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입원절차 회피 및 합법적 장기 입원절차로 변질 우려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신질환자의 동의입원 제도의 퇴원결정 권한이 가족에게 있어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3일 “정신의료기관의 동의입원은 정신질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고 실행 과정에서도 입법 목적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 인권위 진정과 직권조사를 통해 확인됐다”며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전면 재검토 의견을 전달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42조에 근거한 동의입원은 정신질환자가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는 유형이다.

입원은 본인 의사에 의하지만 보호자 동의 없이 퇴원을 신청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환자의 치료 및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한 경우에 한정해 72시간 동안 퇴원이 거부되고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또는 행정입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되면서 강제 입원절차를 자제하고 정신질환자 스스로의 선택을 존중해 인권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신설된 제도다.

시행 초기인 지난 2017년 12월 30일 기준 전체 입원유형에서 16.2%를 차지했고, 2018년 19.8%, 2019년 21.2%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권위는 보호자 동의 없이 퇴원할 수 없는 점은 ‘당사자 의사 존중’이라는 동의입원의 입법 목적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의입원 환자의 퇴원거부 기준인 ‘보호 및 치료의 필요성’이 비자의 입원의 퇴원거부 기준인 ‘자·타해 위험’보다 더 광범위한 기준으로 당사자의 의사보다 보호의무자의 요구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또 인권위 진정사건 및 직권조사에서는 입원 적합성 심사 등의 절차를 피하기 위해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입원 유형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입원환자들을 반복적으로 동의입원으로 처리한 정신의료기관 등도 확인됐다.

이에 인권위는 동의입원 환자 중 본인 의사에 의해 퇴원한 인원수나 퇴원이 거부돼 비자의 입원으로 전환된 인원이 몇 명인지 정확한 통계를 알 수 없어 동의입원이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증진하고 있는지 평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인권위는 “동의입원은 현행 절차보조인 등의 안내 없이 당사자가 충분히 인지하고 당사자의 진실한 의사에 기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초 정신질환자 스스로 치료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오히려 충분히 자의로 입·퇴원이 가능한 환자나 보호의무자 입원에서도 2차 진단 및 입원적합성심사 등 강화된 입원절차로 퇴원조치가 가능한 환자들을 합법적으로 장기입원 시킬 수 있는 입원절차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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