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권과 의사 권익 보호가 비대면 진료 대전제
의료계 분열 말고 한 목소리로 공동 대응 준비 강조

개원가가 비대면 진료 도입 논의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산업계 논리 일변도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서울시의사회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고발하고 비대면 진료 원점 재논의를 요구하며 포문을 열었다. 대한내과의사회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4개 과 의사회는 대회원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7일 비대면 진료 공동 대응을 천명했다. 이어 지난 9일에는 서울시의사회와 내과의사회 원격의료TF가 비공개 회의를 개최하고 비대면 진료 대응법을 논의했다.

지금까지 개원가 논의 방향은 '국민 건강권 확보와 회원(의사) 권익 보호'로 모아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 허용됐지만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플랫폼이 여기 편승해 의료 체계를 흔든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내과의사회 원격의료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시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은 지난 10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첫째가 국민 건강권 확보와 향상, 둘째가 회원 권익 수호다. 이 두 가지가 비대면 진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지금은 그 편리함 때문에 비대면 진료 수요가 높지만 코로나19라는 예외적 상황을 떠나 일반적인 경우가 됐을 때도 안전이 담보될지는 미지수다. 안전보다 편리함이 우위를 점하면 국민 건강권은 손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운영 상황을 들여다보면 어떤 질환의 본질적인 치료가 아니라 편리함을 앞세워 비급여 처방을 늘리는 쪽으로 시장을 유도하고 있다"며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보장성 강화라는 방향에 역행하는 흐름"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의료는 영리화될 수 없는 것이다. 영리화되는 순간 소위 '백 없는 사람'이 소외되고 박탈감에 내몰리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며 "의료계는 국민의 편에 서서 이런 상황을 방지하고 국민 건강권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원가가 비대면 진료 도입을 둘러싼 논의에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사진 왼쪽부터)서울시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
개원가가 비대면 진료 도입을 둘러싼 논의에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사진 왼쪽부터)서울시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

이를 위해 의료계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아직 비대면 진료 논의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만큼, 불필요한 분열을 막고 의료계가 단합할 수 있도록 메시지 정제 작업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번 서울시의사회와 자리도 지금까지 쌓아온 입장을 서로 경청하고 의견을 나누는 데 집중했다. 2시간 예정으로 의료데이터 사용, 의학정보원 문제까지 다룰 예정이었지만 비대면 진료 논의만으로 2시간이 훌쩍 넘었다"며 "2차 회의를 개최할지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아직까지 비대면 진료가 의료계 현안으로 떠오른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고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 조심스러운 때"라면서 "이럴 때일 수록 의료계가 구심점을 갖고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