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최초 ‘채용전문면접관제’ 도입…내달부터 본격 운영
안상훈 인재경영실장 “실무자 중심 전문성과 다양성 확보가 장점”
“강력하고 독립적인 면접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쓸 것”

연세의료원이 병원계 최초로 ‘채용전문면접관제도’를 도입했다. 직원 선발 과정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병원은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 다양한 직종이 모여 있는 곳이다. 면접대상자가 연간 1만명을 넘어서는 곳이라면 직원 선발에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사람의 생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직무에 맞는 우수한 직원을 선발하는 것이야말로 병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채용전문면접관제도는 실무 경험과 다양한 시각을 갖춘 직원이 채용 과정에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연세의료원은 최근 입사 4년차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서류전형과 두 차례의 면접을 통해 채용전문면접관 22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27일 킥오프 미팅을 거쳐 7월로 예정된 2022년도 신규간호사 채용부터 1차 면접관으로서 활동한다. 이를 위해 전문기관의 면접관 교육프로그램도 수료했다.

연세의료원의 이 같은 도전의 중심에는 ‘인재경영실’이 있었다. 인재경영실은 ‘사람 중심 경영’을 내세운 윤동섭 의료원장이 취임하며 지난해 6월 신설된 조직이다. 인사와 노무관리, 직원교육, 조직문화 개선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연세의료원의 ‘뿌리’라 할 수 있다.

연세의료원 안상훈 인재경영실장은 청년의사와의 인터뷰에서 "연간 면접대상자가 1만명을 넘어서면서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인 신규직원 선발 시스템이 필요했다"며 "직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MZ세대와의 공감 확대를 위해 채용전문면접관제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 실장은 채용전문면접관들이 ‘하늘같은’ 관리자의 모습이 아니라, ‘형과 누나’ 같은 친근함을 바탕으로 지원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재선발시스템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도 했다.

연세의료원 안상훈 인재경영실장은 채용전문면접관제도를 통해 면접관의 시각을 다각화하고,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궁극적으로 면접과 선발과정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제공: 세브란스병원)
연세의료원 안상훈 인재경영실장은 채용전문면접관제도를 통해 면접관의 시각을 다각화하고,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궁극적으로 면접과 선발과정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제공: 세브란스병원)

- 연세의료원이 채용전문면접관제를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직원을 선발하는 일은 조직을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연세의료원은 ‘사람 중심 경영’을 위해 직원 선발 과정의 공정성을 높이고, 더 우수한 직원을 선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인사 관련 보직자와 일부 부서장들의 시각으로는 MZ세대로 불리는 ‘뉴 제너레이션(New Generation)’들의 다재다능함과 그들의 숨은 능력을 찾아내는데 한계가 있음을 느꼈다. 또한 면접대상자가 연간 1만 명을 넘어서면서 신규직원을 선발하는 시스템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개편방안이 필요했다.

이번에 도입한 채용전문면접관제도는 현장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이 직접 직원 면접에 참여하는 제도다. 지원자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동료 직원들을 선발과정에 참여시킴으로써 면접관의 시각을 다각화하고,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궁극적으로 면접과 선발과정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일반직원들이 채용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의료원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건강하고 발전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채용전문면접관제도는 어떻게 준비했나.

처음 기획할 때는 ‘지원자가 없으면 어떡하나’ 고민도 했다. 현업에 대한 부담을 온전히 감수하며 면접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교육, 면접 준비 등에는 별도의 개인시간을 들여야 하는 등 만만찮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채용전문면접관 선발공지를 한 후 받아든 지원자 수는 걱정했던 것과 큰 차이가 있었다. 지원서를 마감한 결과 본래 선발 예정 인원이었던 20명을 훨씬 초과한 77명이 지원해 선발 인원을 조정해야 했다.

지원서 심사, 1차 면접, 2차 면접의 선발과정을 통해 지원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생각과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고, 이 제도가 잘 정착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최종 22명을 채용전문면접관으로 선발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교육을 시행했다. 교육을 수료한 이들은 27일에 있을 킥오프 미팅을 시작으로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가게 된다. 본 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도록 신규직원 선발을 위한 면접실을 만들었고, 이들을 위한 교육과 실습도 시작할 예정이다. 나아가 연세의료원의 인재선발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다.

