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카네이션요양병원장)

흑사병과 스페인 독감이 창궐했을 때, 인류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천연두가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해서 ‘호환마마(虎患媽媽)’라는 말도 있었지만, 종두법 개발로 천연두는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이렇듯 백신과 치료 약, 항생제를 통해 감염병 관리가 가능해졌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하지만 사스(SARS), 신종인플루엔자A(H1N1), 메르스(MERS)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까지 5년 주기로 불청객이 오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를 힘들게 했다. 대구에서 대유행이 생겼을 때 의사, 간호사는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국민도 PCR 검사,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사적 모임 제한 등 정부의 방역 지침을 충실이 따랐다.

오미크론 변이 후 정부는 방역 정책을 ‘집단 면역’으로 정한 듯 보인다. 백신 접종과 자연 감염 등으로 광범위한 교차 면역이 생겼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변이도 임계 값에 도달했기에 마냥 증가하지는 않고 있다. 국민과 의료진, 정부의 노력으로 코로나19가 발붙일 곳이 사라지고 있다. 이에 정부도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계획’을 발표했다.

이대로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해피 엔딩이 될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철수 위원장은 대통령 후보 시절,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서 코로나19 이외에도 사람과 접촉하지 않은 바이러스가 많다고 했다. 항공 물류의 발달과 미개척지 탐험 등으로 새로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도 높아졌다. 국가의 방역 역량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특히 코로나19 환자 중 가장 취약한 사람은 고령자, 만성 질환자, 심폐질환자, 와상으로 면역이 떨어진 사람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요양병원에 있다. 때문에 요양병원의 감염관리 수준의 상향은 필수가 됐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요양병원은 잘 대응했다. 조기검사와 치료제 투입으로 많은 환자들이 회복됐다.

문제는 감염관리다. 정부도 코로나19 심각성을 인정해 지난해 3월 24일부터 ‘요양병원 입원환자 감염관리료’를 지급했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도 별도 기준을 마련해 정식 수가를 지급하겠다고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반가운 정책이다. 하지만 정부는 요양병원을 서자(庶子) 취급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요양병원이다. 학교 급식과 돌봄 교실을 통해 자녀 양육을 아웃소싱 했고, 노부모는 요양병원에서 케어하고 있다. 그래서 여성 인력의 사회 진출이 용이해졌고,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됐다. 그런데 정부의 요양병원 정책은 언제나 차별을 받고 있다. 한때 요양병원은 적폐로 분류되기도 했다.

요양병원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이 그래서일까. 감염병 관리에도 요양병원은 차별을 받고 있다. 요양병원 감염 관리료는 정신병원 비용의 1/3 수준이다. 애쓰고 있는 정신병원에 딴지를 거는 게 아니다. 정신병원 입원 환자의 감염 관리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요양병원이 감염관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감염을 관리할 인력과 물자다. 높은 수준의 감염관리를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다. 요양병원 감염관리료는 후순위다. 감염 최전선에서 싸우는 요양병원 전사에게 총칼과 보급품이 필요하다. 요양병원에 높은 수준의 감염을 요구하려면 코로나19 파이터에게 무기와 보급품을 지급해줘야 한다.

요양병원이 서자 취급받고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은 ‘간병’ 문제 때문이다. 간병은 외주 업체를 통해 공급 받고 있으며, 간병인들 중 중국 동포가 다수다. 감염관리 개념이 약하고, 병원에서는 직접 교육을 할 수도 없다. 간병은 급여도, 비급여도 아니며 법의 테두리 밖에 있다. 간병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게 감염관리의 첫 단추다. 간병 급여 시범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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