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김윤 교수 “비중증 환자 비율 고려해 3000병상 확보 가능”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교수 “코로나 환자 만큼 일반 중환자도 중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병상부족 사태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병상확보’를 두고 의료 전문가들 간 설전이 벌어졌다.

의료기관들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치료병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과 일반 중환자에 대한 고려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30일 개최한 온라인 공동포럼에서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서지영 교수는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상 확보를 두고 이 같은 설전을 벌였다.

먼저 김 교수는 코로나19 초기 대구지역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당시, 대구지역 의료기관들의 병상가동률이 포화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치료병상을 내놓지 않아 추가사망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2년간 반복되는 병상부족과 그로인한 초과사망을 경험하고 있다”며 “지난해 대구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당시 대구시장이 확진판정을 받고도 입원하지 못하는 환자가 1,304명에 달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당시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의 병상가동률은 25.4%였고 중환자실 병상가동률은 50%였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며 “병상부족이 아니라 병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병원들이 병상을) 내놓지 않았고 정부는 그 병상을 동원하거나 확보하지 못했던 게 실체적 진실”이라고 했다.

또 유럽 국가들의 코로나19 치료병상 사례를 들어 코로나19 치료병상 확대에 국내 의료기관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비판했다. 의료 인력부족으로 확보된 병상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정부로부터 지원 받고 있는 손실보상금을 활용해 충분히 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 전문가들은 중환자나 응급환자 진료에 지장을 받기 때문에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을 내놓는 게 불가능하다고 한다”며 “유럽 국가들은 전체 중환자 병상 중 현재 21%를 쓰고 있으며 최대 70%를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병상을 썼지만 우리나라는 전체 중환자 병상 중 6%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병원들과 의료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병상을 내놓으면 응급·중증환자 진료에 영향을 받는다고 얘기하지만 대부분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중환자실 환자 중 응급환자는 40%, 중증환자는 30%, 경증환자는 15%로 비중증 환자 비율이 15~30%로 3,000병상 가량 추가 확보가 가능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중환자실 기준 평균 병상 당 2억~3억원 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10%만 써도 간호사 4~6명을 추가 고용할 수 있다”며 “상급종합병원 채용 대기 간호사가 상당수 있고 기존 중환자실 근무 간호사나 교육 후 배치 가능한 경력 간호사 등을 고려하면 인력이 없다는 것도 충분한 변명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오랫동안 계속될 일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나라 병원을 체계화하지 않으면 올 겨울에도 많은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하지 못한 채 사망하게 되고 그런 일들이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병동이나 인력 구조 등 시스템이 다른 유럽 국가들과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 환자만큼 일반 중환자에 대한 고려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유럽 국가들의 경우 일시적으로 추가되는 업무부담이 있어도 핸들링 할 수 있는 인력 구조를 갖고 있다. 병실도 우리나라의 경우 중환자실마저도 1인실이 아니고 1인실이어도 음압이나 양압을 제대로 걸 수 없는 시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중환자의 경우 중환자실의 일부를 폐쇄시킨 별도 공간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해외 의사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같은 중환자실에서 이 쪽은 코로나19 환자, 저 쪽은 일반 환자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모두 1인실이고 음압을 걸 수 있는 시스템이 되기 때문인데 인력도 평시와 비슷한 상황에서 약간 증원하고 있는 예를 확인한 바 있다”며 “우리나라는 그런 상황과는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정부 발표를 보면 중환자실이 얼마나 확보 됐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 만큼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확보된다면 일반 중환자를 볼 수 있는 공간과 인력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코로나19 환자도 중요하지만 일반 중환자에 대한 고려도 중환자 정책을 시행할 때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중환자 배정 시, 환자의 위중도에 따라 적절한 의료기관 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 교수는 “환자 배정반에서 각급 병원에 배정할 때 환자의 위중도와 상관없이 일단 자리만 있으면 무조건적으로 배정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전체적인 중환자의 치료결과를 좋게 하려면 돌봄이 필요한 환자들은 돌봄을 잘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집중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집중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잘 분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뿐 아니라 신종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중환자 의료 시스템에 대해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 교수는 “코로나19도 계속될 거지만 앞으로 또 다른 감염병이 왔을 때 과연 우리나라 중환자 치료 체계가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할까 그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며 “중환자 체계를 공고히 하고 싶은 마음을 전달할 곳이 없다. 정부가 중환자 체계에 대해 고려와 논의가 있을 때 저희도 대화상대로서 고민하고 더 발전할 수 있는 그런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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