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의견 반영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 결과"

3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조스파타(성분몀 길테리티닙)'의 급여기준 설정에 혈액암 전문가들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조스파타'의 전체 급여기간을 최대 4주기까지 제한한 것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됐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게 비판의 이유다.

오는 3월 1일부터 기존 치료에 불응성이거나 재발된 FLT3 변이(ITD 또는 TKD 변이 모두 포함) 양성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 치료에 '조스파타' 단독요법이 급여 적용된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첫 진단 후 사망까지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1년이 채 되지 않을 만큼 질환의 진행이 매우 빠르고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혈암암이다.

그중에서도 FLT3 변이는 급성골수성백혈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유전자 이상으로, 특히 'FLT3-ITD' 변이는 좋지 않은 예후를 가진 대표적인 바이오마커로 인식돼 왔다.

'조스파타'는 이런 FLT3 변이를 가진 재발·불응성 환자에서 구제화학요법과 비교해 전체생존기간을 개선한 표적항암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마련한 급여기준에 따르면, 조스파타는 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해 치료적 이득이 큰 환자에게만 관해유도요법으로서 2주기 투여를 급여 인정하며, 조혈모세포이식 준비기간을 고려해 2주기 투약 후 부분반응(PR) 이상을 보이면서 동종조혈모세포이식 사전승인을 받은 경우(또는 이에 준하는 입증자료를 제시한 경우)에 한해 2주기 추가 투여를 급여 인정한다.

즉, '조스파타' 투여에 효과를 보이는 환자라면 최대 4주기(4달)까지 보험급여를 적용 받아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혈액암 전문가들은 이 '4주기'라는 급여기준이 대체 어떻게 설정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장 유력한 설은 조스파타의 3상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관해까지의 치료기간 중앙값'인데, 이는 말 그대로 중앙값으로 이를 최대 사용기간으로 제한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결론이라는 것.

'조스파타'는 구제화학요법과 비교 평가한 3상 임상 ADMIRAL 연구 데이터를 근거로 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식약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ADMIRAL 연구의 일차 유효성 평가항목은 무작위 배정일부터 임의의 원인으로 사망에 이르는 시점까지의 기간인 '전체생존기간(OS)이다'.

추적기간 중앙값 17.8개월 동안, 조스파타 투여군에서 나타난 OS 중앙값은 9.3개월로 구제화학요법 투여군의 5.6개월과 비교해 유의미한 연장을 보였으며, 사망 위험을 36%까지 낮췄다.

특히, 시험 전체기간 동안 완전관해/부분적인 혈액학적 회복을 동반한 완전관해(CR/CRh)를 보인 환자는 조스파타 투여군에서 34%(84/247명), 구제화학요법 투여군에서 15.3%(19/124명)였는데, 이들에서 최초 CR/CRh이 나타나기까지 걸린 시간의 중앙값이 조스파타 투여군은 3.7개월이고 구제화학요법 투여군은 1.2개월로 나타났다.

또한 최적의 CR/CRh을 보이기까지 걸린 시간의 중앙값은 조스파타 투여군에서 3.8개월, 구제화학요법 투여군에서 1.2개월이었다.

즉, 조스파타로 치료 받은 환자 중 이식을 앞두고 가장 이상적인 치료목표(CR/CRh)에 달성한 환자들은 평균 4개월 투여 기간 동안 이런 치료 성적으로 거뒀다는 의미이다.

혈액암 전문가들은 "중앙값은 말 그대로 중앙값이다. 어떤 환자는 그보다 더 빠르게 CR을 달성하는 반면, 어떤 환자들은 4개월을 훨씬 지나서야 CR을 달성하기도 한다"라며 "이런 환자들은 4주기가 지났으니 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인가. 대체 4주기의 급여 제한이 무엇을 근거로 설정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식약처가 제공한 데이터에서도 최적의 CR/CRh을 보이기까지 걸린 시간은 최소 0.9개월부터 최대 16개월로, 일부 환자들은 4개월이란 치료기간을 훌쩍 넘어서야 CR/CRh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혈액암 전문가는 "처음 조스파타의 급여 소식을 들었을 때는 무척 반가웠다. 국내에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에 보험급여를 적용 받아 사용할 수 있는 표적항암제가 워낙 적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조스파타의 급여기준에 4주기라는 기간 제한이 있는 것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관련 학회에서도 조스파타의 급여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이런 결정이 났다는 것은 전문가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 전문가는 "조스파타는 고가의 항암제로, 사보험이나 급여 적용을 받지 않고 비급여로 사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라며 "충분히 조스파타 치료로 좋은 경과를 볼 수 있는 환자에서 4주기가 넘었다고 급여를 중지한다면, 이는 환자에게 치료를 포기하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조스파타'의 비급여 연간 투약비용은 약 4,50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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