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병원 성윤경 교수, "현재는 오리지네이터 대체할 이유 없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일찍이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개발에 뛰어들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유망한 기업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지만, 정작 국내 내에서는 오리지네이터(originator)를 대체하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에서는 본래 목적인 비용 부담 절감 효과가 거의 없어 의료진 및 환자 입장에서는 굳이 바이오시밀러를 사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양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성윤경 교수는 최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바이오시밀러가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핵심적인 이유에 대해 "한국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유럽과 미국의 특성이 혼재돼 있다"며 "한국은 유럽과 같이 보험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은 미국과 같이 오리지네이터 대비 높게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이자 제약회사인 에버사나(EVERSANA)가 2019년 발표한 자료(원제: Biosimilar Pricing in Europe: A look at Infliximab)에 따르면, 유럽위원회(European Medicines Agency, EMA)는 지난 2005년 바이오시밀러 허가 가이드라인을 공식 발표한 이후 적극적으로 바이오시밀러를 도입해 2018년 6월까지 약 40여개 품목을 시판 허가했다.

에버사나는 "참조 약물과 동등한 안전성 및 효능 프로파일을 가진 바이오시밀러는 예산 제한이 있는 유럽 국가들의 수많은 공공 의료시스템에서 지속성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돼 왔다"라며 "EU 회원국들은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을 책정하는 자체의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각 국가들은 IRP(internal reference pricing), ERP(external reference pricing), HTA(health technology assessment) 등 여러 제도적 장치를 통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유럽의 이같은 정책적 전략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며 약물을 사용하는 의료진에게 진료지침의 형태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한 예로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는 2016년 류마티스관절염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치료적 동일 선상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비슷한 약제가 있다면 비용 효과적인 약물을 먼저 처방할 것"을 권고했다.

유럽학회는 "치료제의 높은 가격은 몇몇 국가에서 최신 치료의 활용을 제한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바이오시밀러의 출현이 잠재적으로 보건의료 예산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미국류마티스학회(ACR)는 유럽과는 다른 방향으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권고안을 내놓았다.

미국학회는 "오리지네이터에 치료 반응을 보이고 질병 조절이 잘 되고 있는 환자라면 해당 제제로 치료를 지속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며, 바이오시밀러로의 스위칭은 권고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성윤경 교수는 "미국은 국가가 아닌 보험사와 제약사가 약가를 결정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실제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된 이후에도 매년 약가가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때문에 굳이 오리지네이터를 쓰고 있는 환자에서 가격적인 혜택이 없는 바이오시밀러로 대체할 이유가 없으며,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가 잘 팔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역시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을 오리지네이터의 80% 수준으로 높게 책정하고 있다"라며 "현재와 같이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이 높게 책정돼 국가는 물론 환자도 비용적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추후 발표되는 국내 약물 치료 가이드라인 역시 유럽보다는 미국의 것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성 교수는 하나의 약이 들어가면 하나의 약이 빠질 수밖에 없는 대형병원의 약심위 규정 역시 국내에서 바이오시밀러의 사용을 제한하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오리지네이터를 빼고 바이오시밀러가 들어가려면, 효과와 안전성이 동등하다고 가정할 때 확실한 가격적 혜택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현재 산정특례 기준에 맞지 않아 생물학적제제를 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꽤 있는데, 이런 환자들에게 바이오시밀러가 좀 더 낮은 가격으로 혜택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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