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암요법연구회, 암 치료 최신 지견 공유
키워드는 ‘정밀의료’…특정 유전자 변이 표적치료제 결과 발표
면역항암제, 폐암·신장암 수술 후 재발률 감소 효과 입증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1)에서 발표된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다양한 암종에서 특정 유전자 변이에 따른 표적치료제 효과를 확인한 연구와 수술한 암 환자 대상의 면역항암제 연구 등 최근 암 치료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연구들이 이날 소개됐다.

키워드는 ‘정밀의료’…특정 유전자 변이 표적치료제들

'퍼제타', '허셉틴' 제품사진.
'퍼제타', '허셉틴' 제품사진.

동일한 암으로 진단됐더라도 개별 환자마다 서로 다른 유전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치료 반응도, 예후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임상 현장에서는 개인 맞춤형 암 치료보다는 암의 종류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하는 한계가 있다.

올해 ASCO에서는 암의 종류에 제한을 두지 않고 특정 유전자 변이에 따른 표적치료제의 연구 결과가 발표돼 이목을 끌었다.

먼저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으나 표적치료제의 효과가 아직까지 입증되지 않은 암종에서 이들 약제의 효과를 보고자 실시된 MyPathway 2상 임상연구 중 HER2(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형) 과발현이 있는 다양한 고형암 환자 260명에서 ‘퍼제타(성분명 퍼투주맙, P)’과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 H)’의 복합요법(PH)의 효과를 확인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에서 객관적 반응률(ORR)은 23.1%(완전관해 5명 포함 60명)이었으며, 질병통제율(DCR)은 44.2%(115명)로 나타났다. 23.1%(260명 중 60명, 완전 관해 5명)가 치료에 반응했고, 44.2%의 환자에서는 4개월 이상 질병이 진행하지 않았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승택 교수는 “MyPathway 연구는 아직까지 HER2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의 효과가 밝혀지지 않은 암종에서 HER2 표적치료제 복합요법의 효과를 보여줬다”며 “특히 이 요법은 세포독성항암제 없이 표적치료제만을 포함해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생식세포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HER2 음성 조기 유방암 환자 대상의 OlympiA 3상 임상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이 연구는 수술 및 보조 항암화학치료를 완료한 후, PARP 억제제인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 보조요법군과 위약군의 1년간 투약 생존율을 비교한 연구로 국내 환자 97명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총 1,836명의 대상자가 등록된 대규모 임상시험이다.

연구 결과 린파자는 위약 대비 국소재발 또는 전이, 사망 위험을 42% 줄였으며, 3년 침습적 무질병생존율(iDFS, invasive disease-free survival) 또한 린파자군 85.9%, 위약군 77.1%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서경진 교수는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생식세포 BRCA1/2 돌연변이는 매우 중요한 바이오마커”라며 “이번 OlympiA 연구 결과가 ASCO 플레너리 세션(Plenary Session)에서 발표됨에 따라 환자별 유전 변이, 특히 생식세포 BRCA1/2 유전자 변이 여부를 기반으로 하는 정밀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됐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 폐암·신장암 수술 후 재발률 감소 효과 입증

'티쎈트릭' 제품사진.
'티쎈트릭' 제품사진.

전이·재발성 암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기여해 온 면역항암제가 수술을 받은 암환자의 재발률 감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주목을 받았다.

IMpower010 임상연구는 근치적 폐암수술을 받았던 IB-IIIA기(또는 1B-3A로 표현)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기존 표준요법 후 면역항암제인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을 1년간(16주기) 추가 사용한 환자군과 표준 항암화학요법만 받은 환자군을 비교한 연구다.

올해 ASCO에서는 전체 참여 환자 중 II-IIIA기이면서 폐암 조직에서 나타난 PD-L1 발현율 1% 이상인 환자와, PD-L1 발현율과 상관 없이 전체 II-IIIA기 환자의 무질병생존기간(DFS, disease-free survival) 결과가 발표됐다.

II-IIIA기, PD-L1≥1%인 환자 중 표준 항암화학요법 및 티쎈트릭을 1년간 투여 받은 환자군은 관찰기간 동안 무질병생존기간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은 반면, 표준 항암화학요법만 받은 환자군은 중앙값 35.3개월을 기록했다.

PD-L1 발현과 상관 없이 전체 II-IIIA기 환자를 대상으로 비교한 결과에서도 티쎈트릭군의 무질병생존기간 중앙값은 42.3개월로 위약군(35.3개월) 대비 길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정현애 교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재발 방지를 위한 치료로 백금계 항암치료가 도입된 지 10여년이 지났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치료방식에 면역항암제를 도입해 기존의 효과를 뛰어넘는 재발률 감소를 보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직까지 정해진 수술 후 보조치료가 없는 신장암 분야에서도 KEYNOTE-564 임상연구가 발표돼 주목 받았다.

신장암 수술 후 재발한 중등도·고위험군 비전이성 신장암과 전이 절제술 후 병이 남아있지 않은 전이성 신장암 환자 994명을 대상으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또는 위약을 1년간 투여한 연구의 중간 분석 결과, 1차 평가변수인 무질병생존율에 있어서 키트루다군은 위약군 대비 재발 및 사망 위험을 32% 감소시켰다.

하위군 분석에서도 키트루다가 일관되게 우수했으며, 특히 전이 절제술을 받은 전이성 신장암에서 좋은 효과가 나타났다. 2차 평가변수인 전체생존율은 추가관찰 후 분석될 예정이다.

가천대길병원 종양내과 박인근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현재 신장암 치료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치료옵션”이라며 “보조요법으로도 연구의 1차 목표를 달성해 면역항암제의 적용 범주를 넓혔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