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교수, 치명적 이차성 폐동맥고혈압 예방 강조

최근 희귀면역질환인 전신경화증(Systemic Scleosis, SSc) 환자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임상 증상인 수지족지 궤양증(Digital Ulcers, DU)의 국내 치료 성과 및 임상 양상을 엿볼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화제다.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김현숙 교수는 지난 1월 국제학술지인 임상류마티스학회지(Journal of Clinical Rheumatology)에 국내 최초로 전신경화증 수지족지 궤양증 환자를 대상으로 '보센탄(상품명 트라클리어)'을 투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국내 전신경화증 환자 수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로, 전신경화증 환자에서 잦은 수지족지 궤양증 발생은 치명적인 이차성 폐동맥 고혈압 발생과도 연관이 있어 이에 대한 예방적 관리의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김현숙 교수를 만나 국내 전신경화증 수지족지 궤양증 관리에 대한 최신 지견과 이번에 발표된 논문이 갖는 임상적 의의에 대해 들어봤다.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김현숙 교수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김현숙 교수

-전신경화증은 어떤 질환이며, 이들 환자에서 발생하는 수지족지 궤양증은 무엇인가.

전신경화증은 신체 면역체계 이상으로 피부세포인 콜라겐이 과도하게 증식해 쌓이면서 만성적으로 피부와 내부장기의 섬유화를 특징으로 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옛날에는 피부가 딱딱 해지는 병, 즉 '경피증'이라 불렸다. 전신경화증은 국가에서 지정한 희귀난치성질환 중 하나로, 최근 들어 유병률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2017년도 기준 국내 전신경화증 환자 수는 약 3,900백여명이었으나 2018년 4,200여명에 이어 2019년에는 4,700여명에 이르며 매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해당 질환을 진단하는 류마티스내과 전문의가 증가함에 따라 환자 수도 자연스레 증가하게 된 것으로, 앞으로도 환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신경화증은 초기에는 피부에서 증상이 발현되지만, 결국 면역반응으로 인해 혈관병증 및 섬유화가 나타나며 피부뿐만 아니라 장기에도 손상을 미치게 된다. 대표적으로 폐섬유화, 폐동맥 고혈압 등 여러 가지 폐질환과 소화기장애 등 면역반응이 온 몸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다양한 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 그 중 많이 발병하는 대표적인 혈관병증 중 하나가 손가락발가락 피부가 서서히 썩는 수지족지 궤양증과 레이노 현상이다.

워낙 희귀질환이라 국내 조사가 정확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보통 전신경화증 환자 중 수지족지 궤양증을 앓고 있는 환자는 30~40%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전신경화증 환자의 생애 동안 수지족지 궤양증을 한번이라도 앓았던 환자는 대략 70~80% 정도 된다. EUSTAR(The European Scleroderma Trials and Research group)라는 유럽 전신경화증 네트워크에서도 대규모 조사를 통해 평생에 걸쳐 수지족지 궤양증이 생기는 경우를 연구한 결과 대략 70%까지 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신경화증 환자에서 수지족지 궤양증이 있으면 예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전신경화증 환자에서 쉽게 말해 죽고 사는데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질환은 폐섬유화와 폐동맥 고혈압이다. 때문에 해당 질환이 애초에 발병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폐동맥 고혈압이 큰 혈관을 침범하는 혈관병증이라면 레이노와 수지족지 궤양증은 작은 혈관을 침범하는 미세혈관병증이다. 보통 레이노나 수지족지 궤양증이 반복적으로 발병하는 환자들은 나중에 큰 혈관에서도 문제가 생겨 폐동맥 고혈압이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이에 전신경화증에서 조기에 생길 수 있는 레이노나 수지/족지 궤양증을 관리하고 예방함으로써 추후 진행되는 주요 장기 침범이 안 되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최근 국내 최초로 전신경화증 수지족지 궤양증 환자를 대상으로 '보센탄'을 투여한 임상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보센탄(Bosentan)이란 약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폐동맥 고혈압의 치료 약제로 사용되고 있다. 전신경화증과 폐동맥 고혈압은 병리기전이 같기 때문에, 큰 혈관의 문제를 줄여주는 약이 작은 혈관병증에도 당연히 효과를 보일 수밖에 없다. 실제 일부 폐동맥 고혈압 약제 중에서 수지/족지 궤양증 치료에 허가가 돼 있는 약제도 있으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보센탄이다.

