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 나르는 원장’으로 유명해진 서산의료원 김영완 원장
임금체계·근무환경 개선 더해 공공간호사제로 인력 확보 성공
2019년 16명에 이어 2020년 33명 확보…올해 100병상 늘린다

부족한 간호인력 수급대책으로 떠오른 ‘공공간호사제’에 대한 지방의료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력한 근무환경 개선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신입 간호사들의 이직률을 줄이고 인력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간호인력 부족으로 인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호인력 부족으로 인한 누적 적자로 경영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3개 병동을 닫아야 했던 서산의료원은 2년 전부터 '간호대생 장학금제도’를 운영하면서 꽉 막혔던 숨통을 텄다.

2019년 충청남도와 서산의료원은 공공간호사 양성을 목표로 각각 150만원과 250만원을 모아 간호대생 1인당 장학금으로 400만원을 지급하고 2년의 의무복무기간을 채우도록 했다. 이에 2019년 서산의료원 신입 간호사로 16명이 채용됐다.

2020년에는 1인당 지급되는 장학금을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늘려 33명을 목표로 모집한 결과, 40명이 지원하기도 했다.

이에 올해 3월 1일 새롭게 들어오는 신규 간호사들이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병동 1개와 일반병동 2개 등 100병상을 늘릴 예정이다.

서산의료원 김영완 원장
서산의료원 김영완 원장

서산의료원 김영완 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2년 전 부임해보니 간호사 부족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며 “정원이 120명 정도였는데 90여명 밖에 없었다. 간호사가 부족하니 병동이 있어도 운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2년 동안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며 2가지를 시행했다”면서 “임금 인상과 각종 수당 현실화, 근무환경 개선이 첫 번째였고 두 번째가 장학금 지급 제도였는데 그 결과 어느 정도 충원이 됐다”고 했다.

김 원장은 “2020년도에는 33명 모집에 40명이 지원했지만 예산상 모두 뽑질 못했다. 장학금제도 효능이 입증된 셈"이라며 "여기서 착안해 지역 인재가 일할 수 있는 활로를 열어주기 위해 충남형 공공간호사제를 시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남도와 함께 장학금제도를 시행한 이유도 있지만 인력수급에 청신호가 켜진 데는 의료원의 간절함도 한 몫을 했다. 간호인력 부족으로 병동이 문을 닫게 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어려운 환경에서 병동 문을 못 열게 되니 지역주민들이 입원할 곳이 없어 서울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 그 피해가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간호대생들이 2주간 실습 나오는 점심시간이 되면 물컵을 하나씩 갖다 드린다. 간호부장과 간호과장들도 진심을 갖고 물컵을 나른다. 진심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며 “현장에서는 인력수급을 위해 처절하게 싸우고 있다”고 했다. 김영완 원장이 ‘물 컵 나르는 원장’으로 유명해진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김 원장은 신규 간호사 복지를 위해 ‘1인 1실’로 이용할 수 있는 간호기숙사도 올해 안에 완공할 계획이다.

강력한 근무환경 개선책 없이는 장학금 제도만으로는 안정적인 간호인력 수급은 어렵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5년차 정도 되면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4년 의무복무기간이 주어지는 공공간호사제 운영을 통해 이직률이 높은 1~2년차 신규 간호사 이직을 줄일 수 있다는 것.

충남도가 공개한 서산의료원의 최근 5년간 연차별 이직 현황을 살펴보면, 1년차 이직률은 57.9%로 가장 높았고 2년차부터는 7.9%로 크게 떨어져 3년차 7.1%, 4년차 3.9%, 5년차 0.8%로 1년차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원장은 “의무복무기간이 끝나고 나면 수도권으로 이직할 거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직률을 검토해 보면 1년차 이직률이 가장 높다”며 “임금체제가 향상됐다지만 대학병원급보다 적다. 그래도 5년차 정도가 되면 비슷하거나 상종보다 높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만년 적자라고 하는데 이를 탈피하기 위해 의료원 직원들이 힘을 합쳐 노력하고 있다”며 “장학금제도를 통해 간호인력 부족을 해소한 만큼 올해 상반기 흑자가 나올 거라고 예상한다. 벌써 여러 곳에서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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