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비교임상용 대조 백신 확보 가이드라인 無
식약처 “정부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기업간 협력”
기업들 “확보 나섰지만 난항…정부 지원 필요해”

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기업들이 면역원성 비교임상에 사용할 임상용 대조백신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비교 임상을 위한 대조 백신 확보가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역원성 비교임상(이하 비교임상)이란 기존 위약대조 방식과 달리 시험백신을 이미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기 허가 백신(대조 백신)’과 비교해 효과가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음을 입증하는 임상시험 방식을 뜻한다. 기존 위약대조 방식보다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방역당국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임상 참여자 모집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비교임상 도입을 허용한 상태다.

이에 현재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 중 후기 임상에 가까워진 진원생명과학, 유바이오로직스, 셀리드 등이 비교 임상을 진행할 의사를 밝힌 상태다.

현재 국산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큐라티스 ▲inno.N(HK이노엔) 등 총 7개사다.

진원생명과학과 유바이오로직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셀리드는 얀센 백신을 대조 백신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등에서 글로벌 3상을 계획하고 있는 제넥신은 비교 임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비교 임상 3상에 돌입한다고 발표했지만, 다른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들은 여전히 대조 백신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비교임상을 위해서는 백신 개발 기업이 직접 기 허가 백신을 개발한 기업과 협의를 통해 임상용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구입해 국내에 공급하는 접종용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법적으로 임상시험에 활용할 수 없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비교 임상에 활용할 수 있는 코로나19 대조 백신을 확보한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유일하다. 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는 만큼 기업 대 기업으로 요구 조건을 내걸어 대조 백신 확보를 성사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었으나 결국 임상시험을 앞둔 기업과 백신을 공급하는 기업 간의 직접적인 논의가 유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방역당국은 비교임상을 허용해주었을 뿐 비교 임상에 사용될 대조 백신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뚜렷한 가이드라인이나 지원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일 SK바이오사이언스 GBP510 3상 승인을 알리는 브리핑에서 대조 백신 확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김강립 식약처장은 이번 SK바이오사이언스 비교임상 대조 백신 확보 루트를 묻는 질문에 “정부로서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의 대조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그동안 범정부 차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본사나 CEPI, WHO 등 관련 국제 기구에 여러 차례 협조 요청이나 회의, 서안 발송을 통해서 측면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처장은 “최종적으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와 직접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보하게 되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결국 정부의 지원사격 없이는 대조 백신을 확보하는 게 요원하다는 걸 정부도 자인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황이 이러하자 업계 일각에서는 비교 임상을 ‘그림의 떡’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교임상 계획을 묻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교임상 진행을 위한 임상용 대조 백신은 누가 공급해 줄 것이냐”며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는 자체적으로 대조 백신을 수급해오는 게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당초 노바백스 백신을 대조 백신으로 활용할 예정이던 유바이오로직스는 노바백스 백신의 허가가 늦어지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활용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유코백-19’ 2상을 진행 중으로, 추석 전 임상을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논의를 하고 있으나, 대조 백신을 들여오기가 어려운 것은 맞다.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신규 후보물질 'AdCLD-CoV19-1' 1상에 착수한 셀리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셀리드는 자사의 후보물질과 동일한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얀센 백신과 비교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셀리드 강창율 대표는 “대조 백신 수급은 셀리드뿐만 아니라 국산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공통적으로 하고 있는 걱정”이라며 “코로나19 백신은 국가 단위에서 구입을 하고 있다 보니 일반 기업이 사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루트가 없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앞서 백신을 개발한 기업들은 상업적인 견지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비교임상용으로 허용해줄 이유가 없다. 경쟁자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WHO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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