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학회, 의협에 ‘소아청소년 진료체계 붕괴 위기와 대안’ 전달
의협, ‘소아청소년과 정책 개선 특별위원회’ 구성…정책 마련 방침
전문의 중심 진료 기반확보 및 진료체계 개편 등도 계획

고질적인 저수가와 저출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사 위기에 놓인 소아청소년과를 살리기 위해 학회와 의사회, 대한의사협회가 손을 잡고 정책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의협은 지난 12일 ‘소아청소년과 정책 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별위원회에는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의협, 대한아동병원협회 등이 참여하며 활동기한은 무기한이다.

특위 위원장은 소청과학회 은백린 이사장이 맡았으며 간사에는 의협 양혜란 사회참여이사가 선임됐다.

특위는 진료 인프라 붕괴 위기에 직면한 소아청소년과가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진료 패러다임 개혁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근거자료를 제시하며 대정부 활동을 지원해 우리나라 소아청소년과 진료 관련 정책을 개선한다는 목표로 활동하게 된다.

앞서 소청과학회는 ‘소아청소년 진료체계 붕괴 위기와 대안’ 자료를 의협 등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청과학회는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진료시스템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지만 초저출산, 대량진료로 보전해 온 최저 수준의 건강보험수가, 의료진의 노동집약적 진료 환경과 희생이 그 기저에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초저출산, 초저수가, 진료환경 악화 등으로 전공의 지원이 급감하고 진료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해 소아청소년 진료인프라가 붕괴할 위기에 놓여있다고 우려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폐업을 하는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 수가 많았으며, 2020년 3분기 진료비 통계가 전년대비 3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영향은 전공의 및 전임의 지원에서 곧바로 나타났는데 지난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38%에 그쳤으며 2014년 25명, 2015년 32명, 2016년도 23명, 2017년도 28명, 2018년 25명, 2019년 27명이었던 소아청소년과 전임의 지원은 지난해 17명으로 급감했다.

이에 소청과학회는 ‘초저출산 탈출과 소아청소년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최고 수준의 연구 및 육아, 보건, 진료를 제공하며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형 소아청소년 보건체계를 수립한다’로 목표를 재설정하고 ▲소아청소년과학 및 진료의 국제적 경쟁력 유지 ▲최고수준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배출 및 관리 ▲소아청소년 보건정책 수립‧실천에 참여 ▲전문가 단체로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학회 위상 정립 등을 그 실천방안으로 정했다.

이에 따른 종별의 구체적인 역할을 살펴보면 3차 대학병원과 수련병원은 입원, 응급실,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등 전문의 진료체계로 개편해 불안정한 수급의 전공의 의존도를 개선하고 난치병 정복과 중증질환 중심의 진료능력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2차 진료 병원은 3차 병원에 부하되고 있는 경증질환의 지역치료센터 및 병실이 부족한 장기 소아청소년 건강관리 병원의 역할로 접근성과 편의성을 제공해 올바른 진료전달 및 회송체계를 확립하고 부족한 상급병원 의료자원 효율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즉 입원진료가 가능한 경증의 지역소아진료를 주로 보며 상급병원과의 상호보완적 진료전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

1차 진료 의원은 급성기 감염병 중심의 진료에서 소아청소년 보건인프라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육아, 예방, 학습, 만성질환, 마음 건강 등의 관리 의사 역할로 다변화할 생각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소아청소년 진료수가체계 변화 ▲전공의 수련체계 및 전문의 분포 조정 ▲1차 전문의 역할 변화 및 교육상담료 신설 ▲전문의 중심 진료 기반확보 등의 전략을 활용할 계획이다.

소아청소년 진료수가체계 변화와 관련해선 일괄적 소아청소년 기본 진찰료 인상을 비롯 교육, 상담 수가 신설, 시간별, 연령별, 중등도별 외래 및 입원 수가 가산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공의 3년+ 전임의 2년 과정 도입…고난도 진료능력 배양

특히 소청과학회는 전공의 수련과정을 내과나 외과처럼 3년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필수 교육을 늘리고 전공의 수련을 내실화해 지역사회를 위한 1, 2차 전문의 역량 증진하는 한편, 전문의 취득 후 2년의 강사 수련과정을 통해 고난도 진료 및 중증진료 능력을 배양하겠다는 것.

또 불안정한 수급의 전공의 의존도 탈피를 위해 전문의 진료 직군을 확대해 안정적인 소아 중증 전문 진료체계를 확보하겠는 생각이다. 다만 이를 위한 인력과 제도의 국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의협 양혜란 이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저출산 기조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발생해 소청과가 더 큰 위기를 맞게 됐다”면서 “폐업한 의료기관도 많고 폐업을 준비하는 곳도 많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원들도 3명이나 폐업을 했다”고 말했다.

양 이사는 이어 “다른 과목으로 전직을 위해 공부하는 소청과 의사들도 많다”면서 “소청과 의원이나 아동병원들은 운영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특히 “지방의 3차 병원에선 아예 ‘소아 환자는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응급실 앞에 붙여놓은 곳도 있고 병동이나 중환자실을 운영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면서 “제가 근무하는 분당서울대병원도 응급실에서 철수했다. 인력을 돌릴 수가 없다”고 전했다.

양 이사는 “이 정도 상황이 되니까 ‘정말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진료 인프라가 사라지고 가을이 되면 다 망한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면서 “환자들이 정말 갈 곳이 없다는 게 가장 무서운 일이다. 대책 마련이 더 늦어지면 전국적으로 소아청소년 진료 인프라가 다 붕괴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에 소아청소년과 특성을 고려한 수가체계 마련 및 제도 개선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

양 이사는 “소아청소년과는 비급여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박리다매식으로 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데 소아청소년과 특성상 아이들을 보기 까다롭고 부모를 상대로 많은 설명을 하고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며서 “이를 거절하면 환자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기에 해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수가체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의료취약지의 경우 민간병원이 이미 공공병원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런 곳은 인건비 및 인력을 지원해 줘야한다”면서 “소아청소년과 의료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한, 밤중에 오는 환자 한 명을 살리기 위한 인력 및 제도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수련과정 개편과 관련해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현재 공청회를 진행 중인데 의견 수렴이 끝나면 대한의학회에 전달할 것”이라며 “3년제로 전환되면 전공의 개념이 바뀌는 것이다. 앞으로는 인력보다는 피교육자로서의 의미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양 이사는 “해결할 일이 많아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정부도 예산이나 정책에 우선순위가 있고 우리도 우선순위가 있으니 계속 조율해 가면서 하나씩 이뤄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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