더 나아가 보센탄은 수지족지 궤양증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을 RCT(Randomized Clinical Trials)를 통해 보여줬다. 대규모 임상시험인 RAPIDS 연구에 따르면, 보센탄은 수지족지 궤양증에서 치료 효과보다는 새로운 병변이 덜 나타나는 예방적인 부분에서 효과를 보였다. 이에 EUSTAR 및 미국과 유럽의 류마티스학회에서 발행한 전신경화증 관련 치료지침을 살펴보면, 보센탄을 수지족지 궤양증이 자주 발생하는 환자에서 예방적인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연구는 의약품 실제 처방 정보인 리얼월드데이터(Real World Data)에 가까운 임상연구다. 보센탄의 국내 보험 기준이 이미 환자가 수지족지 궤양증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고, 또 6개월(24주)이라는 한정된 기간에만 급여가 인정되기 때문에 앞서 말한 보세탄의 예방적 치료와는 차이가 있지만, 실제 한국의 임상 현장에서 수지족지 궤양증이 있는 전신경화증 환자의 임상 양상을 조사해보고자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연구 결과, 24주간 보센탄을 투여한 수지족지 궤양증 환자의 55%가 새로운 궤양증 발생이 나타나지 않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이 논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환자의 몇 %가 좋아졌다'라는 것도 있지만, 일부 약제가 반응을 하지 않는 환자(11.4%)에서는 오히려 수지족지 궤양증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보센탄 사용이 예방적인 목적으로 허가됐기 때문에 실제 치료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부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문제는 특정 비율의 환자에서는 오히려 수지/족지 궤양증이 더 악화됐다는 것인데, 이런 환자에게는 약물 병용요법 등 더 나은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보세탄 치료로 예후가 개선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제의 효과가 없는 환자의 경우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병용요법 또는 다른 약제들이 치료의 카테고리 안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린 이미 전신경화증 환자에서 수지족지 궤양증이 잘 생긴다면 이후 폐동맥 고혈압과 같은 큰 혈관병증도 생길 수 있다는 임상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런 환자에서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해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이차성 폐동맥 고혈압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으로의 진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번 연구가 대조군 없이 리얼월드 데이터로만 진행됐다는 점은 아쉽지만 실제 연구 결과가 있어야 보험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국내 수지/족지 궤양증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폐동맥 고혈압을 예방하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한가. 전신경화증 환자에서 발생하는 폐동맥 고혈압은 어떤 특징을 가지는가.

폐동맥 고혈압은 장기 어디든 문제가 생겨서 결국 마지막에 심장에 문제가 생기는 이차성 질환군에 들어가기 때문에, 폐고혈압이라는 폐질환군에 포함된다. 폐동맥 고혈압은 질환 분류를 1형에서 5형으로 나누는데, 1형 폐동맥 고혈압에 들어가는 것이 원인이 없는 특발성 폐동맥 고혈압, 면역질환 때문에 생기는 폐동맥 고혈압이다. 다만 희귀면역질환인 전신경화증 환자에서 폐동맥 고혈압이 생겼을 때 특발성 폐동맥 고혈압보다 훨씬 더 치료하기가 곤란하다. 특발성 폐동맥 고혈압도 굉장히 중요한 심장내과 질환이지만, 전신경화증에서 생기는 폐동맥 고혈압은 이보다 치료반응이 더 나쁘고 예후가 안 좋은 것으로 나와 있다. 그 말은 즉 전신경화증 환자에서 이미 폐동맥 고혈압이 생긴 다음에 보센탄 등 수많은 폐동맥 고혈압 약제들을 써도 특발성 폐동맥 고혈압 환자에서만큼의 효과가 덜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전신경화증 환자에서 폐동맥 고혈압이 발생하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들과 교류하는 다학제 진료를 통한 결정이 필요하다. 수지/족지 궤양증은 주로 류마티스내과에서 치료를 하고 있다. 수지족지 궤양증이 눈에 보이는 부위에 발생하는 질환인 만큼 피부과나 성형외과에서 치료할 것 같지만, 원인 자체가 전신경화증이고 일반적으로 생기는 상처가 아니라 내피세포 이상이나 혈관병증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기저질환 치료가 같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신경화증 관련 폐섬유화 치료는 순천향대병원에서 매주 다학제 외래진료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폐동맥 고혈압 치료도 마찬가지로 진단 자체는 심장내과에서 하지만 약제 선택이나 진단, 예후 결정 등은 다학제 진료로 하고 있다.

