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저성장 재정 확보 어려워…재난적 의료에 집중 지원을
지방 의료 해법, 공공병원 신설 아닌 기존 병원 자생력 갖추는 것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박은철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지원이 필요한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보건의료 거버넌스 자체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박은철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지원이 필요한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보건의료 거버넌스 자체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에서 지원이 필요한 곳을 선별해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거버넌스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박은철 교수는 지난 10일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이 주관한 '2022 보건의료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해 '국민, 의료인 그리고 정부 모두를 위한 보건의료서비스 제공과 지불보상체계로의 개혁 방안'을 주제로 새 정부 보건의료정책 방향성을 논했다.

박은철 교수는 저출생과 저성장이 겹친 한국 사회가 증가하는 의료 비용에 비해 재정 확보가 여의치 않은 딜레마에 빠졌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보건의료 방향 자체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보건바이오의료정책분과위원장을 지냈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의료복지의 '평균'을 끌어올리고자 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이런 방향을 탈피해 재난적 의료 위기에 몰린 국민을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축 자체를 옮겨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우선 정책으로 했다. 윤석열 정부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재 500억 규모인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 규모를 5년 내 5,000억원으로 올려야 한다. 재정 여건에 따라 최대 2조원대까지 확대하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문 정부가 시행한 비급여의 급여화는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재원이 많이 소요됐다. 물론 재정 수입이 꾸준하고 안정적이라면 전체 국민 대상 정책까지 펼칠 수 있겠지만 현재 한국 사회는 고령화와 저출생, 잠재성장률 감소 상황이다. 고통받는 국민 먼저 (선별해) 해결하는 정책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지역 의료 회복도 공공병원 신설이 아니라 기존 병원의 자생력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지역 의료 문제의 핵심은 수도권 쏠림 현상이 아니라 지역 의료기관의 낮은 신뢰성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 기본 방향도 규제가 아닌 지방과 소규모 의료기관을 위한 지원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병상은 많은데 병상 점유율은 OECD 평균보다 낮다. 병상이 아닌 병원 수는 일본을 제치고 1위다. 공공병상 비율이 10%로 낮다고 하지만 1,000명당 공공병상 수로 따지면 1.2 병상으로 0.6 수준인 미국보다 2배 더 많다"며 "우리보다 수치가 낮은 미국은 공공병원을 더 짓자는 말이 없는데 유독 우리만 공공병원을 더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방 의료기관이 진료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추가 가산 등 재정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과 공공병원 간 협력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전국 230개 공공병원이 평균 7%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생산성도 매우 떨어진다. 현재는 적자 규모가 20억 원이면 정부는 17억 원 정도를 지원하고 자구 노력하라고 하는 식이다. 현재 공공병원이 처한 상황에서는 자구책 마련이 어렵다. 보라매병원이나 건강보험 일산병원처럼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과 위탁·연계한 공공병원들은 자생력을 갖추고 있다. 공공병원과 상급종합병원 위탁·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경북과 제주는 물론 강원도에는 상급종합병원을 새로 짓고 진료 성적이 좋지 않은 인천, 울산, 강릉 등은 기능 강화를 위해 지원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이 지역 의료의 중심 기관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버넌스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건강이 불공정한 부분은 집중 지원하고 국민 전체 건강 향상을 위해서는 사회 인프라 전반에 걸쳐 투자를 이뤄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를 기본 방향으로 보건의료 혁신과 거버넌스 개혁을 일궈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