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의료원 김종명 교수 “비대면 진료, 대면진료 보완적 역할”
주치의 중심 ‘비대면 진료’ 성공하려면…“일차의료 신뢰회복에 달려”

오미크론 감염 환자들의 재택치료를 위해 도입된 비대면 진료가 법정 감염병 등급 하향 조정 이후에도 하나의 진료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가 포스트 코로나 이후 새로운 진료형태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역할’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남시의료원 김종명(가정의학과) 공공보건의료사업실장은 15일 호텔일터불고 대구에서 열린 대한가정의학회 춘계학술대회 통합의학연구회 세미나에서 “비대면 진료 도입이 대면진료를 대체하려 해서는 안 되며 보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의료계가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핵심 이유는 원격의료를 주장하는 측에서 대면진료를 비대면 진료로 대체한다는 점을 내세웠기 때문”이라며 “의료계 입장에서는 폭력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또 의료의 질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김 실장은 “비대면 진료의 활성화는 대면진료의 대체가 아니라 대면진료를 최대한 활성화하되 그 한계조차 극복해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여야 한다”고 했다.

비대면 진료 도입으로 대형병원과 동네의원의 경쟁을 부추기기보다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그 중심에 ‘주치의제도’가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병원이 의원을 잡아먹고 대형병원이 전국의 환자를 빨아들이는 지금의 의료체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의료계 동의를 받아내기 쉽지 않다”며 “왜곡된 의료전달체계의 악화가 아닌 개선하는 방향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고 그 원칙을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주치의제도 도입”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주치의는 일차의료기관에서 환자를 포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로 대면진료를 활성화시킬 뿐 아니라 필요시 원격의료 방식을 통해 지속성을 강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며 “종합병원의 비대면 진료는 원칙적으로 허용해서는 안 되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소비자단체도 대면진료를 기본으로 하고 비대면 진료를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료계 입장에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비대면 진료 시행 이전에 일차의료에 대해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신뢰 부족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노인인구와 만성질환자 증가 등 보건의료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보건의료 서비스의 형평성, 건강보험 지출 안정화를 위해 비대면 진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일차의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무총장은 “대면진료를 기본으로 하고 비대면 진료를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 “의료 상업화로 가지 않고 잘 정착하려면 현재 갖고 있는 (새로운 기기보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일차의료의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시켰을 때 연착륙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코로나19로 비대면 진료에 불이 당겨진 만큼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비대면 진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정승필 교수는 “코로나19 재택치료를 통해 의료인들은 물론 국민들도 비대면 진료를 경험하게 됐다”며 “감염병 등급이 2급으로 하향조정 되고 어느 순간 비대면 진료도 못 하게 된다면 국민들이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특수한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도입됐지만 코로나19 이후에도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 같다”며 “지금 시점에서 의료계와 정부가 비대면 진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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