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13.7% 성장에 기대…기업들 사업 확장 박차
코로나19로 CMO 수요 증폭…일각선 '양날의 검’ 평가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위탁생산) 사업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단순히 한 철 유행이 아닌 주축사업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바이오의약품 CMO는 고객사의 의뢰를 받아 의약품을 위탁 생산해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및 컨설팅 기관 프로스트&설리번(Frost&Sullivan)에 따르면, 글로벌 CMO 시장은 2019년 119억달러(약 13조원)를 기록했으며 연평균 13.7% 성장해 2025년에는 253억달러(약 28조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CMO 시장은 일부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다. 해외에는 베링거인겔하임, 론자, 후지필름, 우시바이오로직스, 아사히글라스, 써모피셔사이언티픽 등이 대표적인 CMO기업들이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그룹, 에스티팜, 바이넥스, 코오롱생명과학, 동국제약, 경보제약, 팬젠 등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그룹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CMO 시장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생산량 18만 리터에 달하는 제3공장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CMO 시설을 자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제4공장 건립에 착수했다. 제4공장의 예상 생산량은 총 25만6,000리터에 달한다. 2022년 일부 생산라인 가동, 2023년에는 전체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제 4공장 건립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투자할 전체 금액은 1조7,400억원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미국에 CMO 통합법인인 SK팜테코를 두고 있다. 2017년 BMS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 인수하며 SK바이오텍 아일랜드를 설립했으며, 2018년에는 미국 버지니아주 원료의약품 CMO 기업 엠팩을 인수했다. SK팜테코는 지난 3월 프랑스 유전자·세포치료제 CMO 기업인 ‘이포스케시’를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기존에 운용하던 백신 사업이 아닌 CMO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밝히기도 했다.

최근 국내에서 CMO 사업이 각광을 받는 데는 국내 의약품 산업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심축이 합성의약품 개발에서 바이오의약품 개발로, 제네릭 의약품 생산에서 의약품 R&D로 이동하면서 바이오의약품의 생산과 상업화를 가능케 해줄 CMO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국내 한 CMO 관계자는 “CMO 공장은 바이오리액터의 가동률이 중요하다”며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글로벌 임상 진입 또는 빅파마와의 공동 연구개발이 늘어난 것도 CMO 기업들의 가동률을 높이는 데 크게 한몫했다”고 전했다.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생산 시설과 까다로운 GMP 기준에 부합하는 제조 공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직접 생산 역량을 보유하기 보다는 CMO 기업에 생산을 아웃소싱하는 모습을 보인다. 프로스트&설리번은 제약바이오기업과 CMO기업이 단순 거래 관계에서 전략적 위험 분담이 가능한 파트너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더욱이, 지난해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시장의 CMO 수요를 급증시키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7~8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노바백스와 차례로 코로나19 백신 CMO·CDMO 계약을 체결한 SK바이오사이언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달에는 지엘라파, 한국코러스, 이수앱지스, 종근당바이오, 보령바이오파마, 바이넥스, 큐라티스, 휴메딕스 등이 CMO 컨소시엄을 꾸려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 생산에 나섰다. 휴온스글로벌, 휴메딕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보란파마 등도 별도의 컨소시엄을 구축, ‘스푸트니크V' 생산에 뛰어들었다.

GC녹십자는 또 다른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인 ‘코비박’ CMO 후보 업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CMO 사업 진출이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있어 무조건적인 성공전략일까. 이에 대해 업계는 회의적이다. CMO 사업이 ‘양날의 검’이라는 업계의 속사정도 존재한다.

한 국내 CMO 기업 관계자는 “CMO 사업의 딜레마가 있다. CMO 사업에 주력하는 만큼 자사 제품 개발에 활발히 뛰어들 수 없다는 게 함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종 분야의 자사 제품 개발을 진행할 경우, 고객사들로부터 기술 유출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된다. CMO 사업은 신뢰가 중시되는 만큼 양자택일의 선택을 해야 할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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