- 채용전문면접관 구성은 어떻게 되나.

총 22명의 채용전문면접관은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사무원, 의료기사, 시설기사, 시청각기사 등 의료원 내 다양한 직종의 직원들로 구성됐다. 연세의료원 내 간호 업종만 보면 전체 83%가 MZ세대다. 젊고 새로운 세대의 요구도를 반영하기 위해 면접관들을 선발할 때도 가능하면 젊은 사람들로 구성하려 했다.

모집 당시 소속 부서장의 승인 절차 없이 자유롭게 채용전문면접관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우수한 직원들이 많이 지원했다. 선발된 면접관들은 각 부서에서도 중책을 맡고 있는 직원들이라 일부나마 소속 부서의 업무적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아닌지 부담스럽긴 했다. 하지만 면접관 개개인들이 이 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했고, 각 부서에서도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이들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 채용전문면접관제를 의료기관 최초로 도입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서울아산병원 등 주변 병원들이 소식을 듣고 많은 문의를 해왔다. 기업 CEO들도 흥미로워했다. 그러나 우려와 걱정도 많았다. ‘일반 직원들이 면접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라는 우려도, ‘오히려 외부 전문가들을 채용면접관으로 초빙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의심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의견들은 신규직원 선발이 보직자와 인사부서의 고유한 역할이라는 ‘고정관념’ 탓이라고 생각한다. 채용전문면접관은 직원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기획됐으며, 이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열정과 의료원에 대한 애정은 이 제도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줬다. 전문적인 교육과 채용 선발과정들을 통해 이들이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겠다.

안 실장은 채용전문면접관들이 '하늘같은' 관리자의 모습이 아니라, '형과 누나' 같은 친근함을 바탕으로 지원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면접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기대했다.(사진제공: 세브란스병원)
안 실장은 채용전문면접관들이 '하늘같은' 관리자의 모습이 아니라, '형과 누나' 같은 친근함을 바탕으로 지원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면접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기대했다.(사진제공: 세브란스병원)

- 채용전문면접관제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연세의료원은 65개에 달하는 다양한 직종과 각 직종마다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채용전문면접관제도의 특징은 기존의 인사부서 중심의 면접보다 실무자 중심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함께 보강했다는 점이다. 특히 보직자 중심의 면접관들이 정형화된 시선을 통해 신규직원을 선발하다 보니 새로운 세대와의 공감이 쉽지 않다. 보직자가 바라보는 신규직원에 대한 시선과 동료가 생각하는 시각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제도를 통해 그 시각에 다양성을 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채용기간의 단축도 기대하고 있다. 신규직원을 채용할 때 제한된 면접관 규모로 인해 채용공고부터 채용결정까지 많은 기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본 제도를 통해 지원자들의 대기시간을 줄여 인력부족으로 인한 고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채용 면접에서의 쟁점은 ‘지원자들의 능력과 자질을 어떻게 캐내느냐’ 하는 것이다. 우수한 인력이 면접 때 긴장해서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탈락하는 실수를 줄이는 노력도 채용전문면접관들의 역할이다. ‘하늘같은’ 관리자의 모습이 아니라, ‘형과 누나’ 같은 친근함을 바탕으로 지원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면접 분위기 조성에 본 제도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채용전문면접관제도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수한 인재 채용을 통해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기관으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채용전문면접관들이 꾸준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전문면접관으로서의 소양과 자질을 연마해 강력하고 독립적인 면접전문가 집단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질의 교육과 실전 참여를 통해 풍부한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제도가 연착륙하고 이들이 성공적으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연세의료원 인재경영실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발전 방안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나아가 이들의 역량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현재 22명인 면접관 규모를 확대해 면접관으로서의 활동은 물론, 자체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면접 관련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

- 끝으로 연세의료원 지원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연세의료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의료기관으로서 ‘The First and the Best’를 추구하는 병원이다. 또한 끊임없이 혁신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기관이다. ‘재미있고 보람차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자’는 것이 인재경영실이 추구하는 바다. 이번 채용전문면접관제도 도입도 그렇고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으로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의 발전과 인간 생명의 존엄함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연세의료원에 지원해 달라. 선택이 후회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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