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대 김현영 교수 “분류체계, 현장서 느끼는 중증도 반영 못해”
복지부, 진료과 간 형평성·의료전달체계 등 고려해 해결해 나갈 것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항목 가운데 ‘환자 구성비율’에 활용되는 입원환자의 분류체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신경과 의사들로부터 제기됐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 사용되는 환자분류체계(KDRG 4.4Ver)에서 언어장애, 삼킴장애 등을 동반한 뇌경색 환자의 경우 중증임에도 수술이나 시술을 하지 않았다면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양의대 신경과학교실 김현영 교수는 14일 열린 ‘대한신경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신경계 질환 중증도 평가 개선과 전망’을 주제로 한 정책 세션에서 새로운 중증도 분류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상종 지정평가에서는 질병군별 환자 구성비율이 매우 중요하다. 상종에서 중증질환자를 봐야 한다는 정부 정책기조에 100% 동의한다"면서도 "입원환자 중 중증질환이 44%까지 돼야만 만점을 받을 수 있는데 사실상 만점을 받지 못한다면 상종 지정은 탈락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문제는 신경과 의사가 가장 많이 보는 이 같은 ‘수술이나 시술하지 않은 뇌경색’은 모두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돼 있는 것”이라며 “실제 진료현장에서 느끼는 중증도를 과연 반영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많이 아쉽고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신경과 영역에서의 전문진료질병군은 ▲혈장분리반출법(B501) ▲기타 면역요법(B502) ▲복잡 뇌전증의 장기 모니터링(B510) ▲뇌자기파 지도화검사(B520) ▲신경계 신생물(방사선치료를 받은 경우(B621)) ▲신경계 신생물(전신화학요법을 받은 경우(B622)) ▲운동뉴런질환(B633) ▲탈수초성 질환(B640) ▲신경근접합부 및 근육 장애(B690) 등이다.

이에 반해 ▲기저질환 및 타장기 질환이 동반되는 치매 ▲뇌 척수 감염이 심각할 경우 심각한 뇌·척수 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 급성 신경계 감염 ▲뇌전증 지속상태 등은 수술이나 시술이 없어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돼 있다.

김 교수는 그러나 “퇴행성 신경계 질환인 ‘치매’도 다양한 기저질환 등이 동반돼 중증질환자로 체감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타장기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뇌손상이 진행돼 장기간 입원이 불가피한 경우 등 전문성이 필요한 전문질료질병군”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입원환자 분류체계로 실제 의료현장에서 불합리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현장에서의 답답한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종합병원도 마찬가지지만 상종도 병실은 이미 많이 부족하다. 입원결정서를 내서 입원하려면 당장 원무과에서 중증환자가 맞느냐 연락이 온다. 과연 이런 연락을 받는 게 맞는 것인지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KDRG는 태생적 한계가 분명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중증도 분류체계가 필요할 것 같다. 응급실 상황을 보다보면 매번 느낄 수 있다. 신경계질환, 뇌졸중, 치매가 있어 누워 생활하는 환자는 타 진료과에서 보려고 하지를 않는다”며 “중증도 A라고 분류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입원장 낼 때마다 자꾸 꺼려진다”고 했다.

정부도 5기 상종 지정평가부터 중증질환에 뇌경색 등을 반영해 최대한 KDRG 문제점을 보정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심평원 자원평가실 김지영 부장은 “의료현장이나 정책환경을 고려해 상종 지정기준이 개정·보완되고 있지만 일부 종병 진료기능과 큰 차이가 없고 경증환자 쏠림 현상이나 수도권 집중화 같은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문제가 커지고 있다"며 "그래서 지난 2019년 상종 지정평가 체계 개선 연구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후속연구로 진료유형점수를 어떻게 적용할지, 평가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 평가 기준을 반영하는 안에 대해 각 학회와 대한병원협회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며 “그런데 병원계에서는 아직 진료유형점수의 경우 총점이 고정된 상태라 진료과 간 형평성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있고 점수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의 증가 등 의료현장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문제를 지적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은 이에 대한 도입 여부를 고민하다가 5기 지정평가에서는 우선적으로 중증도 평가 점수 도입을 검토해보자는 논의가 있었다”며 “하지만 중증도 평가점수를 적용했을 때도 분명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이에 환자 구성상태 중증도 평가점수 도입과 관련해 중증응급질환과 중증질환 두 가지를 도입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복지부는 현장의 이 같은 목소리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타 진료과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신요한 사무관은 “KDRG가 지속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것도 맞다. 경증으로 분류되는 치매 환자 문제에 있어서도 당연히 고려돼야 한다. (학회에서도) 현장의 의견을 더 주고 통계수치를 제시해 주면 반영하고 고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 사무관은 “다른 진료과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지역 중소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의료전달체계도 고려해야 한다”며 “모든 사안들을 인정할 만큼의 수치 등이 반영됐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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