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아웃’ 호소하는 보건소…초과근무 월 200시간 이상
코로나19 장기화에 현장 피로도 ↑· 관리 효율성 ↓ ‘악순환’
정재훈 단원보건소장 “의료대응 민간으로 분산, 보건소 행정관리 주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코로나19 대응 초기부터 방역의 최전선을 맡고 있는 보건소가 ‘번 아웃’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지속되면서 한정된 인력으로 늘어나는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보건소 직원들은 주말까지 반납하고 한 달에 200시간에 달하는 초과 근무도 감내하고 있다. 하지만 확진자 수 폭증으로 무력감만 더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고위험군 재택치료자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자기기입 방식의 역학조사를 도입해 간소화하고, 음성확인서 발급 중단 등 방역패스 시행을 중단하는 등 보건소 업무 중 일부를 축소시켜 인력을 재택치료자 관리로 재배치했지만 역부족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미크론 변이 확산 이후 재택치료자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오미크론 특성에 맞춰 방역체계를 전환했듯이 보건소 업무도 재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안산시 단원보건소 정재훈 소장이 지난 4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한계에 도달한 보건소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안산시 단원보건소 정재훈 소장이 지난 4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한계에 도달한 보건소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안산시 단원보건소 정재훈 소장은 지난 4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한계에 도달한 보건소 상황에 대해 “현실적으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들을 보건소에서 2년간 계속해 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 소장은 “(보건소 내) 코로나19 대응시스템은 PCR 검사를 비롯해 역학조사, 코로나19 백신접종, 자가격리자 관리, 재택치료자 관리, 고위험군 이송과 병상배치로 이뤄지는데 여기에 더해 생활지원금 신청, 재택치료 통지서 등 행정지원도 한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아무리 재택치료자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지만 역학조사, 선별검사 등은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 보니 보건소 업무가 줄어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가중됐다”고 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외 업무를 중단시켰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정 소장은 “실제 중지된 업무는 그리 많지 않다. 치매 환자 관리 등 취약계층 대상 지원사업 등을 포함해 결핵검진, 의료기관 지도관리 및 인허가 관리, 금연단속, 감염병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 업무도 지속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소장은 “코로나19 방문 접종 등 코로나19 대응과 병행해야 하는 업무도 많다. 결론적으로 일반 진료와 건강진단서 발급, 보건증 발급, 교육업무, 구강보건사업 정도만 중지된 상태”라고 말했다.

한정된 인력을 ‘갈아 넣어’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이 장시간 지속되면서 현장 피로도는 높아지고 관리 효율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현장에서는 역학조사를 제외한 코로나19 검사와 백신접종, 치료 등 의료대응은 민간 의료기관으로 분산시키고, 보건소는 코로나19 고위험군의 안정적인 치료를 위한 행정관리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 소장은 “하루 PCR 검사 건수가 약 9,000건으로 2주 전에 비해 30% 늘었다. 검사소요 시간도 지체되고 확진 통보도 늦어지게 된다”며 “고위험군 환자에게 응급으로 병상을 배정했는데 막상 전화 하면 괜찮아졌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안산시 기준 확진자의 98%가 5일 정도 증상이 없거나 있더라도 감기몸살 수준인데 코로나19 확진 격리 조치는 이런 환자들에게 의료기관 이용을 제한해 치료를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델타에 비해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을 1종 전염병 정도로 낮춰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정 소장은 “보건소는 나머지 2%에 해당하는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면서 “현재 투석 환자들은 외래 투석도 당일 예약이 되지 않고 병상 대기가 굉장히 긴 상황이다. (보건소 기능이 재편되면) 고위험군의 집중적인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병상배정도 원활해 지고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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