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신체적 폭력 극심…기물·시설 피해도 커
"관련 법 제정하고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의료 현장 폭력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의료 현장 폭력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의료 현장 폭력 사례가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역에 관계없이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의료서비스 종사자를 상대로 언어·신체적 공격이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특히 응급·중환자 의료 분야와 수술 현장이 폭력에 노출됐다.

이러한 실상은 세계의사회(WMA), 국제간호협의회(ICN), 국제적십자위원회, 국제병원연맹(IHF)이 산하 단체를 대상으로 공동 진행한 ‘Violence against healthcare’ 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감염병 팬데믹 상황에서 의료 현장 안전 점검을 위해 실시한 이번 조사에는 지난 2021년 5월부터 7월까지 전 세계 129개 의료단체가 참여했다.

코로나19 이후 의료 현장 폭력 사례가 증가햇는지 여부(자료 출처: Violence against healthcare survey report).
코로나19 이후 의료 현장 폭력 사례가 증가햇는지 여부(자료 출처: Violence against healthcare survey report).

이들 단체 58%가 코로나19 이후 의료인이나 의료시설에 대한 폭력 사례가 증가했다고 대답했다. 의료 현장에서 최소 한 달에 1건 이상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에 참여한 129개 단체 모두(100%) 소속 의료인이 언어적 공격에 노출됐다고 응답했다. 신체적 공격도 빈번하게 일어났다(82%). 절반 가까운 단체(48%)에 기물·시설이나 재산 손실 사례가 접수됐다. 치료 방해(36%)는 물론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을 이유로 의료진을 차별하는 사례(35%)도 이어졌다.

이런 폭력 행위는 응급 의료 분야에서 가장 빈번했다. 조사 참여 단체 45%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응급 의료 현장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고 대답했다. 정신건강의학 분야가 그다음이었다. 수술 도중이나 중환자 진료 현장도 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높았다(42%). 참여 단체 33%는 이송이나 분만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고 했다.

폭력 행위가 벌어진 분야(자료 출처: Violence against healthcare survey report).
폭력 행위가 벌어진 분야(자료 출처: Violence against healthcare survey report).

폭력 행위 가해자는 주로 보호자와 환자였다. 이번 조사에서 보고된 폭력 사례 76%에 보호자가 연루됐다. 환자를 비롯한 의료서비스 이용자가 가해에 참여한 경우는 54%였다.

조사를 진행한 4개 단체는 "코로나19 이후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폭력 사건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열악해지고 있다.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이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의료 종사자 보호 법안을 만들고 폭력 사태에 대한 모니터링과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지난 2020년 9월 관련 법 제정으로 의료 현장 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의료 종사자에게 심한 부상을 입히면 징역 4년에서 16년으로, 괴롭힘에 대한 행정 벌금은 500유로에서 5,000유로(약 666만원)로 10배 인상했다.

또한 보건부 산하에 '의료 전문직 안전 국립 기구'를 새로 설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3월 12일을 '의료 종사자를 위한 교육과 폭력 예방의 날'로 지정해 인식 제고에 나섰다.

대만 역시 의료법을 개정해 의료인에 대한 모욕 행위도 처벌 가능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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