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질향상학회, 3일 학술대회 열고 의료체계 발전방안 모색
염호기 회장 “의료체계 생각만 갖고 ‘실험’하면 굉장히 위험”
서울의대 김윤 교수 “정책연구자-임상의사, 서로 잘돼야 ‘윈윈’”

우리나라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의료체계 개편 방향을 두고 보건의료정책 전문가와 임상 현장에 있는 전문가가 대립각을 세웠다. 임상 의사들은 의료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의료정책은 오히려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3일 한국의료질향상학회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가을학술대회에서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김윤 교수와 염호기 의료질향상학회장(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은 ‘의료 질 측면의 우리나라 의료체계 발전방안’을 두고 입장을 달리했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우리나라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이 지역 내 중증환자 사망률 격차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 ▲의료지원 공급의 적정화 ▲의료전달체계 구축 등 3가지 측면의 개편 전략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중진료권 유형을 예로 들었을 때 '그 지역에서 발생한 의료 수요'와 '의료 수요를 얼마나 해소했는지' 자체 충족률 현황을 보면 병상수는 의료취약지나 자체충족형이나 별 차이는 없지만 취약지역은 30%, 자체충족형은 70% 수준으로 자체 충족률 차이가 났다”며 “이는 병상 공급량이 아니라 공급구조가 문제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행 건강보험 종별가산 형태를 기능가산으로 전환하면 의료기관 기능을 분화시키고, 지역단위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할 수 있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의료기관 기능에 적합한 환자를 볼 때 가산을 높여주고 그렇지 않으면 가산을 낮추거나 없애는 방식으로 의료기관 기능을 분화시키고 정립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만 이런 방안만으로는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고 환자 상태가 바뀔 수 있는 만큼 대학병원에서 2차 병원으로, 또 동네 의원 외래로 갈 수 있도록 궁극적으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에서 네트워크 방식으로 인력, 재정, 의료기관 간 연결체계를 기반으로 한 지역단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협력체계로 어떤 성과를 내느냐, 그 체계 내 서로 자기 기능에 맞는 환자를 분화해 보느냐 등을 평가해 진료비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질향상학회 염호기 회장은 현장을 고려한 의료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김 교수가 제안한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 제안에 반대했다.

염 회장은 “지역 의료체계를 다 (개선) 하려면 서울대병원을 지방에 10개든 20개든 만들어 운영하면 된다”며 “정부에서 다 뽑아 파견 보내고 몸집을 불리면 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국가 의료체계를 내 생각대로 실험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위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염 회장은 “지금 있는 의료체계 안에서 보완해 발전시킬 것을 고민해야지 의료현장을 무시한 채 새로운 제도를 만들게 되면 큰 혼란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염 회장은 “모든 질병을 왜 지역에서 다 해소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수도권 쏠림이 있는 이유는 지역 내 기본적인 필수의료가 망가졌기 때문이고, 의료전달체계가 망가지고 이동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서 “교통이 발달한 지금 일부를 제외하고 1시간 정도 차를 타면 3차 의료기관으로 못 갈 지역이 거의 없다. 과연 이런 지역마다 3차 의료기관이 필요한지, 또 다른 의료낭비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염 회장의 이같은 지적에 김 교수는 “모든 의료 서비스를 자체 충족할 필요는 없다”며 “제안한 것은 급성심근경색이나 응급질환 등 골든타임이 있는 필수의료의 경우 중진료권 안에서 자체적으로 충족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교통발달로 1시간 내 3차 의료기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염 회장의 의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교수는 “2차급 의료기관 기준으로 1시간 내 도달할 수 없는 전체 국민이 18% 정도 된다. 지역으로 따지면 전체 중진료권의 1/3 정도다. 3차급으로 바꾸면 전체 30~40% 인구는 1시간 내 3차급 병원에 도달할 수 없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국민들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가치가 있다”며 “정책 연구를 하는 사람과 현장에서 환자 진료하는 사람은 여러 형태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윈윈할 수 있는 일종의 정책 생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저를 미워하시는 거야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학회 토론의 장을 정치적인 비난이나 정치적 선전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은 서로를 위해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