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임석아 암연구소장, 암 연구 분야에서의 센터 역할 제시

"최근 국가연구비의 상당수가 인공지능, 데이터 사이언스, 유전체로 몰리면서 암을 연구하는 연구자와 임상의사가 지원할 수 있는 연구비가 상당히 줄었다.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나 대규모 임상시험을 해놓고 그 귀한 샘플들을 쌓아만 놓고 실제 중개연구를 할 수 없는 어려움에 놓여있다. 국립암센터가 이런 중계연구 지원을 위한 주축이 돼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대학교 임석아 암연구소장(혈액종양내과)은 지난 21일 개원 20주년을 기념해 국립암센터가 개최한 '국가 암 정복의 성과 미래' 심포지엄에서 암 연구 지원 확대를 위한 국립암센터의 역할을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학교 임석아 암연구소장
서울대학교 임석아 암연구소장

먼저 임석아 교수는 "국립암센터가 지난 20년 동안 국가암관리사업을 통해 국가암검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질을 향상시키고, 암 생존율 증가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암등록통계사업을 통해 신뢰성 있는 통계를 암 연구 기초자료를 제공해줘 무척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을 포함해 여러 암 관련 임상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임상의사의 입장에서 향후 국립암센터에 바라는 총 다섯 가지 역할을 제시했다.

임 교수는 첫 번째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그 샘플을 활용해 중개연구를 하고, 그로부터 다시 새로운 임상시험을 디자인하는 임상의사로서, 국립암센터가 중계연구가 포함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혹은 중계연구의 신규 지원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대화에서 중요한 중심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암 연구자와 임상의사가 지원할 수 있는 국가 연구비가 줄어 이미 진행된 임상시험으로부터 얻은 귀한 샘플들이 중개연구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데 국립암센터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국가 연구비 정책이 일관성 있게 중장기적으로 계획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10년 혹은 5년 단위 계획이어서 전환기마다 많은 연구자들이 혼란을 겪게 된다"라며 "어떠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그 현안에 대해 연구비를 일부 지원하는 것은 도움이 되겠으나, 거의 대부분의 연구비가 그 현안에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2000년에 들어서면서 암 정복, 암 연구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굉장히 증대됐고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의 지원 액수와 과제수가 급격히 증가했다"라며 "하지만 최근 국가연구비의 상당 액수가 인공지능, 데이터 사이언스, 유전체로 몰리면서 특히나 2018년 이후 암 연구자와 임상의사가 지원할 수 있는 연구비가 상당히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암 연구자와 분자생물학자에게 지원되던 암정복추진기획단의 연구비는 2017년에 비해 60% 감소했으며, 지원 과제수 역시 30% 감소한 상황이다.

임 교수는 "때문에 중개연구가 포함된 연구자주도 임상시험 혹은 대규모 임상시험을 해놓고 정말 귀한 샘플들을 쌓아놓고도 실제 중개연구를 할 수 없는 어려움에 놓여 있다"라며 "국립암센터가 이런 부분을 도와주는 창구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임 교수는 "일회성 지원보다는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항암 임상시험을 시행하는 그룹과 지속적인 협업을 하는 게 필요하다"라며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investigator initiated trial, IIT)뿐만 아니라 의뢰자 주도 임상시험(sponsor initiated trial, SIT)을 통한 제약사와의 협력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지원사업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 새로운 그룹이나 사업단을 만들기보다는 이미 있는 사업단이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세 번째로는 그는 효율적인 국가 암 데이터 활용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강조했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국가암등록사업과 심평원 청구자료, 행정안전부의 사망자료를 연결하는데 현재의 개인정보법이 굉장한 걸림돌이 되는데, 국립암센터가 개인정보법을 준수하면서 암 연구가 수월하게 시행되도록 도움을 줄 만한 국가적 중심체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의견을 정부에 개진하기 위한 창구 역할을 국립암센터의 네 번째 역할로 제시했다.

또한 국립암센터의 다섯 번째 역할로서 '암 정복 과제 혹은 항암신약개발 과제에 대한 출구 전략 마련'을 꼽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항암신약사업단에서 포지오티닙, PARP 억제제와 관련된 일을 했었는데, 굉장히 많은 물질을 발굴되고 나서 개발이 안되고 중단되는 것을 경험했다"라며 "국립암센터가 이에 대한 출구 전략을 마련해 장기적으로 도와준다면 앞으로 계획된 연구들에도 무척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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