 표적 방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 방역이 비판을 받으니 표적 방역을 내놓은 것 같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고 잘 하면 된다는 생각도 든다”며 “하지만 구체적으로 나온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도 “표적 방역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거리두기도 다 풀어놓고 코로나19 검사도 쉽게 이용할 수 없게 됐는데 표적 방역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자율 방역이라는 표현이 맞지 표적 방역은 (현 방역 상황과는) 한참 벗어난 이야기 같다”며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이미 하고 있던 방역으로 새롭지도 않다”고 꼬집었다.

엄 교수는 “오히려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 하면서 논란을 키우거나 새로운 게 없다는 것 때문에 실망감을 주고 있다. 굳이 새로운 이름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도 했다.

특히 자율 방역을 근간으로 표적 방역을 내세웠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지원책을 대폭 축소한 것은 물론 요양병원 등 고위험시설에 대한 실질적 지원도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 정책들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율 방역이라고는 하지만 (코로나19로) 진단받고 치료받는 것들을 정부에서 보장해 준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요양병원 등에) 표적 방역을 한다면 중점적으로 지원할 생각을 해야지 선제적으로 의무만 지워서는 해결이 안 된다”며 “고위험 시설에 대해 무엇을 지원해 줄 것인지 얘기 해야지 표적 방역이라고 해놓고는 대책이 없다는 건 특별한 게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년 반 동안 했던 자산을 갖고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다면 좋았을 텐데 ‘정치 방역’이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일 잘 하던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었다”며 “정치가 방역을 잘 하도록 안 도와준다. 정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질병청장 있는데 코로나19특별대응단장? "옥상옥 될수도" 우려

정부가 데이터 기반의 과학 방역을 추진하기 위해 신설한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이 ‘옥상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은 중대본 회의에 매번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고, 의사결정 근거와 최근 이슈 등에 대해 브리핑을 실시하는 등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단장으로는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이 임명됐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단장으로 임명됐지만 권한과 책임에 대한 규정이 있는지 모르겠다. 또 질병관리청장이나 보건복지부장관 등과 거버넌스는 어떻게 가져가겠다는 건지도 없다”며 “차라리 장관을 빨리 임명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단장 아래 조직이 없으면 아무 일도 못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법적 근거가 있는 자리라하더라도 인력도 없고 권한과 책임 범위도 모르면 공중에 뜬 자리지 뭘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것 말고는 감염병 전문가로서 인정받을 만한 부분이 하나도 없다”면서 “오히려 질병관리청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압박이 되는 상황에서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높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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