병리기전이 같은 증상을 조기에 완화시키면, 폐동맥 고혈압이 생기는 가능성이 훨씬 더 낮아지리라는 것은 꼭 증명하지 않아도 유추할 수 있다. 심지어는 증명된 논문도 있다. 보세탄 등 약제가 대부분 고가이긴 하지만 환자가 다른 중증의 질환이 생겼을 때 발생하는 의료비용과 환자의 삶의 질 저하로 인해 사회적으로 기여하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예방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전신경화증에서 폐동맥 고혈압이 발병하는 환자는 주로 30~50대로, 사회적인 활동을 굉장히 활발한 연령대이다. 때문에 주 사회활동 계층의 사람들이 점점 제 기능을 잃어가는 것을 기다리기보다는 약제에 대한 시각을 조금 더 예방적인 치료나 조기 치료로 세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방적 관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면, 전신경화증 환자에서 조기에 수지/족지 궤양증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모세혈관 검사에서 무혈관 지역이 많이 있는 패턴을 보고 수지족지 궤양증을 예측할 수 있다. 또 레이노 현상은 추위에 잘 반응하는 등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는데, 추위에 반응해 혈관의 수축과 이완에 제한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레이노가 굉장히 오랜 시간,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환자들은 확실히 수지/족지 궤양증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전신경화증 환자를 관리하는데 있어 이런 임상적인 파라미터(parameter)가 아무래도 도움이 제일 많이 된다.

그 다음에 혈액검사 쪽에서는 CRP(C-Reactive Protein)라는 염증 수치를 본다. CRP가 높으면 수지/족지 궤양증이 잘 생긴다는 보고도 있긴 하지만 CRP는 다른 것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예컨대 감기나 폐렴, 후두염이 걸려도 염증에 반응해 수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CRP만으로 수지족지 궤양증을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밖에도 실험실적인 파라미터가 있긴 하지만, 임상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단계다. 따라서 보편화된 써로게이트 마커, 바이오 마커 개발을 위해서는 국가와 의료진들의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수지족지 궤양증을 진단하기 위한 혈액검사에서 어떤 특정 마커를 진단 기준으로 하는 것처럼, 중증도를 예측할 수 있는 마커 개발도 필요하다. 실제로 국가에서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 센터를 포함해 전신경화증에 관심이 많은 의료진들이 국책과제나 개인 연구로 계속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전신경화증 환자의 수지족지 궤양증 관리 및 폐동맥 고혈압 예방을 위해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이번에 발표된 논문에서와 같이,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보센탄의 수지족지 궤양증 치료 결과는 절반 이상의 환자에서 호전을 보인 반면, 효과가 없는 환자들은 오히려 수지족지 궤양의 크기가 증가했기 때문에 차후에 나타날 수 있는 폐동맥 고혈압처럼 다른 약제와의 병용요법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레이노가 심한 환자의 경우 특히 겨울철에 수지족지 궤양이 생길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에게만이라도 미리 약제를 예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거시적인 보험 정책이 있다면 희귀난치질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데 상당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질환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의료진을 대상으로 전신경화증 진단 및 치료법에 대한 교육이 지속되야 할 것이고, 경험이 있는 의료진과의 적극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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