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환우회, 성명서 통해 정부 및 한국노바티스에 유감 표명
"킴리아의 신속한 보험 등재 위해 목숨 건다는 각오로 싸울 것"

올해 3월 허가-급여평가 연계제도를 통해 국내 도입된 최초의 CAR-T 치료제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가 지난 14일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자, 환자단체가 상정 불발 연유를 추궁하며 정부와 제약사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이하 '환우회')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통해 "생명과 직결된 말기 백혈병·림프종 CAR-T 치료제 킴리아의 암질심 안건 상정 불발 관련해 정부와 한국노바티스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환우회는 "건강보험 등재 첫 관문이자 지난 14일 개최된 제5차 심평원 암질심에 킴리아가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은 당혹스런 사태가 발생했다"며 "제6차 암질심은 9월 1일 개최될 예정으로, 이때 킴리아가 안건으로 상정된다 하더라도 건강보험 등재는 약 2개월 더 늦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환우회는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는 재발 또는 불응성 말기 급성림프구성백혈병 및 림프종 환자 200여명은 3~6개월 이내 대부분 사망해, 이들에게 킴리아의 건강보험 등재는 생명줄과도 같다"라며 "킴리아의 급여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풍전등화(風前燈火)에 있는 약 200여명의 말기 백혈병·림프종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우회에 따르면, 한국노바티스는 킴리아의 건강보험 등재 신청을 '허가-급여평가 연계제도'를 활용해 지난 3월 3일 심평원에 제출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킴리아에 대해 3월 5일 시판 허가를 승인했다.

때문에 환자들은 이로부터 4개월이 경과한 지난 14일 개최된 제5차 암질심에 치료효과와 삶의 질에 대한 논쟁이 거의 없는 킴리아가 당연히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따라서 환우회는 "암질심에서 최근 고가약 및 재정분담 논란으로 건강보험 급여화가 지연돼 환자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는 일부 면역항암제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한국노바티스에 합리적인 재정분담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따라서 심평원과 보건복지부는 킴리아의 5차 암질환심의위원회 상정 불발 이유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환우회는 "킴리아가 최초의 CAR-T 치료제이고 앞으로 등재될 초고가 CAR-T 치료제의 약값이나 건강보험 등재 절차의 모델이 될 수 있어 충분한 검토시간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심평원과 복지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나 "'생명과 직결된 치료절차'와 '재정과 관련한 행정절차'는 구분되어야 하고, 재정과 관련된 행정 때문에 생명과 직결된 치료가 제때 이루어지지 못해 해당 환자들이 죽어야 한다면 이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킴리아는 이미 식약처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경제적 능력이 되는 환자들은 언제든지 비급여 약값을 지불하고 치료받을 수 있지만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은 환자들은 죽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보험인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우리나라에서 이같은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되며,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해 죽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문재인 대통령도 약속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환우회는 이미 예견돼 있던 킴리아의 약값 이슈에 대해서도 정부가 늑장 대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킴리아의 초고가 약값 이슈는 이미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최초 허가부터 예견된 일이며, 이미 30여 개국 이상에서 킴리아가 사용되고 있고, 일본에서는 2019년 5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환우회는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가 초고가 약의 신속한 건강보험 등재 관련 준비를 그동안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가 지금 시점에 충분한 검토시간이 필요하다고 변명한다면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노타비스도 2001년 글리벡 사태처럼 투병하고 간병해야 할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길거리로 나가 약가 인하와 신속한 건강보험 등재를 외치지 않도록 합리적인 재정분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환우회는 "앞으로 말기 백혈병·림프종 환자와 가족들과 함께 킴리아의 신속한 건강보험 등재를 위해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정부와 한국노바티스를 상대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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