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백신 물량보다 사전예약자 50만명 더 많아
정부 “LDS 주사기로 잔여 백신 아껴 예약자 접종”
접종기관들, 예약자 일일이 연락해 접종 날짜 변경

요새 A의원은 매일 오후만 되면 전화 통화가 주된 업무다. 아스트라제네카(AZ)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사람을 찾기 위해서다. A의원만 이런 것은 아니다. 위탁의료기관 대부분이 겪고 있는 일이다.

네이버나 카카오앱으로 잔여 백신 접종을 예약한 사람이 아닌 60~74세 사전 예약자들이 대상이다. 이달 배포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물량이 사전 예약자보다 적어서 생긴 문제다.

오는 19일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예약한 인원은 550만명이지만 남아 있는 물량은 500만회분(2차 접종분 제외)으로 50만회분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최소잔여형(LDS) 주사기로 최대한 접종 인원을 늘리고 이를 사전 예약자 중심으로 접종하도록 안내했다.

접종 현장에서는 지난주부터 사전 예약자에 비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물량이 부족하다며 예약 취소 사태까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LDS 주사기로 최대한 인원을 늘리고 사전 예약자의 일정을 당겨 접종해 달라는 공문은 9일에야 현장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탁의료기관인 A의원 원장은 “예약률이 올라가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물량이 부족해졌다. 그래서 10회분인 1바이알로 최대 12명이 맞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당일 예약된 사람 외에 그 다음 날 예약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접종 일정을 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B의원 원장은 “간호사들이 전화기를 붙들고 있어야 한다. 예약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서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며 “LDS 주사기를 사용해 최대한 접종 인원을 늘리고 당일 예약한 인원보다 추가 접종할 수 있는 물량도 미리 접종자를 찾아 놓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특히 간호사들이 그렇다”며 “수시로 바뀌는 지침 때문에 혼란을 겪었는데 이제는 백신 물량 부족으로 예약 일정까지 조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백신 접종률을 올리기 위해 일선 의료기관들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력하고 있지만 관련 업무에 너무 많은 행정력이 들어간다”며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백신 접종 사전 예약률이 높아서 그렇다고 해도 현장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겪고 있는 혼란을 파악하고 정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의료계와 협의해서 관련 정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백신 물량 부족으로 불가피하게 접종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다음 주 중으로 개별적으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홍정익 예방접종관리팀장은 지난 9일 백브리핑에서 “LDS 주사기로 부족분이 해소가 안 된다고 하면, 보건소 공급분도 있기에 각 지역 보건소에서 보유한 백신으로 완충 작업을 하면서 최대한 잔여 백신을 아껴 쓰는 방식으로 모든 예약자에게 접종하겠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이어 “잔여량이 예약자에게 돌아가지 못해 불가피하게 접종을 못 하는 대상자가 생기면 당국 차원에서 별도로 안내하고, 신속하게 다시 접종 일정을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역별로 (백신 공급) 사정이 다를 수 있기에 사전 예약자가 접종을 받지 못하게 되면 개별 의료기관이 임의로 취소하는 것이 아니라 당국이 일괄적으로 예약 변경을 공지하고, 접종 일정을 다시 잡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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