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미생물학회 설문 결과, 43개 기관 중 전문의 추가 채용 단 2곳
PCR 검사에 필요한 설비도 평균 1~2대 수준에 그쳐
"코로나19 검사 인력·설비 투자로 검사 인프라 확충해야"

전세계를 감염병 공포에 빠드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서 우리나라는 신속한 검사 및 환자격리 등 초기대응에 성공하면서 K-방역의 신화를 써내려 갔다.

그러나 K-방역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열악한 근무환경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검사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애써온 검사인력들의 고충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코로나19 뿐 아니라 앞으로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검사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일 진행된 대한임상미생물학회 학술대회에서 중앙보훈병원 보훈의학연구소 배은신 바이오뱅크장(진단검사의학과)은 지난 5월 17일 코로나19 검사 기관에 근무하는 임상병리과 전문의와 임상병리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RT-PCR 검사를 실시하는 169개 기관 중 38개 의료기관과 5개 연구소가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에 응한 3차병원 중 7곳이 1,000병상 이상 병원이었고 2차병원 중 15곳이 500병상 이상을 운영 중이었다.

1,000병상 미만 3차 병원은 평균 전문의 1.1명, 임상병리사 6.1명이 검사 업무를 담당했다. 1,000병상 이상에서는 전문의 1.9명, 임상병리사 5.4명이 검사 업무를 봤다.

2차병원 중에서는 500병상 미만 병원에서 평균 전문의 1.4명, 임상병리사 6.6명이 근무했고, 500병상 이상은 전문의 1.4명, 임상병리사 4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소에 근무하는 전문의 수는 평균 2.8명, 임상병리사는 29명이었다.

이들 기관에 소속된 전문의들은 한 명 당 평균 검사 2,119번을 진행했으나 업무가 몰리는 데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추가로 전문의 인력을 확충한 기관은 전체 43개 기관 중 단 2곳에 불과했다. 연구소 4곳은 임상병리사에 한해 인력을 추가했다.

대다수 기관들이 높은 검사 수요에 비해 검사장비나 시설은 최소한만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13개 기관이 하루 50~200번 정도 검사를 진행했다. 300번 이상 소화하는 기관도 12개나 됐다.

그러나 RT-PCR 검사에 필요한 핵산추출장비와 PCR 검사기 보유 정도를 묻는 질문에 절대 다수가 1~2대라고 대답했다. 연구소는 모두 이들 장비를 최소 6대 이상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 수준의 장비를 갖춘 의료기관은 3차병원 한 곳이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나 2009년 신종플루 유행을 겪으면서 많은 기관이 음압환기실을 새로 증축했으나 500병상 이상 2차병원 중 음압환기실을 갖춘 곳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500병상 이상 2차병원과 3차병원들은 생물안전작업대를 평균 2~3대, 500병상 미만 2차병원은 1~2대로 검사를 진행한다고 대답했다.

배 바이오뱅크장은 여전히 많은 검사 인력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바이오뱅크장은 "우리나라 코로나19 대응의 핵심은 국가적 단위에서 빠르고 광범위한 검사를 실시한 데 있다"면서 "앞으로 다가올 미지의 팬데믹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이런 검사 전문가들의 업무 환경은 물론 전체적인 검사 인프라를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투자는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한 것으로 결코 낭비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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